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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대학 만든다고? 딱딱한 교수 열 명보다 똑똑한 CLO 한 명이 낫다
[Cover Story] 닉 반 담 스페인 IE스쿨 CLO
디지털시대 대학·기업, 교육의 판을 뒤집어라
우리 직원들은 왜 노력을 안할까…원인은 실패를 비난하는 조직문화
매일경제신문 : 2019.10.17 04:06:01 수정 : 2019.10.17 11:28:05
최고학습책임자(CLO·Chief Learning Officer). 기업 내 학습을 담당하는 최고 책임자인 해당 직함은 1989년 GE에서 처음 시작됐다. GE 컨설턴트였던 스티브 커는 당시 GE 최고경영자(CEO)였던 잭 웰치에게 "직원 자기개발과 역량 향상 지원을 담당하는 임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해당 아이디어를 마음에 들어 한 웰치 전 CEO는 포지션 명칭을 커가 제안한 `최고교육책임자(Chief Education Officer)`가 아닌 `최고학습책임자`라고 정하고, 커를 초대 CLO로 임명했다.
이렇게 시작된 CLO 주요 역할은 기업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직원 자기개발과 역량 향상이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CLO는 단순히 기업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직원 자기개발에만 중점을 두지 않는다. 시드니 사비온 에어뉴질랜드 CLO는 지난해 미국의 인재 교육 전문지 트레이닝 인더스트리(Training Industry)와 인터뷰하면서 CLO 역할이 "전통적 기업 교육 프로그램 개발하는 것에서 기업의 사업 목표에 맞춘 학습 방식(learning solutions)을 찾고 제공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고용시장과 교육시장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다가올 미래의 고용과 교육 부문 변화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 스페인 명문 대학교 IE 스쿨(IE University), 스페인 스타트업 플랫폼 사우스서밋은 지난해 `인라이티드(enlightED)`라는 디지털 교육 콘퍼런스를 공동 주최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이 콘퍼런스는 `디지털 시대에 교육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Reinventing Education in a Digital World)`라는 주제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지난 2~4일 진행됐다. 닉 반 담(Nick van Dam) IE 스쿨 CLO, 전 링크트인 CLO이자 평생 학습 플랫폼 디그리드(Degreed)의 현 CLO인 켈리 팔머, 전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이자 행복연구소(Happiness Studies Academy) 공동창업자 겸 현 CLO인 탈 벤 샤하르 등이 참석하며 기술이 교육과 고용시장에 불러올 영향에 대해 토론을 펼쳤다.
매일경제 비즈타임스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닉 반 담 IE 스쿨 CLO와 인터뷰하며 디지털 시대에 교육기관의 변화와 기술이 직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그는 "이전에는 대학에서 약 10년 동안 똑같은 교육과정을 보여왔다"고 꼬집으며 "이제는 매년 교육 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기관의 프로그램 혁신을 담당하는 CLO를 채용하는 대학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며 "학교 졸업 이후 직장인들이 갖고 있는 자신감 저하에 대한 고민의 해결책 중 하나가 기술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반 담 CLO와의 일문일답 내용.
―IE CLO로서 당신의 역할은 무엇인가.
▷IE 학습 방식의 혁신을 담당한다. IE 단과대학 5개의 교육과정을 보고 학생들의 학습 방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학습 방식 혁신에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교육학이고, 둘째는 기술과 교육의 결합이다. 기술을 사용해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느끼는 `교육의 경험`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셋째는 콘텐츠다. 학사, 석사, 최고위과정 등의 수업 내용을 실제 경영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맞춰 바꿔야 한다. 졸업 후 사람들이 그 시기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갖출 수 있고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당신이 올해 2월 IE CLO로 부임한 후 IE에 생긴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우선 교수를 위한 학습과 개발 프로그램이 더 강화됐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교육학 관련 훈련 과정이다. 교수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교육 경험을 어떻게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을지 배운다. 또 기술 사용이 더 활발해졌다. 수업 시간에 (교수와 학생들 사이, 혹은 학생들끼리) 피드백을 주고받는 데 기술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 론칭한 테크 MBA(Tech MBA) 프로그램도 IE 교육과정의 새로운 모습이다. 이는 기술산업에서 일하거나 해당 산업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만을 위한 MBA 과정이다.
