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렸던 케이리그 챔피언을 가리는 울산과 포항의 뜨거웠던 '혈전'을 보고 난 뒤에 현장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중심으로 해서 글 두 편을 올린 적이 있었다.
울산과 포항, 그 뜨거웠던 축제의 현장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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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경기를 보면서 동영상뿐만 아니라 스틸 사진도 꽤 많이 찍었는데, 그 사진들을 그냥 컴퓨터 속에 묻어두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마치 앙금처럼 내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 사진을 바탕으로 해서 몇 줄의 짧은 넋두리를 담고 싶은 마음에서 적는 글이다.
이제는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라서 그 경기에 대한 기억들이 축구팬들 사이에서 조금은 빛이 바래졌을 모르겠지만 그날 경기가 안겨준 짜릿한 흥분과 벅찬 감동들이 여전히 식지 않은 채 살아 있는 나로서는 이 글을 통해서나마 다시 한 번 그 강렬했던 느낌 속으로 빠져들고 싶다는 바람으로 가득하다....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 DNA 깊숙이 박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나라 풍토에서 일장기를 버젓이 처용전사의 전면에 부착시킨 게 꽤 인상적이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 일장기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는 네티즌들도 더러 발견할 수 있었지만 그런 반응을 개의치 않을 정도로 울산 팬들 속에서 마스다에 대한 애정이 깊고 강하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지 싶다.

실제 가까이에서 본 박용지는 이 사진보다 더 귀엽고 깜직한 외모를 자랑한다는 걸 유념했으면 좋겠다. 그 외모 때문인지 그의 주위로 여러 명의 여성팬들이 서성이면서 그와 이야기 나누거나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애쓰는 걸 볼 수 있었다.
처음엔 박용지 근처에 다른 일행들과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그의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내가 워낙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지라 선뜻 나설 수가 없었다. 흑흑~
그러다 40대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아주 멋진 신사가 박용지에게 사진 한 장만 찍게 해 달라고 요청하자 박용지가 쾌히 승낙을 하는 것이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 뒤에서 이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다. 그 40대의 신사는 꽤나 열렬한 축구팬이었는지 박용지가 부상을 당한 것도 알고서 그와 관련한 질문을 하기도 하고, 내년에는 더욱 멋진 활약을 보여달라는 주문까지 아끼지 않았다.


김신욱은 울산 문수구장에서 최고의 스타였다.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마다 주위에 있는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걸 보면 확실히 그는 이 나라 최고의 축구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게 확실한 모양이었다.

이 나라 축구를 망치는 악성 종양 중 하나인 '엠빙신'에 있기 아까운 신승대와 가레스 이상윤 콤비의 모습도 눈을 즐겁게 해 주는 '볼거리' 중 하나였다.


양팀 벤치에 쏟아지는 이 뜨거운 카메라 세례를 보더라도 2013 케이리그 클래식의 챔피언을 가리는 이날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 일전인지 충분히 알 수 있지 싶다.


김승규 : 거참 살살 좀 합시다....
노병준 : 내가 좀 심했나? 이해해라, 승규야~
강민수 : 둘이 사귀냐?!
전반 초반에 '측면의 불도저' 노병준이 무서운 기세로 울산의 문전을 파고들다가 김승규와 조금 격한 충돌을 일으킨 뒤에 서로 화해하는 장면이다.

포항의 감독 황선홍은 외모에서 풍기는 카리스마만큼이나 '패셔니스타'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멋진 지도자다.

이제는 김호곤의 이 모습을 울산에서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축구팬으로서 무척 가슴 아프다. 울산 문수구장에서 4만이 넘는 팬들이 함께 '잘 가세요~'를 외쳐 부를 수 있게 해 준 당신의 그 업적은 축구팬들에게 잊혀지지 않은 채 진한 감동으로 길이 남아 있을 것이다.




하프타임에 박동혁과 김치곤에게 각각 '최우수 공격상'과 '최우수 수비상'을 시상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박동혁은 오랫동안 중앙수비수로 활약했는데도 공격 부분의 상을 받았다는 게 조금 이채로웠다.

시상식이 마치자마자 깜짝 이벤트로 '즉석 춤 경연 대회'를 가지고 있는 광경이다.


그 이벤트에 당첨된 귀여운 '소녀 댄서들'인데, 엄마로 보이는 사람들이 더욱 열광하는 걸 볼 수 있다.


이날 이벤트에서 가장 돋보이는 상품인 해외 여행권의 주인공은 '4인조 걸그룹'에게 돌아갔다.


