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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률이상 제42권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14. 거사와 서인들[居士庶人部] ①
1) 거사들[居士部]
(1) 민다(琝茶)는 재물과 음식이 저절로 불어났고 법을 듣고 깨치다
발제성(跋提城)에 민다(琝茶)[『미사색률(彌沙塞律)』에는 문다(文茶)로 되어 있다.]라고 하는 큰 거사가 있었다. 값진 보물이 많았고 큰 위력이 있었으므로, 마음대로 사람들에게 두루 주었다. 창고 안에는 구멍이 있었는데 그 크기는 마치 수레의 굴대와 같았으며, 쌀이 그리로 나왔다. 부인은 여덟 말 쌀로 밥을 지어서 4부(部)의 병사들과 사방에서 오는 이들에게 주어 먹게 하였으나 밥은 그대로요 없어지지 않았다. 그의 아들은 천 냥의 돈을 4부의 병사들과 사방의 거지들에게 주어 마음대로 가지게 하였으나 그래도 다 없어지지 않았다. 자부는 하나의 포장된 향을 4부의 병사들과 사방에서 오는 거지들에게 마음대로 발라서 만족하게 하였으나 향은 그대로요 다 없어지지 않았다.
남종은 쟁기 하나를 가지고 날마다 일곱 개의 밭을 갈았으나 나오는 쌀은 더욱 불어났고, 그의 여종은 여덟 말 곡식을 4부의 병사들의 말에게 주어 말이 먹게 하였으나 다하지 않았다.
집안에서는 서로 다투며 저마다 말하였다.
“나의 복의 힘이다.”
그리하여 민다는 부처님께로 가서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사분율삼분(四分律三分)』 제4권에 나온다.] 말하였다.
“누구의 힘입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 모두에게 있느니라. 옛날 왕사성(王舍城)에 베 짜는 이가 한 명 있었다. 베 짜는 이에게는 아내가 있었고, 또 아들이 있었고, 아들에게는 또 그의 아내가 있었으며, 하나의 남종과 하나의 여종이 있었다.
어느 때 같이 밥을 먹는데, 어떤 벽지불이 와서 걸식을 하자, 저마다 자기 밥을 주려 하였으므로, 벽지불은 말하기를 ‘그대들의 착한 마음은 모두가 이미 보시하였도다. 각자 조금씩 주시오. 그대들에게는 많은 것이 아니지만 나에게는 충분합니다’고 하자, 이내 다 같이 그대로 따랐다.
벽지불은 먹고 나자 허공에서 여러 가지 신통 변화를 보였고 그런 뒤에야 떠나갔으며, 베 짜는 이 권속들은 수명을 다하게 되자 사천왕천(四天王天)으로부터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까지 차츰차츰 일곱 번을 태어났다가 나머지 복으로 여기에 와 났느니라.”
민다는 듣고 이내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한없는 보시를 닦으며 말하였다.
“만약 필요하신 바가 있으시면, 수시로 많거나 적거나 간에 모두 저에게서 가져가십시오.”
비구들은 감히 수락하지 아니하고 부처님께 여쭈므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가지도록 하라.”
그 뒤로 비구들은 다닐 적에는 그로부터 양식을 구하였고, 가는 곳마다 심부름꾼에게 금과 은을 가지고 따라다니게 하였는데 가외 것이 많이 생기게 되어 그것을 장자에게 가져다 주면, 장자는 말하였다.
“저는 이미 보시한 것이므로, 돌려받지 않아야 합니다.”『미사색률(彌沙塞律)』에 나오며, 『사분율(四分律)』, 『십송률(十誦律)』에도 모두 그런 글이 있다.
(2) 욱가(郁伽)는 부처님을 뵙자마자 술이 저절로 깨어서 계율을 받고 아내를 남에게 보시하다
욱가(郁伽)가 술에 취하여 여러 아름다운 여인들에게 둘러싸여서 비사리(毘舍離)의 큰 숲 속에 있었다. 멀리 세존께서 나무 사이에 앉아 계신 것이 보였는데, 단정하며 퍽 아름답고 감관과 뜻이 머물러서 안정되었으며, 마치 금이 쌓여 있는 듯이 빛이 났다. 부처님을 뵙자 취기가 풀렸으므로 세존께로 가서 물러나 한쪽에 앉아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하여 4제(諦)를 해설하셨으므로 두려움 없는 법[無畏法]을 얻고서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말하였다.
