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아 앨리 두 번째 이야기
박예진 지음
“안녕, 나 앨리라고 해. 아버지가 영국 사람이라서 혼혈이야. 그래도 엄마는 한국 사람이야”
앨리가 말했다.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 한 앨리는 친구들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이쁘다. 공주같아.” 동호가 말했다.
민수랑 동호, 윤주는 앨리 옆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내가 앨리 옆자리에 앉으려고 했는데, 담임 선생님이 번호를 뒷번호로 하시는 바람에
나는 73번이란 말이지. 앨리는 몇 번이지?”
“소문 들었어?” 민정이가 말했다.
“앨리는 미국 나이로 5살이라더라. 한국나이로는 7살이고 원래 미국나이로 6세가 돼야 입학을 할 수 있어서 내년에 입학을 해야 하는데, 빨리 입학한 거라고 하더라.”
영석이 말했다.
“정말이야?” 민서가 놀랐다.
“왠 유치원생이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네. 그래서 더 귀여운가?” 동호가 말했다.
앨리는 영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한국에서 학교를 다녀보고 한국 문화를 알고 나서 영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예정이었다. 그래서 영국은 만 5세에 입학이기 때문에 한국식으로 만 6세에 입학을 하면 나이가 많아져서 영국학교를 다니는 것이 싫었던 탓에 나이가 좀 어리지만 학교장의 허락을 받아서 만5세에 입학을 했다. 원래는 만 6세가 되는 8살에 입학을 해야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7살에 입학하는 애들은 생일이 1월 2월이라서 사실상 만 나이로 6세에 해당해서 입학이 가능하지만, 앨리는 한국나이로 7살이지만, 생일이 8월이라서 만 5세에 해당됐다. 그래서 내년에 입학이 맞다고 했지만, 영국에서 학교 다닐 것을 생각하고 빨리 입학을 하게 된 것이다.
“앨리 고무줄놀이 할 줄 아니?” 수미가 말했다.
“하고 싶어.” 앨리가 말했다.
앨리는 방과 후 친구들하고 고무줄놀이를 하게 되었다.
“산골짜기 다람쥐 아기 다람쥐 도토리 점심가지고 소풍을 간다. 다람쥐야 다람쥐야 재주나 한 번 넘으렴” 아이들이 노래를 불렀다.
한참을 고무줄놀이에 빠져 있을 때 한 남학생이 다가와서 가위로 고무줄을 싹뚝 잘라버렸다.
“뭐하는 짓이야.” 수미가 말했다.
“앨리야. 이런 일은 처음 아니야. 꼭 윤성이가 고무줄놀이할 때 나타나서 방해를 하더라니깐”
“앨리야. 그만 집에 가자. 어차피 숙제를 해야 돼” 현서가 말했다.
앨리는 고무줄놀이를 하다가 남학생이 고무줄을 가위로 잘라버리는 일은 처음 보았기 때문에
너무 놀랐지만, 아무 말도하지 않았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앨리가 말했다.
“앨리는 오늘 얼굴이 시무룩하구나!” 엄마가 말했다.
“오늘 고무줄놀이를 하는데, 윤성이가 고무줄을 잘라버렸어요.” 앨리가 말했다.
“그래 속상했겠구나! 그래도 숙제하고 밥 먹어야지.” 엄마가 말했다.
앨리는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동아 자습서를 보고 숙제를 하고 나니까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한글을 뗀 아이답게 앨리는 글씨를 예쁘게 쓰려고 했다. 앨리는 잘 모르겠는 부분은 엄마한테
와서 가르쳐 달라고 했다. 음악 숙제였다. 그래서 앨리 엄마가 차근차근 설명해주시고 앨리는
숙제를 다 끝낼 수 있었다. 공책도 다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엄마 나 피아노 학원 보내줘요.” 앨리가 말했다.
“피아노는 내년에 보내주려고 했는데?” 엄마가 말했다.
앨리는 지금 다니고 싶다고 엄마를 졸랐다. 앨리는 아버지가 음악대학교 교수라서 그런지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노래도 제법 잘 불렀다.
며칠이 지났다.
앨리는 드디어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과외선생님을 부르셔서
피아노 연습을 1시간 하고 나서 숙제하고 나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앨리야. 영어 공부도 해야한단다. 한국에서 오래 살지 않고 우린 곧 영국으로 돌아가야 해”
아빠가 말했다.
“네” 앨리가 말했다.
앨리는 숙제를 다 했다.
텔레비전을 틀었는데, 언니 애리가 집에 왔다.
“오늘은 좀 늦었구나!” 엄마가 말했다.
“애리는 학교에서 하교 후 속셈학원 끝나고 피아노학원까지 갔다 오면 늦어도
4시30분에는 집에 와야 하는데, 오후 6시가 돼서야 집에 오다니, 오늘은 무슨 일이니?”
엄마가 말했다.
“그냥요. 오늘은 친구 집에서 놀다가 집에 왔어요.” 애리가 말했다.
“뭐라고?” 엄마가 되물었다.
“애리, 너 오늘 학원 빠지고 친구 집에 가서 실컷 놀다가 지금 집에 온 거야?” 엄마가 물었다.
“종아리 걷어.” 엄마가 말했다.
“엄마 잘못했어요. 친구 집에 가려면 허락을 받고 가야한다고 했지만, 집에 전화를 한다는 것이 그만 친구와 종이인형 놀이를 하고 나니까, 집에 갈 때가 돼서 돌아왔어요.”
애리가 말했다.
“다음부터는 전화를 해야된다. 어서 숙제하고 밥 먹어.” 엄마가 말했다.
앨리는 언니 애리가 오락실에서 언니친구 은서랑 놀고 있는 것을 본 것 같은데, 언니가 오락실 이야기를 안 하는 것 같았다. 오락실 갔다고 하면 학교에서 반성문을 써야하고 만화책도 마음대로 빌려보면 학교에서 무슨 죄라도 지은 사람 취급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언니친구 은서는 그다지 좋은 친구 같지는 않았다.
앨리는 어른이 돼서 어린 시절을 회상해보니까, 앨리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은 한국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오지 않았던 것 같았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 지 며칠 밖에 되지 않았는데 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이 반공정신 어쩌고 하시면서 간첩을 잡아야한다고 하시고, 오락실 가지 마세요. 만화책 빌려보지 마세요. 이러는데,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려서는 오락실 못 가게 하고 만화책 못 보게 하는 학교가 싫었지만, 그냥 다녀야 했다.
앨리가 초등학교 다닌 어린 시절은 80년대였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라고 했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분명히 전두환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는데도 여전히 독재 국가 같은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앨리가 어른이 돼서 생각해보니, 초등학생들에게 오락실 못 가게 하고 만화책 못 보게 한 것이 자유를 억압이라는 사실을 뒤 늦게 깨닫게 되었다. 막상 어른이 되고 나서야 초등학생들 오락실 가는 것도 허용 돼고 만화책도 빌려보고 그래도 아무도 혼내지 않는 학교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