제목: 유아영의 일러스트를 통해 들여다보는 감정 노동자의 마음
이 그림은 흑백으로만 그려졌다. 그림에서 뒤쪽 배경은 크고 높은 건물들이 으리으리하게 서 있고 밝은 태양이 떠 있는 것에 반해 그림의 주인공은 낙엽이 날리는 강풍 속에서 홀로 바람을 맞고 있다.
낙엽을 보면 은행잎과 단풍잎이 날리는데, 이것으로 그림의 배경은 가을인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가을은 건조하고 쌀쌀한 계절인데 작가의 마음도 가을처럼 메마르고 쌀쌀한가 보다.
주인공은 가면을 쓰고 있다. 가면은 예쁘게 화장이 되어 있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밝게 웃는 표정이다. 하지만 가면 뒤 주인공의 얼굴은 땅을 보고 울고 있다. 심지어 눈과 코만 있다. 더욱 풍부한 감정 표현을 돕는 눈썹과 말을 하는 입이 없는 것을 보니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나 보다.
가슴에는 큰 구멍이 뻥 뚫려있고 구멍 주위로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금이 가 있으며 주먹 쥔 두 손이 구멍 앞에 있다. 너무 화가 나고 숨통이 막혀서 가슴을 치다가 몸이 깨진 것인지, 바람을 많이 맞아 건조해져서 깨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가슴에 큰 구멍이 나 있고, 이로 인해 주인공이 힘들어 한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우울하다. 뽀얗고 예쁘게 화장한 가면이 주인공의 까맣고 슬픈 감정과 대비되어 그림의 부정적인 분위기가 심화된다.
주인공 가슴의 구멍을 유심히 살펴보니, 가슴에 바람이 드나들고, 낙엽도 바람과 함께 드나든다. 그리고 바닥에는 신문지와 낙엽 뿐만 아니라 찌그러진 캔과 종이 쓰레기가 굴러다닌다. 쓰레기도 가슴의 구멍을 관통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구멍이 생겨서 바람과 쓰레기가 관통한 것이 아니라, 몸이 바람과 쓰레기를 맞다가 견디지 못하고 부서져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이 그림은 감정 노동자를 나타낸 그림이라고 한다. 주인공의 가면은 감정 노동자가 일하는 모습이고, 가면 속 주인공의 모습이 감정 노동자의 진짜 마음이다.
주인공의 몸을 구멍 뚫리고 부서지게 한 낙엽, 깡통, 쓰레기들은 바로 감정 노동자를 향한 폭언과 욕설, 막말이다. 감정 노동자의 마음이 처음부터 금가고 깨지고 구멍 뚫려 있던 게 아니다. 여러 고객들에게 받은 상처로 다친 것이다. 상처는 다 나아도 흉터가 남는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며 콜센터 직원, 승무원, 식당 종업원, 백화점 판매원, 은행 창구직원 등 여러 감정 노동자들을 마주한다.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존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