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3배는 더 벌 걸 생각하고 프리 전향을 해야 한다"
예전에 라디오 스타에서 모 아나운서가 프리로 전향할 지 고민할 때 들은 말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아나운서니까 저런 고민도 하는거죠.
프리랜서 기자나 PD 구인글이 종종 보이는데, 프리랜서와 계약직 경험이 많은 한 사람으로써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프리랜서도 경험이고 경력이다"라고 하는데,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프리랜서로 배울 수 있는 것. 분명 있겠죠.
하지만 제 경험으로는 득보다 실이 더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주저리주저리 쓰면 읽기만 싫으니까, 요약해서 말씀드립니다.
1. 경력인정이 안됩니다.
누구나 다 알겠지만 4대보험 적용된 곳이 아니라면 경력인정을 못받습니다.(아나운서에게는 예외) 중소언론사보다는 낫지 않냐고 하시겠지만, 나중에 언론사 입사가 좌절되고, 플랜B로 공공기관에 입사한다면 중소기업 경력이라도 있으면 50%는 인정받습니다. 프리랜서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이마저도 못받습니다.
"방송제작참여확인서로 받을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도 그거 있습니다. 그걸 경력으로 인정해 준 곳? 단 한 곳도 없습니다.
2. 걔네도 압니다. 프리랜서=시다라는 것을
능력이 뛰어난 프리는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죠. 특히 작가는 억단위로 돈을 주고 모셔가려고 다들 줄을 서고 기다립니다. 그 사람은 그 분야에서 가치를 인정받았고, 그만큼 몸값을 받습니다. 사실상 능력급이죠.
그런데 사회초년생은 응애입니다. 이제 막 입문한 방송쟁이가 할 수 있는 것? 기사 쓰라면 쓰고, 편집하라면 편집하는게 다입니다.
"거기서 능력좀 발휘하면 채용되지 않을까요?"
"응 아니야.."
능력을 발휘하면 싼 값에 능력 좋은 사람을 부린 정규직 PD 가치만 올라갑니다.
그 사람들이 일을 준 사람들인데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를까요? 업계가 좁으니 전화 한 번 하면 얘가 핵심적인 역할를 한 애인지, 그냥 시다한건지 다 알 수 있습니다. (99%는 시다겠죠) 그것도 모르고 참여한 것에 굉장히 뿌듯해했던 적도 있지만 나와보니 프리한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3. 진짜 파리 목숨입니다
모 방송국에서 프리로 일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국장이 예산 통과만 되면 계약직으로 채용할 거라 얘기하고 믿고 일했었죠. 하지만 예산이 부결된 그 다음날 바로 계약종료 통보를 받았습니다.
제가 지금 일하고 있는 방송국에서도 똑같습니다. 예산이 줄었으니 프리랜서 한 명을 내보내랍니다. 나의 생계가 누군가의 말 한 마디로 나락가는 것. 그것이 프리랜서입니다.
사회초년생에게 득보다 실이 더 많은게 프리랜서라고 생각합니다. 다 아는 얘기 왜 하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아서, 그리고 제가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그대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프리랜서는 편법으로 고용하는 한 수단입니다. 아니라고 한다면 "왜 비정규직을 채용하지 않고, 프리랜서를 고용하나요?"라고 물어보세요. 그거 다 제작비로 떨궈서 세금 떨구고, 4대보험, 퇴직금 아끼고, 회사 인원에 산정되지 않으니 인력은 부리면서 책임은 덜 수 있습니다.
그 부조리에 항의해봤자 정규직들은
"다 알고 들어왔으면서 왜 불만이야? 억울하면 정규직으로 들어왔어야지"
라며 불만 가진 사람을 더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생계가 어려우니 프리랜서로 시작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현실을 깨닫고 공무원을 준비하거나, 다른 곳을 찾아보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 주위에도 많고, 정규직인 저 조차도 이런 업계에 신물이 나 다른 업계에 자꾸 눈이 갑니다.
"해봤으니까 그런 소리 할 수 있는거예요"
"그래도 되게 많이 배울 수 있다는데요?"
"누구는 좋은 얘기 들었다는데요?"
라고 말하시는 분들께는 제가 뭐 해드릴 말이 없습니다.
지금은 업계 환경이 달라졌을 수도 있죠...
그렇지만 저 위에 세 가지는 업계가 달라졌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들입니다.
프리랜서 기자, PD 하시려는 분들은 꼭 두 번, 세 번 고민하세요.
저는 프리랜서를 하기보다 책을 펴는게 취준시간을 줄이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그런 생각 하시는 분들께 제가 더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소수의 사례로 다수에게 희망고문을 시키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프리랜서들 중 그런 케이스가 얼마나 될거라 생각하시나요?
그런 케이스가 많다면 신입공채에서 프리 경력 1도 없는 사람이 합격하는 경우는 드물어야 정상이 아닐까요??
그리고 수평적인 관계는 정규직들의 배려입니다. 이걸 배려라고 하는 것도 웃기지만, 제가 정규직이 돼 조직에 들어오니 필요할 땐 식구, 필요 없을 땐 남이 됩니다.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 결국 갑을 관계 따집니다.
정말 방송계는 정규직>>>계약직>>>>>>>>>>>>>> 프리랜서입니다. 너무나 공감합니다.
제가 아는 프리랜서PD는 정규직 피디보다 3배 정도 더 벌더군요... 특히 지역은 외주제작사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쪽이 바빠서 일을 못맡기는 경우도...물론 자리잡기 전까지는 매우 힘들었던 것 같긴 합니다.
그래서 사회초년생으로 한정한 겁니다.
기술과 경력이 있다면 처음엔 힘들어도, 차차 안정화돼가겠지만, 사회초년생은 기술도, 경력도 없어서 자리잡을 기반도 없죠.
경력 없어도 무관이라는 얘기는 너가 아니어도 상관 없다는 얘기인데, 사회초년생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일을 하다 부품처럼 갈아끼워지니까요..
프리랜서는 절대 하지마세요...시간 낭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