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사이에 한국의 국가대표급에 해당되는 인물들이 화제의 중앙에 놓였다. 한 사람은 축구 국가대표이고 또 한 사람은 국가안보실장이다. 두 사람 모두 한국의 국가대표급이다. 김민재 선수는 한국축구의 대표적인 선수이다. 지금 전세계 축구계에서 김민재를 빼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이탈리아 나폴리소속으로 수비에서는 전세계 톱급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한사람은 한국의 국가 안보실장인 김성한 실장이다. 김 실장은 외교 안보 치안의 실세라는 점에서 국가대표가 아닐 수 없다.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장관급인 국방부장관과 외교부장관, 통일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그리고 국가정보원장보다 권한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두 사람이 하루 간격으로 충격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김민재선수는 2023년 3월 28일 서울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평가전이 끝난 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다면서 멘털적으로 무너진 상태이고 이제 소속팀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말을 던졌다. 듣기에 따라서는 국가대표선수를 그만 두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민재선수는 소속팀 나폴리에서는 그야말로 날라다닌다. 철통같은 수비를 자랑하고 있다. 그가 출전하면 벌써 상대 선수들이 주눅들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국가대표팀에만 오면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도 결국 1-2로 패하고 말았다. 지난 월드컵에서도 그다지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상황이 되풀이되다보니 김민재선수는 좌절과 참담함을 느꼈을 것이다. 김 선수는 별도의 인터뷰 없이 인천공항을 통해 이탈리아로 출국해버렸다.
축구전문가들은 김민재 선수가 지키고 있던 후방이 뚫리면서 자꾸 실점을 하니 더욱 부담이 들었을 것이고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경기를 이끌지 못하는데 대한 실망감과 피곤함이 겹쳐 과한 발언이 나온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국가대표로서 가지는 책임감이 너무 큰 나머지 패배에서 느끼는 절망감은 그를 상상이상으로 괴롭힌 것으로 판단된다.
3월 29일에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실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전격 사퇴 입장을 밝혔다. 한국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불과 한달정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 안보의 컨트롤 타워가 사퇴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는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토대를 만들었으니 이제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이다. 본인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니 그의 전격 사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말들이 나돈다. 방미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주요 보고 누락 등 혼선을 빚은데 대한 문책성이라는 이야기와 안보실 내부의 갈등설이 제기되기도 한다. 최근 일본에서 있었던 회담의 영향도 있지 않느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야권에서는 도대체 안보실장 사퇴와 관련해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해명하라는 성명까지 나왔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그의 사퇴가 너무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데 있다.
두 사람의 급격한 심경 변화는 여러 이유가 있겠고 본인만이 아는 핵심부분이 있을테니까 제 3자 입장에서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한국의 국가대표급으로 활동을 하면서 이런 저런 고민과 고뇌와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혼란함, 소속팀과 국가대표팀 사이의 분위기 차이, 내부 갈등 등등 피곤하고 짜증나는 것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소속팀에서는 느끼지 못한 상황과 대학교수로서 느끼지 못했던 미묘한 상황이 당연하고 분명하게 존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만큼 국가대표는 힘든 것이다. 바로 한국이라는 나라의 대표로 나서기 때문이다. 소속팀의 김민재가 아닌 한국국가대표 김민재인 것이고 학자이자 교수인 김성한이 아닌 한국 외교와 안보의 대표로 세계의 안보 책임자들과 경합을 벌인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 두사람은 무척 힘들어한 것이다. 그런데 국가대표가 그리 쉬울까. 국가대표는 외로운 자리이다.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선수들 가운데 뽑혀야 가능하다. 수많은 인재들 가운데 선택된 것이다. 그가 마지막 수비수이다. 공격수보다 수비수가 더 힘든 자리이다. 그가 뚫히면 골은 들어가게 되고 그가 뚫히면 나라의 외교와 안보가 절단난다.그러니 얼마나 외롭고 피곤한 자리이겠는가. 물론 대표팀에는 감독이 있고 나라에는 대통령이란 자리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 경기에 임하면 감독과 대통령보다는 일선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와 안보실장이 더 힘들고 피곤하며 외로움속에 놓이게 된다. 감독의 작전 실패로 패하더라도 선수들은 책임감을 통감할 것이며 대통령의 실수나 착오로 외교적 문제를 일으켜도 그 행사를 주관한 실장이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두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금껏 이 나라의 국가대표라는 선수들이 모두 그랬고 한국의 국방,외교, 치안을 총괄했던 사람들도 모두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능력이 없는데 국가대표선수가 되어 한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이 있었고 정말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했지만 이런 저런 상황때문에 도중에 물러선 안보실장이 한두명이었을까. 국가대표가 그만큼 힘들고 외로운 자리이니 영광과 함께 엄청난 책임감이 주어지는 것 아닌가. 그냥 아무나 하는 것이 국가대표가 아니라는 말이다. 중압감과 책임감을 뛰어넘어설 수 있는 기량과 능력을 갖추는 것만이 최상의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마찬가지다. 국가대표는 영광스럽지만 참으로 책임질 일이 많은 자리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2023년 3월 2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