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남해 해저터널' 눈길
한려수도 문화관광 '황금 벨트'
영호남 화합. U자형 국도 완성
6km 구간 바닷속 길 게통되면
연 7000만명 거리.시간 절약
예부터 통학.결혼 공동생활권
'남해댁' '여수댁' 정겨운 이웃
20만명 릴레이 서명운동 '응원'
날씨가 맑았다.
'해를 향한 암자' 향일암에서 해돋이를 봤으니 운도 좋았다.
전남 여수 금오산 향일암은 해상일출 명소다.
남해에서 떠오르는 아침해와 기암절벽 사이의 동백 숲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향일암이 앉은 자리는 커다란 거북이 바다 쪽으로 팔을 휘저으며 들어가는 모습이 하고 있다.
이곳은 남해 보리암,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와 함께 전국 4대 해수관음기도처로 꼽힌다.
뒷산에 흔들바위가 있다.
한 명이나 여럿이 흔들어도 일정하게 흔들리는 게 신기하다.
남해 보리암 부근에도 같은 원리의 흔들바위가 있어 남해안의 '형제 흔들바위'로 통한다.
향일암의 해 뜨는 쪽 바다 건너에 남해 보리암이 보인다.
보리암은 해발 700m의 금산 정상에 있다.
이름 그대로 비단처럼 아름다운 산에 안겨 있는 절이다.
이곳에서 정상 들여 기원하면 한 가지 소원을 꼭 이뤄진다는 얘기가 전해져온다.
조선 태조 이성계도 이곳에서 백일기도 후 왕업을 이뤘다.
보리암 앞의 큰 절벽바위 위에는 작은 삼층석탑이 있다.
이 탑에 나침반을 놓으면 흥미롭게도 바늘이 북쪽을 가리키지 못하고 춤을 춘다.
그만큼 특별한 기운이 모인 장소다.
그 앞에 우뚝 선 해수관음상은 남해의 푸른 물결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 눈길이 바다 건너 행일암에 가 닿는 듯하다.
남해와 여수를 품은 한려수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길로 불린다.
향일암에서 보리암까지는 직선거리로 25km 남짓, 배가 있다면 30분 안에 닿을 곳이다.
그러나 자동차로 광양, 하동을 거쳐 말발굽 모양으로 빙 둘러 2시간 넘게 가야 한다.
경기 파주에서 서해안과 남해안을 거쳐 부산까지 'L자'로 연결하는 7번 국도가 여수 동쪽 끝에서 끊겨 있기 때문이다.
여수와 남해 사이거리는 약 6km다.
행정구역상 전남.경남의 경계에 있지만 옛날에는 두 지역이 하나의 생활권이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뱃길로 통학했으며 혼사도 많았다.
남해의 수산물을 여수 시장에서 팔고 기차로 내륙과 서울까지 운송했다.
남해 상주해수욕장은 여수 사람들의 안방 휴양지였다.
여기저기서 '남해댁' '여수댁' 소리가 왁자했다.
지금은 남해대교외에 다른 교통이 막혔다.
한때 다니던 여객선도 없어졌다.
그래서 모두가 여수와 남해를 잇는 다리를 고대했다.
1998년 '한려대교' 건설 구상이 나온 뒤 네 번이나 교량 건설 얘기가 나왔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모두 무산됐다.
최근에 부각된 대안은 해저터널이다.
여수시 신덕동과 남해군 서면 사이의 5.93km 구간을 해저로 연결하는 것이다.
터널 길이는 해저 4.2km의 육상 1.73km등 5.93km다.
접속도로 1.37km까지 합쳐 전체 건설비는 6300억원, 해상교량(1조6000억원) 대비 3분의 1에 불과하다.
터널이 뚫리면 자동차로 90분 걸리던 길을 10분에 오갈 수 있다.
국도 77호선의 '끊긴 구간도 연결돼 동해안 7번 국도와 함께 'U자형 전국망'이 완성된다.
두 지역이 도일생호라권으로 거듭나면서 남해안 문화관광 '황금벨트' 역시 완결된다.
전남 해안의 연간 관광객은 4000만명, 경남 해안권은 300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의 상호 접근성이 좋아지면 영호남 동서 화합과 지역 균형발전, 관광산업 입체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여수시장과 남해군수를 비롯해 경남.전남지사, 국회의원, 상공회의소, 지역발전 연구소, 시장 상인 등이 발벗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남해군민 4만 명이 서명부를 정부에 전달했고, 여수시민 가운데 15만여 명이 서명운동에 나섰다.
웅진.보령 등 서해안 지방자치단체들도 힘을 합쳤다.
이들이 '지역 균형발전과 동서 화합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사업이자 전 지역이 고르게 잘살기 위한 상징 사업'이라며 응원하고 있으니, 머잖아 향일암 찍고 보리암 가는 여행길이 한결 가까워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고두현 논설위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