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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아 앨리 두번째이야기 2회 박예진지음
앨리는 다시 초등학생 시절을 회상했다.
앨리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을 때 피아노학원에 다니는 영채를 만났다.
“앨리언니, 어제는 왜 피아노 학원 안 왔어요?” 영채가 말했다.
“전 언니랑 소꿉장난하고 놀았던 게 정말 좋은데, 언니가 안 와서 심심했어요.”
“언니는 4학년이라서 공부해야 돼. 나는 네가 좋지만, 너랑 항상 놀아 줄 수는 없잖아.
네가 아직 1학년이라서 4학년 언니들이 배우는 공부가 어느 정도 어려운지 몰라서 그런 거야.” 앨리가 말했다.
“언니가 우리 집 놀러왔을 때가 좋았는데, 아빠는 의사선생님이예요. 그래서 항상 집에 안 계시고, 아빠는 늦은 시간에 집에 오신단 말이예요. 방학 때라도 저랑 놀아줘요.”
영채가 말했다.
이영채는 앨리언니가 좋았다.
‘영채는 좋겠다. 아빠가 의사라서 부자이고 우리 집은 그렇게 부자는 아니지. 영채 집에 놀러가면 장난감이 많았지. 부럽지만, 나도 언젠가는 큰 부자가 돼서 그 좋은 장난감을 전부 사게 될 거야.’ 앨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소풍 날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앨리는 친구 수미와 함께 돌아다녔다. 소풍 갈 때 늘 가는 곳을 갔지만,
그날은 어린이 대공원이었다. 처음으로 소풍 장소가 바뀌었다. 3학년 때는 학교 뒷산을 갔는데, 어린이 대공원이라는 사실에 조금 마음이 설렜다.
“오후 3시까지 처음 이 장소로 모여야 합니다. 지금부터는 놀이기구를 맘껏 타다가 이 장소로 모이세요. 집에 돌아갈 때는 같이 이동하는 것을 잊지 말고요.” 담임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수미와 앨리는 놀이기구를 맘껏 타러 다녔다. 엄마가 주신 용돈으로 놀이기구를 탔다.
놀이기구 4개는 타고도 간식을 사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돈이었다.
“회전 목마를 타고, 귀신의 집 가고 나면 될 것 같아.” 수미가 말했다,
앨리는 친구 수미하고만 돌아다녔다. 그러나 선미, 은선, 동호, 민수, 윤주, 민정 등은
여러 명이 항상 한꺼번에 몰려다녔다.
“앨리는 왜 수미하고만 다녀?” 민정이가 말했다.
“몰라, 우리가 안 챙겨서 그런 거야.” 동호가 말했다.
“반장이 앨리를 잘 챙겨야지.”
민수가 말했다.
“그래 맞아. 반장이랑 부반장이 챙겨야하는데, 앨리를 안 챙기고 그냥 둔 탓이야.”
윤주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오후 3시까지 돌아와야 한다고 했지만, 앨리는 처음 온 놀이공원이라서 헤맬 수도 있을
지 모르지. 외국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 왔다가 광주로 이사 온 상황에서 학교 다니는 것도 처음 같아 보이고,” 동호가 말했다.
“한국에서 쭉 살았다던데, 뭐 아기였을 때 잠깐 외국에서 생활했긴 했을 거라고 하더라.
그건 앨리 아버지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셨던 그 기간에 잠깐 그런 건데, 2살쯤에 한국에서 살았는데 뭐가 생소하겠어. 그냥 한국 사람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민수가 말했다.
“수미랑 놀이기구 탄다고 하던데, 암튼 찾긴 찾아야겠어.”
선미가 말했다.
4학년 8반 아이들은 놀이기구를 타러 다니면서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졌지만, 반장과 부반장이 있는 동호친구들은 앨리를 찾고 있었다.
“앨리 어서 찾아야지. 길도 생소한데, 서울에서 이사 와서 광주의 놀이공원은 처음일거야. 우리는 도와줬어야하는데, 수미하고만 돌아다니게 내버려 둔 것이 잘못일지도 몰라.”
“난 그냥 대학교수 딸이라서 앨리가 부럽기만 했는데, 엄마는 학원 선생님 잖아.” 반장 동호가 말했다.
“외톨이같이 두는 것도 좋진 않잖아. 지난 시간에 원래 청소 당번은 민정이가 맞는데, 민정이는 청소를 하지 않고 앨리에게 맡기고 도망을 갔잖아.” 동호가 말했다.
“그러니까 나보고 잘못했다는 거네.” 민정이가 말했다.
“청소당번은 그날 민정이가 하기로 약속 돼 있었는데, 네가 앨리에게 맡기고 간 건 잘못이지.”동호가 말했다.
“사과를 해야지.” 동호가 말했다.
“오늘 소풍날인데, 왜 갑자기 싸워.”
선미가 말했다.
“민정이가 사과를 하면 되겠네. 앨리도 우리 반 친군데, 괴롭혀서는 안 돼지.”
은선이가 말했다.