“저는 3보(寶)에게 귀의하겠습니다.”
우바새(優婆塞)가 되어서 5계(戒)를 받아 지니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서 권속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나는 세존으로부터 계율을 받았다. 만약 좋아하려면 보시하여 복을 지을 것이요, 만약 좋아하지 않으려면 각자 친정으로 돌아가라. 나는 너희들을 놓아주리라.”
이 때 첫째 대부인이 말하였다.
“당신은 세존으로부터 수명이 다하도록 계율을 받으셨습니까? 누구에게든 저를 주어서 그의 부인이 되게 하십시오.”
그 때 거사(居士)는 바로 그 사람을 불러서 왼손으로 부인의 오른손을 잡고 금 대야를 가지고서 그 사람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 첫째 대부인을 너의 아내가 되게 하리라.”
그 사람은 놀라고 두려워서 털이 곤두서며 욱가에게 말하였다.
“거사시여, 저를 죽이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까?”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다. 나는 부처님으로부터 목숨이 다하도록 범행(梵行)을 할 것을 다짐하였다. 그 때문에 대부인을 그대에게 주는 것이니, 결코 변하거나 후회하지 않으리라.”『중아함경(中阿含經)』 제9권에 나온다.
(3) 어신(魚身)이 부자가 된 인연
옛날 큰 성바지가 있었는데 언제나 보시하기를 좋아하였다. 뒤에 한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손발이 없고 형체는 물고기와 비슷하였으므로 이름을 어신(魚身)이라 지었다. 부모가 죽고 가업(家業)을 이어 유지하면서 방안에 누워 잠을 자고 있어도 와 보는 이조차 없었다.
그 때에 어떤 역사(力士)는 왕실 주방의 음식을 담당하였으나 항상 굶주림에 시달렸다. 열여섯 수레 몫의 땔나무를 혼자 끌어다 팔며 생계를 꾸려갔지마는 언제나 넉넉하지 못했으므로 그 4성(姓)에게 가서 부족한 물건을 청하곤 하였다. 마침 어신이 만나기를 청하면서 그의 형체를 보이므로, 역사는 생각하였다.
‘나의 힘은 이러한데도 손발 없는 사람보다 못하구나.’
부처님에게로 가서 그 의문스런 일을 물었더니,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옛날 가섭불(迦葉佛) 때에 어신과 이 왕(王)은 부처님께 밥을 돌렸었고, 너는 그 때에 가난해서 그들을 도우며 일을 하고 있었다. 어신은 마련된 것을 왕과 함께 돌려야 했는데도 왕에게 말하였다.
‘오늘 일이 있어서 함께 돌릴 수 없습니다. 만약 돌린다면 나의 손발이 끊어져 버린 것과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그 때에 돌린 이는 바로 지금의 왕이요, 돌리지 않겠다고 말한 이는 바로 지금의 어신이며, 그때에 도운 이는 바로 지금의 너이니라.”
역사는 마음이 열려 이내 사문이 되어서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구비유경(舊臂喩經)』 상권에 나온다.
(4) 사리(闍梨) 형제는 법답게 재물을 얻었기에 끝내 흩어지거나 잃게 되지 아니하다
옛날 석실성(石室城) 안에 세 거사가 있었다. 첫째의 이름은 사리(闍梨)요, 둘째의 이름은 포타만(哺陀滿)이요, 셋째의 이름은 바파나(婆波那)이었는데, 이 세 사람은 친형제였다. 재보와 코끼리와 말과 7보가 가득하였다. 어느 한 바라문이 이라발용(伊羅鉢龍)의 재(齋)를 지내면서 부귀를 소망하고 있었는데, 용이 몸을 드러내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이제 무엇 때문에 고생하면서 곡기(穀氣)의 맛조차 끊고 여기서 재를 지내는고? 구하는 바가 무엇인가?”
바라문은 말하였다.
“큰 부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용은 말하였다.
“나에게는 두 가지 이름이 있다. 첫 번째 이름은 이라발(伊羅鉢)이고, 두 번째의 이름은 재물에 싫어함이 없다 하여 재무염(財無厭)이다. 내 이름이 재물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하는데도 나에게서 구한다는 말이냐?”