위에서 박용지를 언급할 때 등장했던 그 멋쟁이 신사가 이 여성팬에게도 사진을 부탁하는 걸 놓치지 않고 뒤에서 이 장면을 몰래 찍을 수가 있었다.
이렇게 깜찍한 여성팬의 마음을 훔쳐가다니, 두고 보자 김승용! 뿌드득~

이날 경기에서는 팬 서비스의 하나로 '유비' 유상철의 사인회도 가졌다.
1996년도 울산 감독으로 고재욱이 있던 시절에 신생팀 수원 삼성과의 '격투기' 끝에 우승을 차지했을 때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그가 이날 경기를 보면서 어떤 감회에 젖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작년 그가 감독으로 있던 대전의 강등을 바라보는 심정도 어떤지 궁금했다.

이날 경기가 가지는 엄청난 무게감은 차범근이라는 슈퍼 파워까지 등장하는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차범근이 내뿜는 존재감은 아직 어린 10대 학생팬들까지 그에게 사인을 부탁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을 정도로 대단했다.


'가을 전어'가 철도 모르고 겨울까지 설치다니!
12월 찬 바람 속에서도 미쳐 날뛰는 이 '가을 전어'는 후반에 교체로 출전을 해서 적잖은 활약을 펼쳤다. 이러다 내년부터는 '4계절 전어'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위에서 언급을 한 40대 축구팬은 마스다를 무척 좋아하는지, 교체를 위해서 몸을 풀고 있는 걸 보고서 곧바로 "마스다가 나온다!" 하며 큰소리를 치면서 반기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 신사 축구팬은 꽤나 해박한 축구 지식을 갖고 있는 듯 양팀 선수들의 이름을 줄줄이 꿰차고 있는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처음엔 후반 교체 선수로 김동석이 나왔지만 곧바로 다른 선수로 바뀌게 되었다. 김동석은 뜻하지 않은 '수모'를 당한 채 물러서야만 했다.

결국 울산의 최보경과 교체가 된 것은 작년에 수원에서 이적한 최성환이었다.

12월의 쌀쌀한 날씨와 함께 국내 축구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을 자랑하는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이 나라 언론의 횡포에도 굴하지 않고 2만이 넘는 축구팬이 울산 문수구장을 찾았다는 게 놀랍기만 했다.

0 대 0 무승부로 끝이 나서 결국 우승은 울산이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서 김신욱이 벤치로 향하는 모습이다. 그의 등장으로 다시 한 번 관중석이 크게 술렁였을 정도로 그는 스타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뽐냈다!

결국 2013 케이리그 클래식의 우승은 종료 직전 극적으로 터진 김원일의 결승골로 포항의 차지가 되었다. '잘 가세요'와 '영일만 친구'가 계속해서 포항 서포터즈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전광판에 새겨진 이 문구는 마치 패배의 눈물을 흘려야먄 했던 울산 팀원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준비된 것처럼 보였다.

울산의 안방에서 포항 스틸러스가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장면이다. 비록 울산의 패배로 끝이 났지만 적지 않은 울산 팬들이 끝까지 남아서 포항의 우승을 축하해 주는 모습들도 참으로 인상 깊게 다가왔다.

선수와 지도자에 이어서 팬들도 우승 트로피와 함께 더욱 기쁨을 만끽해 보자는 듯이 서포터즈들에게 넘겨진 우승 트로피를 열성팬들이 높이 치켜들고서 환호하는 모습이다.


포항 스틸야드를 찾는 어린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 주는 자상함을 보이던 신화용은 이날 자신에게 손을 흔드는 팬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면서 함께 손을 흔들며 답례를 하는 정성 어린 면모를 보여 주었다.


팬들의 요청에 관중석까지 올라와서 사인은 물론이고 사진 촬영도 흔쾌히 함께하던 이명주의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이때 내 귀에 꽤 인상적으로 들렸던 대화를 하나 여기에 옮기자면....
어떤 커플 팬 중 남자 : 유니폼 주시면 안 돼요?
이명주 : 오늘은 안 되고, 다음에 드릴게요.
어떤 커플 팬 중 남자 : 그럼 다음에 꼭 주셔야 해요!
어떤 커플 팬 중 여자 : 언제 줄 건지 확실하게 말을 해 주세요!
이명주 : ......................................
이상, 일요일 초저녁부터 퍼마신 술에 완전히 엉망이 된 상태에서 내질러본...
'울산 문수구장에서 볼 수 있었던 여러 가지 풍경'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첫댓글 잘 봤습니다 ㅋㅋㅋ해외여행 상품권은 우리 섭터석에서 가져갔어요 ㅋㅋ
김승용팬 저여성분 경기장갈때마다 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