민정이는 아무 말도 못했다. 사실 민정이는 부반장이긴 하지만, 앨리에게 그날 일은 좀 미안했다. 청소당번은 번호순서대로 돌아가면서 하기로 돼 있는데, 민정이는 하기 싫은 마음에 앨리에게 맡기고 일찍 집으로 돌아가 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그날 앨리와 선미 등 다른 친구들이 남아서 청소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한편 앨리와 수미는 회전목마를 타고 나서 귀신의 집으로 들어가서 공포체험을 하고 나왔다.
귀신의집은 가짜로 만든 것이고 사실 사람이 만든 인형과 가짜로 공포를 준 체험이지만, 무서움을 타는 아이들에게는 공포를 느끼기에 딱이었다. 그리고 놀이터에서 조금 놀고 있었다.
“몇시지?” 앨리가 궁금해서 물었다.
“수미가 손목시계를 쳐다봤다.
“아직 1시간 남았어. 오후 3시까지 모이는 거니까, 좀 더 놀아도 될 거야.” 수미가 말했다.
앨리는 맞은 편에 있는 시계가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니야. 저길 봐. 오후 3시라고 지금 가야해. 네 시계는 고장 난 것 같아.” 앨 리가 말했다.
“뭐라고?” 수미가 놀라서 맞은 편에 있는 시계를 쳐다봤다.
“진짜 오후 3시네. 뛰어야 겠다.” 수미가 말했다.
앨리와 수미가 열심히 뛰어가고 있는 줄도 모르는 4학년 8반 친구들은 앨리와 수미가 늦은 것을 보고 기다리게 되었다.
“앨리와 수미가 좀 늦는 것 같구나!” 담임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4학년 8반 친구들은 앨리와 수미를 30분 넘게 기다렸다. 반장인 동호는 앨리가 어디로 갔는지 찾으러 가겠다고 말했고, 담임선생님은 조금만 기다려보자고 하셨다.
앨리와 수미가 저 멀리서 뛰어 오는 게 보였다. 다행이다고 생각했다.
“목 마르겠구나! 앨리와 수미야” 담임 선생님이 말했다.
앨리와 수미가 처음에 모이자는 장소에 온 것을 본 선생님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 단체 사진을 찍어야지. 집으로 가기 전에 말이다.” 담임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앨리와 수미는 무사히 단체 사진을 찍게 되었다. 58명이나 되는 친구들이 활짝 웃었다.
며칠이 지났다.
앨 리가 하교 시간에 집에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민정이가 앨리를 불렀다.
“앨리야 미안해. 지난 시간에 청소하지 않고 도망을 가면서 앨리에게 청소 맡기고 그냥 가버려서 미안해. 내가 해야 할 일을 남에게 미룬 일은 미안해.” 민정이가 말했다.
“응, 잊고 있었는데,” 앨리가 말했다.
“근데, 내년에 진짜로 미국 가는 거야?” 민정이가 물었다.
“아니 영국이야. 친구들이 다들 내 외모를 보고 아빠가 미국 사람인 줄 알더라고,
아버지가 영국의 대학교 교수님으로 가시게 되셔서 영국에서 살게 될 것 같아. 그래서
미국이 아니라 영국이고, 올해까지만 한국 학교에서 학교를 다니는 거야.”
앨리가 말했다.
“영국에 가서도 나 잊지 말아줘” 민정이가 말했다.
며칠이 지났다.
“앨리야. 이제 4학년 여름방학이 되면, 영어과외를 받아야겠구나! 영국으로 가야 한단다.
앨리야.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청소도 하고 숙제를 안 해 오면 선생님이 매를 들지만, 영국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공부하게 될 거야.” 아빠가 말했다.
“이미 외할머니가 영국에서 사시고 계셔서 어쩔 수 없긴 하지만요. 한국에서 살았던 경험은
잊지 않을 거예요.” 앨리가 말했다.
“앨리야. 엄마랑 앨리 그리고 언니는 한국에서 꽤 오래 살았으니까, 너는 한국 사람이야.
그러나 아빠와 외할머니 때문에 영국으로 가는 거야. 외할아버지는 돌아가셨잖니, 유언으로 남긴 말이 앨리 엄마에게 뭐라 하셨는지, 너는 모를 거다. 네 엄마가 이혼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늘 항상 외할머니를 마음 속에 그리워하면서 사셨기 때문에 다시 외할머니를 만나게 되었을 때는 많이 우셨다고 하던데,”
앨리 아빠가 말했다.
앨리는 영국으로 떠나기 전 4학년 2학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오늘은 마니또 게임을 할 거예요. 한 달동안 천사는 인간을 챙기고 마니또 게임이 끝나면, 누가 천사 였는지. 인간인지 밝혀지게 될 거예요.”
“제비뽑기로 인간을 뽑겠어요. 전부 이성 친구를 뽑을 거고요. 수가 모자라면 그 학생만
동성을 뽑는 거예요. 내가 맘에 들지 않는 친구를 뽑았다고 해서 인상을 쓰거나 안 챙겨주면
안 돼는 거예요. 한 달 후 누구인지 다 밝혀지게 될 거예요.”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왜 하필 현혜야.” 우승이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야, 우승이는 현혜를 뽑았나봐, 조금 이상한 앤데” 선자가 말했다.
