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읽을 독)해야 귀신도 많이 잡는대요”
해병대2사단 포병연대 포5대대
지난해 하반기 독서율 84% 달성
해병대 독서우수부대에 선정돼
독서 통한 선후임 유대관계 ‘탄탄’
입대 후 99권의 책을 읽은 해병대2사단 포5대대 박진광(오른쪽) 상병이
‘리딩1250’ 독서기록표에 읽은 책의 수를 살펴보고 있다.
책 읽는 해병? 왠지 낯설다.
해병이라면 귀신을 잡아야 할 것 같은데 요즘 해병대에선 귀신 대신 책을 잡는 해병들이 늘고 있다.
해병대가 이영주 사령관 주도로 지난 2013년 시작한 ‘리딩(Reading) 1250운동’ 덕분이다.
리딩1250은 ‘한 달에 두 권씩 책을 읽고 전역하는 시점까지 총 50권의 책을 읽자’라는 취지로 시작됐다.
리딩1250이 병사들의 자기계발은 물론 병영문화개선에도 큰 효과를 보이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열린 제4차 문화융성위원회에서 이를 언급할 정도로 유명 프로그램이 됐다.
해병대2사단 포병연대 포5대대를 찾아 임무 수행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도
전 장병이 독서에 매진할 수 있는 비결과 독서를 통한 부대관리의 이점을 알아봤다.
포5대대는 지난해 하반기 독서율(한 달에 2권 이상 책 읽는 병사 비율) 84%를 달성해
해병대사령부로부터 독서우수부대에 선정됐다.
“처음에는 책 읽는 습관이 안 들어 힘들었는데 이젠 시간만 생기면 자연스럽게 책을 들게 됐습니다.”
(함중규 일병)
“예전에는 후임병 시절에 독서는 엄두도 못 냈다던데
부대에서 적극 권장하니
선임들 눈치 보지 않고 여유 있을 때마다 생활반에서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습니다.”
(이홍섭 일병)
“선후임끼리는 물론 간부님과도 책 얘기를 하다 보니
대화를 풀어가기도 좋고 좀 더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박지혁 일병)
포5대대에서 만난 장병들은 하나같이 독서 예찬론을 펼쳤다.
대대가 독서를 권장한 지 1년 정도 됐지만
이미 이들의 생활은 책읽기라는 좋은 습관에 곱게 물든 듯한 느낌이었다.
그 이유는 크게 대대 시설과 정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원래 회의실이었던 장소를 개조한 대대 도서관 규모는
33㎡ 남짓으로 아담하지만 깔끔하고 이용자 편의를 고려해 꾸며진 점이 눈에 띄었다.
보유 도서도 5000여 권에 달한다.
대대급 부대로서는 적잖은 규모.
거기다 인기 도서 위주로 책을 갖춰 이용자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
장르별로 분류해 쉽게 책을 찾을 수 있도록 했고
도서관리병을 배치해 신병이 전입해 오면 프로그램을 설명해주고 휴일에도 책을 빌릴 수 있도록 했다.
시설도 좋지만, 독서 권장 정책은 더 좋다.
우선 1시간의 점호시간 중 30분을 무조건 할애해 책을 읽도록 했다.
동기유발을 위해 10권의 책을 읽고 일정량의 독후감을 제출하면 그때마다 포상휴가증을 주고 있다.
생활관 앞에 병사별로 읽은 책 수를 스티커로 표시하도록 했다.
매일 스티커를 보면서 포상휴가를 받기까지 어느 정도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보고 느끼도록 한 것이다.
또 신병이 전입해 오면 생활반장이 쉬운 책부터 추천함으로써
책을 매개로 선후임이 유대관계를 형성하도록 했다.
‘아버지 1인 1책 보내기 운동’도 권장하고 있다.
면회 오는 부모님과 면담을 통해 아들에게 한 달에 한 권 정도 책을 보내달라고 권유하는 것.
아들의 군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것은 물론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소재를 만들어줘
부자관계를 회복하는 데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이와 함께 대대장은 간부들의 생일 때 책을 선물해
병사뿐 아니라 간부들도 책 읽기에 동참하도록 하고 있다.
입대 후 99권의 책을 읽었다는 박진광(23) 상병은
“원래 군 생활 중 50권을 읽는 것이 목표였는데 좋은 환경 덕분에 목표를 훌쩍 넘겼다”면서
“이제 읽는 양에 구애받지 않고 관심 가는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배 정 훈 포5대대장
“올해는 독서의 내실을 기하는 것이 목표”
“소장 도서를 1만 권까지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부대의 많은 업무가 그렇듯 특정 정책이 추진력을 얻으려면 지휘관의 관심은 필수다.
그런 점에서 해병대2사단 포병연대 포5대대가 독서우수부대로 선정된 데 가장 큰 원동력은
배정훈(중령·해사48기·사진) 대대장의 의지라 할 수 있겠다.
배 중령이 리딩1250을 누구보다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개인적 취향뿐만 아니라 부대관리에서 독서의 이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책읽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생활반 단위로 분석해보면 독서를 많이 하는 생활반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사고율이 훨씬 낮습니다.
그만큼 부대관리에 유용한 수단인 셈이죠.
부모님께서도 이등병 때부터 책을 읽으며 자기계발을 한다고 소개하면 깜짝 놀라십니다.
후임도 책을 읽을 만큼 편안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에 한 번 놀라시고
입대 전 책과 담을 쌓았던 아들이 책을 읽는다며 두 번 놀라시죠.”
그 효과를 알기에
배 중령은 양서 확보를 위해 다른 이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인들을 통해 도서를 기증받고 대학 도서관과 연계해 책을 받기도 합니다.
요즘은 진중문고도 좋은 책이 많아서 사단에도 끊임없이 협조를 요청합니다.
우는 아이 떡 하나라도 더 주는 게 인지상정이니까요.”
어느 정도 책을 확보했다고 판단한 만큼 올해는 독서의 내실을 기하는 것이 배 중령의 목표.
“무작정 ‘책을 읽으라’하기보다
어떻게 책을 읽는지 그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올해는 초빙강연 등을 통해 독서 멘토링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인근 강화도서관의 독서교육에 월 2회 참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고
독후감 경연대회 역시 대대 단위로 실시할 예정입니다.
독서를 통해 검색형 인간을 사색형 인간으로 만들고
꿈이 없다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독서로 꿈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국방일보, 글·사진= 김가영 기자 < kky71@dema.mil.kr >
첫댓글 옛날엔 우락부락한 사람만 해병대 가더니 요새는 꽃미남만 뽑는거 같습니다...못생긴 사람은 이제 해병대 지원 하지도 못해~~ㅋㅋㅋ
질적인 해병대,,고급군대가 되어가는것 같으내요,,,무엇이든지 삼군에 앞장서야 해병대가 국민의 사랑을 받습니다,,,
책 읽는 문화는 군대,사회 어디서나 꼭 필요한 문화 이지요.^^
자고로 알아야 면장한다는 말이 있듯이 유식한 해병대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