―교수를 위한 학습과 개발 프로그램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다양한 수업이 있다. 예를 들어 `밀레니얼과 Z세대는 교육과정에서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가`에 대한 수업이 있다. 또 교수들이 디지털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 있다. 가상수업을 진행하는 방법이 하나의 예다. 교육학을 중심으로 하는 수업을 소개하자면, `학생들이 매우 잘 참여하고, 수업시간에 배우는 내용을 잘 이해하고 적용하며,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끼리 서로 의견을 나누는 수업을 어떻게 디자인하는가`가 있다.
―`학습·개발 프로그램`을 말하면 기업의 교육 프로그램이 떠오른다. 이 같은 프로그램이 교육기관에도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교수의 전문성은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본인 전공에 대한 전문성이다. 마케팅, 재무 등에 대해 전문지식을 갖춘다. 다음은 가르침에 대한 전문성이다. 교수는 누군가를 교육하는 사람이다. 이 때문에 뛰어난 교육능력을 갖추고, 개인이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을 이해하며, 앞서 말했듯이 가르치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당신은 최고학습책임자(CLO)로 많은 경력을 쌓았다. 개인이 좋은 최고학습책임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능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기업 CLO, 교육기관 CLO 등 특정 분야의 CLO의 능력이 아닌 일반적으로 CLO가 갖춰야 할 능력을 말하겠다. 사람들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당연히 재무 관련 전문지식을 갖추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술과 관련한 깊은 전문성을 갖출 것이라 생각하듯이, CLO는 학습 과정과 리더십 개발의 이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교육학, 학습 과정 디자인, 학습 과정에서 기술의 역할 등 다양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
―enlightED 콘퍼런스의 테마는 `디지털 시대에 교육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다.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교육의 일부 중 하나는 `교육받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다. 학사와 석사생들을 대상으로 말하겠다. 이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교육 과정은 실제 직장에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가장 최신의 인사이트를 반영해야 한다. 즉,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게 그들을 교육해야 한다. (현재 직장에서 사용되는) 디지털 애널리틱스 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전 교육 모델은 약 10년 동안 똑같은 교육 과정을 보여왔다. 이제는 매년 교육 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가장 최근에 개인이 직장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학생들이 기르도록 수업도 그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통해 개인은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온라인 공개 수업(MOOCs), TEDx 등으로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할 점은, `이렇게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얻은 지식을 토대로 어떻게 사람들이 교육기관 수업에서 활발하게 토론하고, 해당 지식을 토대로 능력을 기를 수 있을까`다.
―대학교에서 CLO를 임명하는 게 최근 트렌드라 보는가.
▷그렇다. 특히 학습 방식의 혁신에 중점을 두는 CLO가 대학에서 늘어가고 있다. 대학교들은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CLO가 혁신 과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주제를 바꿔보겠다. 최근 공동 집필한 저서 `정서적 유연성을 통해 진정한 자신감을 향상시켜라(Advancing Authentic Confidence Through Emotional Flexibility)`가 출간됐다. 저서에서 진정한 자신감을 `진짜 능력과 가치, 목적에 대한 개인의 내면적 인식`이라 정의했다. 진정한 자신감에 대해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공동 저자인 재클린 브래시 IE 객원 교수와 아르옌 판 비텔루스타위인 암스테르담 자유대 교수와 함께 개인의 성장을 되새겨 봤을 때 항상 들었던 의문이 있었다. 바로 `왜 개인은 스스로에게 필요하거나 본인이 잘 갖출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지 않는가`였다. 우리는 이에 대한 연구를 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사람들은 충분한 자신감이 없다면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새로운 업무를 도맡거나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는다. (개인의 능력에 대한 진정한 자신감이 없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거절하는 것이다. 우리는 연구를 통해 자신감이 개인의 잠재력을 뿜어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알았다. 지난 3년 동안 이와 관련한 연구조사를 해왔다. 연구 과정에서 우리는 직급과 상관없이 그 어느 누구라도 자신감이 100%인 상태가 아닐 때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CEO도 예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진정한 자신감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감을 향상하면 새로운 기술을 배울 마음이 더 커지고, 시도해보지 않았던 일을 시도할 마음이 생긴다. 이는 평생 학습에 매우 중요하다.
