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공중묘지
- 김왕노
이 땅의 허공은 생 꽃이 죽은 비린내가 진동한다. 뭉게구름처럼 피어
나 흐른다. 화무십일홍이라는데 십 일도 되기 전 바람에 짓밟히고 학살
된 억울한 꽃들의 아비규환이 휩쓸고 간 후 함구령에 코 막고 귀 막은 꽃
위로 죽은 꽃의 살 비린내 진혼곡처럼 흐른다. 오늘도 바람에 유린되어
분분히 휘날리다 아득한 허공 속으로 흩어져가는 저곳은 꽃들의 공중묘
지다. 가끔 꽃의 비석이듯 일어섰다 순간 사라지는 번개로 더 슬픔이 극
에 달하는 저 허공은 세상에 아름다움을 보여준 게 죄라는 듯 처형된 꽃
들이 묻힌 곳, 지상은 무연고자 꽃이 낭자하게 진 무연고자의 묘지, 내 슬
픔은 꽃들의 공중묘지와 꽃들의 무연고자 묘지 사이에서 진자처럼 천천
히 흔들리고 있다.
ㅡ계간 《아토포스》(2024,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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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에서는 모든 숨탄것이 저마다의 일생을 순리대로 영위합니다
돋나보이려고 애쓰지 않으면서 꽃을 피우고 열매도 맺으며 번성하다가 소멸되기도 합니다
사람들만 무덤을 만들어 후세에 이름이라도 남기려 하지만, 역사에 기록되는 이름이 몇이나 될까요?
수십 억년의 지구 역사를 통틀어볼 때 공동무덤 아닌 땅이 어디 있나요?
아주 가끔 비석 앞에서 해석하지 못하는 표식을 헤아리느나 머리를 감싸 쥔 사람도 많잖아요?
이미 죽은 꽃은 그저 '화무십일홍'이란 의미로 존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