바라문은 말하였다.
“만일 주시지 않는다면 바로 죽어 버리겠습니다.”
그러자 용은 자마(紫磨)의 좋은 금을 내다 주면서 그에게 말하였다.
“성문(城門)에 뛰어나게 부자인 장자가 있다. 그가 천축(天竺)으로 가는데, 그대는 이 금을 주어 재물을 구하여라.”
장자는 바라문을 보고서 말하였다.
“감추어서 사람들이 보지 않게 하십시오.”
그리고 나서 그의 5친(親)들에게 말하였다.
“음식과 환락(歡樂) 거리는 금고 안에 감추어져 있습니다. 창고 안의 여러 가지 물건들은 모두 땅으로 들어가서 저 용의 창고로 돌아가 버렸으며, 좌우의 일곱 집[七家]의 재물들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세 거사들은 그 말을 듣고 서로 말하였다.
“우리들 세 집은 재물을 법답게 얻은 것이다. 함부로 5가(家)에게 빼앗기지 않으리라.”
나라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자랑하며 하는 말이라 여기면서 함께 세 집으로 모여 가서 거사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법답게 얻은 재물이기 때문에 함부로 잃게 되지 않으리라고 하는데, 무엇으로 증명하겠습니까?”
이 때 세 거사가 저마다 열 근(斤)짜리 금을 내어다 여섯 조각씩 내고서 여러 사람들과 재물을 잃은 일곱 집의 주인들을 데리고 용의 샘으로 가서 금을 물에다 던지자, 물이 모두 끓어올라 마치 끓는 가마와 같았다. 용왕은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이내 용녀(龍女)에게 금을 내다가 반환하게 하고 사례하면서 돌아가게 하였다. 법답게 얻은 것이면 도리에 맞도록 이룩한 것이므로 끝내 5가(家)의 침범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속이거나 그릇된 법으로 감춘 재물이라면 저 일곱 집의 것과 같다.『북방세리경(北方世利經)』에 나온다.
(5) 거사의 아들 대의(大意)가 명월주(明月珠)를 구하다
옛날 환락무우국(歡樂無憂國)이라는 나라가 있었으며, 왕의 이름은 광자애왕(廣慈哀王)이었다. 그 나라에 마하단(摩訶檀)이라는 거사가 있었고, 그 아내의 이름은 전타(旃陀)였다. 한 아들을 낳았는데, 용모가 잘생겨서 세간에서는 짝할 이가 없었다. 그 아이는 땅에 떨어지자마자 말을 하면서 서원을 세웠다.
“나는 천하에 보시하여 백성들을 구제하겠으며, 외롭고 가난한 이가 있으면 나는 공급하고 보호하여 안온을 얻게 하리라.”
부모는 그 때문에 이름을 대의(大意)라고 지었다. 그 이상한 자태가 다른 사람들과는 같지 않음을 보고, ‘이는 하늘이거나 용이거나 귀신이 아닐까?’ 하고 가서 점을 치려고 하자, 대의는 그것을 알아차리면서 말하였다.
“저는 사람이며, 하늘이거나 용이거나 귀신이 아닙니다. 다만 천하 백성으로서 가난한 이들을 생각하면서 보호하고 돌보고자 해서일 뿐입니다.”
이런 뜻을 말하고는 다시는 말을 하지 아니하였다. 나이 열일곱이 되자, 그제야 부모에게 말하였다.
“저는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보시하여 안온함을 얻게 하고자 합니다.”
부모는 생각하였다.
‘이 아이가 처음 태어날 적에 이미 이런 서원을 세웠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말하였다.
“나의 재산이 수없이 많으니 마음대로 보시하여라. 제지하지 않겠다.”
대의는 말하였다.
“부모님의 재물이 비록 많기는 하나 제가 쓰기에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장차 바다에 들어가서 보배를 캐다가 천하 백성들에게 보시해야겠습니다.”
이렇게 자주 말하므로 부모는 마침내 허락하였다. 대의는 바다에 들어가느라고 다른 나라를 경유하게 되었다. 그 나라 안에 재산이 한량없이 많은 바라문이 있었는데, 대의의 빛나는 얼굴이 잘생겼음을 보고 매우 좋아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그대를 공경하고 존중하오. 지금 작은딸을 그대에게 바치려 하니 여기서 머무르기 바라오.”