―개인이 진정한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하는 것을 피한다. 둘째는 경험 부족이다. 가령, 누군가가 `수많은 관중 앞에서 강연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강연 경험이 전혀 없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상태에서 강연을 잘하기 위해서는 몇 번의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고 부족한 점을 개선해 가면서 비로소 진정한 자신감이 생긴다. 이 때문에 연습이 매우 중요하다.
저서에서 우리는 1990년대 후반에 미국 임상심리학자 스티븐 헤이스가 창시한 수용 전념 치료(Acceptance Commitment Therapy·ACT)를 소개했다. ACT는 개인이 스스로의 감정을 효율적으로 조절해서 얻는 정서적 유연성에 도달하기 위한 심리치료 방법이다(저서에서 효율적 감정 조절은 본인의 목표 도달에 방해되는 감정을 물리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개인이 더 큰 진정한 자신감을 갖게 하는 ACT 중 하나는 명상이다.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하락하면 본인의 정서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긴장하거나 `얼음`이 된다. 이때 명상은 개인이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에 개인이 진정한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이런 두려움을 갖는 이유는.
▷크게는 두 가지가 있다. 누군가가 실패하면 `그 사람은 실력이 부족해. 이 직장에 오래 다니지 못할 것 같아`라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조직문화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람들은 어떤 일을 잘 못한다면 스스로 창피함을 느낀다. 직장동료, 고객 등의 반응에 두려움을 갖는 것이다.
―직장 내 남녀 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간다. 진정한 자신감에도 남녀 차이가 있는가.
▷이 역시 연구 결과에서 놀라웠던 점 중 하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진정한 자신감의 정도에서 비롯되는 남녀 차이는 없다. 다만, 진정한 자신감을 느끼는 상황이 다를 뿐이다. 여자라고 해서 진정한 자신감의 정도가 남자보다 낮은 것은 아니다.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기술의 진보가 개인의 진정한 자신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개인이 진정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기술이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무대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침착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가 되어야 한다면 명상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을 시작해 명상을 바로 시작할 수 있다. 5분 동안 앱을 사용해 명상을 하고 나면 그전보다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자신감도 회복하며, 그로 인해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괜찮은 상태로 변한다.
―그렇다면 직장에서의 학습 및 개발 프로그램은 직원의 진정한 자신감 향상에 도움을 주는가.
▷공동 저자 중 한 명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전 직장인) 맥킨지 파트너·컨설턴트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해왔다. 이런 워크숍에 참석한 사람들은 많은 인사이트를 얻고, 진정한 자신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저서에서 설명한 진정한 자신감을 향상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이를 토대로 행동한다(저서에서 설명한 진정한 자신감 향상 방법에는 △개인이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 깨닫고 목표 설정하기 △마음 챙김(mindfulness·현재 순간의 주의를 집중하기) △스스로가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본인이 갖고 있는 생각들은 단지 생각일 뿐, 자신의 본모습의 일부라 여기지 말기 등이 포함된다). 이 때문에, 학습 및 개발 프로그램은 개인의 진정한 자신감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직원들의 자신감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아직까지 기업 내 학습 및 개발 프로그램에 도입되지 않은 수업들이 있다면.
▷사실 개인이 진정한 자신감을 갖도록 훈련하는 것은 매우 새로운 아이디어다. 이를 위한 사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을 점차 많은 조직이 고려하고 있다. 사실 진정한 자신감 관련 프로그램을 조직에 도입하는 것은 금기 사항이 될 수도 있다. `나에게 자신감이 없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에 명상이 트렌드를 탔을 때를 기억해 보자. 스스로가 약해 보일까 봐 본인이 명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장 동료들에게 공유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진정한 자신감 향상 훈련 프로그램도 이와 같은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진정한 자신감 향상 훈련 프로그램에 점차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IE에서는 다양한 리더십 수업에서 진정한 자신감 관련 내용을 가르친다.
이를 통해 진정한 자신감 강화와 관련해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 닉 반 담 CLO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교육학 학사, 조직사회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네덜란드 니엔로드경영대학교에서 인재자원개발 부문의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 독일 닉스도르프 컴퓨터(Nixdorf Computer)에 입사한 이후 딜로이트, 맥킨지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올해 2월부터 스페인 IE 스쿨의 최고학습책임자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