“현혜 착하잖아. 왜 얼굴도 괜찮고,” 앨리가 말했다.
아이들이 누굴 뽑았다는 등 이런 이야길 하는 동안에 동호는 조심스럽게 종이를 펼쳐보았다.
‘앨리가 아니네, 나는 앨리에게 그 말을 하려고 했는데,’ 동호가 속으로 생각했다.
“동호야. 너는 누구 나왔어? 표정이 시무룩하네. 나는 민정이야.” 민수가 말했다.
“야, 나 앨리 뽑았다.” 은수가 말했다.
“난 좋아하는 애 따로 있는데, 앨리가 이쁘긴 하지만, 나는 다른 애 챙기고 싶은데,”
은수가 말했다.
은수는 마음에 담아 둔 여자 아이가 있었다. 이름은 이수아였다. 그러나 수아는 다른 반 친구이고, 같은 반 아이도 아닌데, 관심을 오래 갖기엔 역 부족이었다. 수아는 작년에 같은 반 친구이고, 수아는 아직 이성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어차피 은수는 수아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학원을 다니게 되면서 수아의 춤을 보았기 때문이다. 은수는 태권도를 배우려고 했으나, 우연히 무용 학원을 잠깐 다녔던 것이 원인이 되었다. 물론 지금은 무용학원을 그만 다니고, 태권도 학원으로 바꾸었다.
“앨리는 동호가 챙겨야 하는데, 동호는 누구 나왔어?” 근서가 말했다.
“은자” 동호가 말했다.
“대충 하면 되겠네, 어차피 은자는 임원이라서 그냥 대충해. 네가 하고 싶은 말을 담아서
네가 천사인 척하고 앨리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아서 편지 써서 보내면 되잖아. 너라는 것은 안 밝히고 말지. 그러면 앨리는 네가 천사인 줄 알 거야.” 민수가 말했다.
“안 돼. 앨리는 천사가 둘이 되는 거야. 그게 말이 돼” 동호가 말했다.
"나라면 이름 밝히고 고백편지를 보낼 것 같은데, 어차피 천사는 네가 아니니까?”
“그건 못 할 거야.”
한편 앨리는 인간이 동호였다. 하지만, 표정이 시무룩했다.
“왜 하필이면 동호지?” 앨리가 친구 수미에게 말했다.
“동호가 싫어?” 수미가 말했다.
“귀찮은 앤데, 다른 애였더라면 좋았을 것을 ” 앨리가 말했다.
“지난 번 짝꿍이 돼서 자리를 같이 앉게 되었는데, 동호는 날 귀찮게 했단 말이지. 귀찮은 애야.” 앨리가 조용하게 말했다.
“책상 가운데를 줄 긋고 넘어오면 한 대 때리겠다고 한 동호라고, 내 지우개 넘어갔다고
난리치고는 나 때린 그 애라고, 살짝 꼬집었다고 하지만, 난 동호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앨리가 말했다.
앨리는 동호의 마음을 모른 채 그저 귀찮은 친구라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지난 번 소풍 때
사탕 하나 먹으라고 준 게 전부였던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다. 동호는 앨리가 느끼기에
그냥 왜 그렇게 앨리를 귀찮게 하는 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한 달 동안 인간과 천사게임을 했지만, 현혜는 천사에게 엽서 한 장 받지 못했다. 우연히 이러한 사정을 알 게 된 앨리는 현혜에게 엽서와 사탕을 보냈다. 다음 주면 인간과 천사 게임이 끝나기 때문이었다. 원래 천사는 우승이었지만, 우승이는 현혜가 죽도록 싫단다. 그래서 현혜에게 엽서 한 장 보내지 않았다. 그래서 딱한 사정을 알 게 된 앨리가 현혜에게 천사가 돼서 엽서를 보냈다.
‘어차피 동호는 귀찮은 애라서 별로 챙기고 싶지 않아서 현혜를 챙겨야 할 것 같아.’
그래도 앨리는 한 달 동안 동호에게 엽서를 4장 정도 보냈다.
동호에게
그냥 내가 천사라서 보내야 한다는 게 좀 그렇지만,
여자애들 좀 그만 귀찮게 했으면 좋겠어.
특히 고무줄 놀이할 때 가위를 가지고 와서 줄을 끊는 행동은 그만 해주라.
사건을 다 써주면 누군지 알 것 같기에 그만 쓰려고 해
그래도 동호는 공부는 잘하고, 숙제도 잘 해가잖아.
난 동호에게 관심이 없지만, 네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잘 되길 바랄게.
천사가
‘맘에 없는 아이에게 엽서도 힘드네.’ 앨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현혜는 천사가 엽서 한 장 안 줬다고 울던데, 한 달이 다 돼 가는데, 그래서 내가
천사가 돼 주기로 했어. 일주일 후면 천사와 인간 게임이 끝나버린다 말이지.
원래 이성이어야 하는데, 동성친구가 보내도 괜찮을까?” 앨리가 말했다.
"천사 인간 게임은 원래 친하게 지내라는 의미이지 연애에 있지는 않지. 그래서 동성친구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준서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