대의는 대답하였다.
“제가 집을 하직한 것은 바다에 들어가서 7보(寶)를 캐기 위해서이니, 아직은 허락하지 못하겠습니다. 잠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그리고 마침내 나아가서 보배를 캐서는 사람들을 시켜 보배를 가지고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고는, 차츰차츰 다시 바다의 끝까지 가면서 기이한 물건을 찾다가 문득 높이와 너비가 80유순(由旬)이나 되는 한 그루의 큰 나무를 보았다. 대의가 이내 나무로 올라갔더니 멀리 하나의 은성(銀城)이 보였다. 궁궐과 전각이 모두 백은(白銀)으로 되었고, 천녀(天女)들이 모시고 있었는데, 음악이 저절로 울려 나왔다. 거기에는 한 마리의 독사가 성을 세 바퀴나 감고 있다가 대의를 보고 문득 머리를 들므로 대의는 생각하였다.
‘사람이 독에 해를 받는 것은 모두가 착한 마음이 없기 때문이리라.’
그리고는 이내 앉아 선정에 들었더니, 잠깐 만에 독사는 머리를 숙이며 잠이 들므로 대의가 성으로 들어가려 하자, 문지기가 들어가 왕에게 아뢰었다.
“밖에 어떤 어진 이가 왕을 뵙고자 합니다.”
왕은 몸소 나와 영접하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어진 이께서는 여기에 머무셔서 석 달 동안이나마 공양할 수 있게 하소서.”
대답하였다.
“저는 가서 보배를 캐야 하므로 오래 머무를 수 없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저는 국사를 돌보지 않겠습니다. 잠시나마 머무소서.”
대의가 마음을 고쳐 머무르자, 왕은 이내 의복과 음식과 음악, 평상과 침구들을 공양하였다. 90일이 다 지났으므로 대의가 왕에게 하직하고 떠나가려 하자, 왕은 진기한 7보를 가져다 주며 전송하려 하므로, 대의는 말하였다.
“저는 이런 7보는 쓸모없습니다. 왕에게는 하나의 명월주(明月珠)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을 구하고 싶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제가 그 구슬을 아까워해서가 아닙니다. 다만 길이 험난하니 액난이 따를까 두려워할 뿐입니다.”
대의는 말하였다.
“하늘의 복으로 갖게 되는 사람이라 험난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이 구슬은 20리에 있는 보물이 저절로 따릅니다. 제가 제자가 되어서 공양할 수 있게 됨이 오늘날보다 더하게 하소서.”
대의는 이내 구슬을 받고 떠나갔다. 이 때 대의는 차츰차츰 앞으로 나가다가 하나의 금성(金城)을 보았다. 궁궐과 전각이 모두가 황금으로 되었고, 7보의 나무에서 저절로 음악이 울렸으며, 천녀들이 시중드는 것은 앞보다 갑절 더하였다. 역시 독사가 있었는데, 성을 여섯 바퀴나 휘감고 있었다. 독사가 대의를 보고 머리를 들며 보므로, 다시 앉아서 선정에 들었더니, 뱀은 또 숙이며 잠이 들었다. 대의가 성으로 들어가려 하자 문지기가 들어가 왕에게 아뢰었으며, 왕은 나와 만나며 나아가기를 청하면서 “석 달 동안이나마 공양할 수 있도록 머무르라”고 하므로, 대의가 머무르자 왕은 앞에서와 같이 대우하였다. 60일을 경과하고 하직하며 떠나려 하면서 왕에게 아뢰었다.
“왕에게 하나의 명월주가 있다 하니, 그것을 주십시오.”
왕은 앞에서와 같이 대답하고, “40리 안의 값진 보물이 그를 따른다”고 하며 바쳤다.
“어진 이께서 뒷날 도를 얻으시면, 제자로 삼아서 신족(神足)이 견줄 데 없이 되며 공양할 수 있음이 오늘날보다 더하게 하소서.”
구슬을 받고 떠나갔다. 대의는 차츰차츰 앞으로 또 나아가다 하나의 수정성(水精城)을 보았다. 궁궐과 전각 등의 일들은 앞에서와 같았으며, 역시 한 마리의 독사가 성을 아홉 바퀴를 감고 있다가 머리를 숙이며 잠을 잤다. 왕이 나와 그를 영접하며 석 달 동안 머무르기를 원하므로, 대의는 머무르게 되었으며, 왕은 또 마음을 다하여 음식과 의복과 음악을 공양하였다. 40일을 지나고 하직하며 떠나려 하면서 왕에게 아뢰었다.
“왕에게 하나의 명월주가 있다 하니, 그것을 저에게 주십시오.”
왕은 말하였다.
“이 구슬은 60리에 있는 보물이 저절로 따릅니다.”
이내 올리면서 말하였다.
“어진 이께서 만약 뒷날 도를 얻으시면, 제자로 삼으셔서 지혜가 견줄 데 없게 되며 다시 공양하기를 오늘날보다 더하게 하소서.”
이내 구슬을 받고 떠나갔다. 앞으로 가다가 또 하나의 유리성(琉璃城)을 보았고, 역시 한 마리의 독사가 성을 열두 바퀴 감고 있었고 머리를 숙이며 잠이 든 것을 보았으며, 왕은 영접하면서 석 달 동안 머무르기를 청하였으므로 대의는 머무르게 되었다. 왕은 몸소 음식과 의복과 음악을 공양하며 그를 즐겁게 해 주었으며, 20일을 지나고 하직하며 떠나려 하면서 왕에게 아뢰었다.
“제가 들으니, 왕에게는 하나의 명월주가 있다 하니 저에게 주십시오.”
왕은 말하였다.
“이 구슬은 80리에 있는 값진 보물들이 그를 따릅니다. 제자가 깨끗한 뜻으로 공양하는 것이 오늘날보다 더하게 하시고, 길이 지혜를 얻게 하소서.”
대의는 구슬을 받고 떠나면서 생각하였다.
‘나는 본래 보배를 구하기 위해서 왔다. 이제 이미 뜻대로 되었으니 이로부터는 돌아가야겠다.’
그리고는 옛 길을 찾아서 본국으로 돌아오려 하였다. 큰 바다 가운데를 지나오는데, 여러 신왕(神王)들은 그로 인하여 함께 의논을 하며 말하였다.
“우리 바다에는 비록 여러 가지 값지고 유명한 보배가 있지만 이러한 구슬들은 없다.”
이내 칙명으로 해신(海神)을 시켜서 그 구슬을 반드시 빼앗아 오게 하자, 해신은 사람으로 변화하여 대의를 만나서 물었다.
“당신은 기이한 물건을 얻으셨다던데, 빌려서 볼 수 있습니까?”
대의가 손을 펴며 그 네 개의 구슬을 보여 주자, 해신은 문득 그의 손을 흔들어서 구슬이 물로 떨어지게 하였다.
대의는 생각하였다.
‘왕들이 나에게 이 구슬은 보존하기 어려우리라 말하였지마는 다행히 얻게 된 것인데, 이제 이 자에게 빼앗긴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해신에게 말하였다.
“내가 고생하면서 험난한 일을 겪고서야 이 구슬을 얻어 오는 것인데, 그대가 도리어 나에게서 빼앗는가. 이제 돌려주지 않으면, 나는 바닷물을 다 퍼낼 것이다.”
해신은 그럴 줄 알면서 물었다.
“당신의 뜻은 기특하고 높기는 하지만, 바다 깊이는 336만 유순으로 그 너비는 끝이 없습니다. 어떻게 그것을 말리겠습니까? 마치 해가 끝내 땅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과 같고, 큰 바람을 잡아 묶을 수 없는 것과 같으나, 해를 오히려 땅에 떨어지게 할 수 있고, 바람을 오히려 잡아 묶을 수 있다 하여도 큰 바다의 물만은 퍼서 마르게 할 수는 없으리다.”
대의는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나는 기억합니다. 전생과 후생(後生)에 몸을 받아 나고 죽고 무너지고 부서지면서 뼈가 쌓이기를 수미산(須彌山)보다 더하고, 그 피는 흘러서 5하(河)보다 더 넘쳤으니, 사해(四海)로는 비유할 것이 못 됩니다. 나는 오히려 이 나고 죽는 근본을 끊고자 하는데, 이 조그마한 바다가 어찌 퍼내지 못할 거리나 되겠습니까? 나는 옛날에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면서 서원하기를, ‘제게 뜻과 행이 용감하여 도(道)를 결단하려고 향하는 바에서는 어려움이 없게 하여지이다’고 하였으므로, 수미산을 옮기고 큰 바닷물을 말리는 데에도 끝내 물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마음을 오로지 하여 그릇으로 바닷물을 퍼내자, 지극한 정성에 감동되어 사천왕(四天王)이 와서 대의를 도왔으므로 물은 벌써 삼분의 이를 퍼냈다. 이 때 바다 안의 여러 신왕들은 모두 몹시 두려워서 떨며 함께 의논하였다.
“이제 그 구슬을 돌려주지 않으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다. 물이 다하여 진흙이 나오면, 우리 궁실은 무너지리라.”
해신이 이내 나와서 여러 가지 보배를 대의에게 주려 하자 대의는 갖지 않으면서 말하였다.
“이런 것들은 쓸모 없다. 나의 구슬을 얻으려 할 뿐이로다. 빨리 나의 구슬을 돌려달라. 끝내 그만두지 않겠다.”
해신은 그의 뜻이 굳음을 알고 이내 구슬을 내다가 그에게 돌려주었다. 대의는 구슬을 찾아 가지고 오다가 바라문의 딸에게 장가들고 본국으로 돌아와서는 마음껏 크게 보시하였다. 이로부터 그 나라에는 굶주리고 춥고 궁핍한 사람이 없어졌으므로, 사방의 선비와 백성들은 모두 그의 옛 땅을 떠나 업고 지고서 그에게로 돌아왔다. 이렇게 보시하기를 여러 해 동안 하니, 은혜가 미쳐서 기고 나는 미생물까지도 윤덕을 받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 뒤에 목숨을 마치고는 올라가 제석(帝釋)이 되기도 하고 내려와 비행황제(飛行皇帝)가 되기도 하면서 오랫동안 공덕을 쌓다가 부처님이 되기에 이르러서 삼계(三界)에서도 특별한 어른이 되셨으니, 모두가 전생의 행으로 말미암아서요 저절로 된 것이 아니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대의는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요, 그 때의 거사 마하단은 바로 지금의 열두단(悅頭檀)이며, 그 때의 어머니 전타는 바로 지금의 마야부인(摩耶夫人)이시다. 그 때의 환락무우국의 왕은 바로 지금의 마하가섭(摩訶迦葉)이요, 그 때의 바라문의 딸은 바로 지금의 구이(裘夷)이며, 그 때의 딸의 아버지는 바로 지금의 미륵(彌勒)이다. 그 때의 은성 안의 왕은 바로 지금의 아난(阿難)이요, 그 때의 금성 안의 왕은 바로 지금의 목건련(目健連)이며, 그 때의 수정성 안의 왕은 바로 지금의 사리불(舍利弗)이요, 그 때의 유리성 안의 왕은 바로 지금의 수타(須陀)이다. 그 때의 제사천왕(第四天王)으로서 대의를 도와 바닷물을 퍼낸 이는 바로 지금의 우타(優陀)요, 그 때에 그의 구슬을 빼앗은 이는 바로 지금의 조달(調達)이며, 그 때에 네 개의 성에서 문을 지키던 이는 바로 지금의 수발(須★)과 반특(磐特)과 소갈피(蘇曷披)와 구류(拘留)요, 그 때에 네 개의 성을 감고 있던 독사들은 다 같이 바로 지금의 찰산타리(刹酸陀利)의 네 신하이니라.”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떠한 공덕으로 네 개의 명월주에는 뭇 보배들이 따르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옛날 유위불(維衛佛) 때에 대의는 일찍이 네 가지 보배로써 부처님의 탑을 일으켜서 3존(尊)께 공양하며 재(齋)를 7일 동안 지냈었느니라.
이 때 5백 사람이 동시에 함께 절을 일으켰는데 혹은 비단을 달고 등불을 켜는 이가 있기도 했고, 혹은 향을 사르며 꽃을 흩뿌리는 이가 있기도 했고, 혹은 비구승들에게 공양하는 이가 있기도 했고, 혹은 경을 외우며 도를 강하는 이가 있기도 하였기 때문인데, 이제 모두가 이 모임에 왔느니라.”『대의경(大意經)』에 나온다.
『경율이상』 42권(ABC, K1050 v30, p.1134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