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최진규 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 회장 찔레 열매로 만든 우공산·탕은 신효막측 초여름 찔레꽃이 하얗게 피어 맑은 향기가 사방에 퍼지면 그 향기에 취한 벌과 나비들이 앞을 다투어 모여든다. 그래서 찔레꽃 주변은 달콤한 꿀을 찾으려는 벌과 나비들의 날갯짓 소리로 늘 소란스럽다. 이때쯤이면 시골 아이들도 손가락처럼 길게 자라난 찔레순을 꺾어서 맛보려고 찔레나무 가시덤불 사이를 헤치고 다닌다.
천진한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지녔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연인과 함께 산책하던 중에 연인한테 주려고 장미꽃 한 송이를 꺾다가 장미가시에 엄지손가락을 깊이 찔렸다. 그런데 가시에 찔린 손가락의 상처가 낫지 않고 덧나서 백혈병으로 악화되었고 결국 그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릴케가 가시에 찔린 손가락을 병원에서 치료받지 말고 자신을 찌른 그 장미나무의 뿌리를 물로 달여서 먹었더라면 백혈병에 걸려 죽지 않았을 것이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찔레나무 뿌리를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곪는 데 치료약으로 썼으며 실제로 찔레나무 뿌리는 괴저(壞疽)병이나 탈저(脫疽)병 등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화농해 곪는 병에 좋은 효과가 있다.
대개 가시가 있는 나무는 독이 없다. 가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도구다. 껍질이 연약하고 부드러운 것일수록 독이 많다. 가시 자체에는 독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무의 가시는 자신을 찌르지 않는다. 가시가 있는 나무는 온갖 염증이나 암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이 많다. 찔레나무 역시 항암 작용과 염증 치료 효과가 높다. 따라서 엄나무, 아까시나무, 탱자나무, 주엽나무, 선인장, 호랑가시나무, 실거리나무, 가시오갈피 등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나무는 암이나 염증을 치료하는 데 귀중한 약재가 될 수 있다.
식물의 가시는 적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가시가 많은 식물에는 외부에서 침입하는 병원균이나 독을 물리칠 수 있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시에 찔려서 염증이 생겼다면 찔린 그 나무의 뿌리나 껍질이 가장 좋은 치료약이 될 수 있다.
미용에 으뜸 찔레꽃 향수 찔레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잎이 지는 작은키나무다. 초여름에 환하게 등불을 밝힌 듯 무리지어 피어나는 꽃도 아름답지만 가을철에 빨갛게 익는 열매도 귀엽고 앙증맞다. 찔레나무는 장미과 장미속에 딸린 떨기나무로 사람들한테 가장 사랑을 많이 받는 꽃인 장미의 야생 원종이다. 세계에는 장미 종류가 1만6,000가지나 되는데 모두 야생장미인 찔레를 기본종으로 하여 개량한 것이다.
찔레를 한자로는 석산호(石珊湖)라 쓰고, 그 열매를 영실(營實), 또는 색미자(嗇薇子)라고 부른다. 민간에서 약재로 귀하게 여기는데 꽃, 열매, 뿌리, 새순, 살아 있는 뿌리에 기생하는 버섯 등을 모두 약으로 쓴다.
찔레꽃 향기는 사람을 사로잡을 만큼 짙고 신선하다. 우리 옛 여인들은 이 찔레꽃의 향기 성분만을 모아서 화장수로 즐겨 이용했다. 찔레꽃을 증류해 만든 화장수를 꽃이슬이라 불렀다. 찔레꽃 이슬로 얼굴을 씻으면 살결이 옥처럼 고와진다. 목욕물에 넣어서 목욕하면 살결이 부드러워지고 윤기가 난다.
찔레꽃이 활짝 피기 직전 맑은 날 아침 일찍 해가 뜨기 전에 따 모아서 쌀로 만든 맑은 소주에 담가 두면 정유 성분이 술에 녹아 나와서 진한 찔레꽃 향기가 나는 술이 된다. 이 술을 얼굴과 살결에 바른 다음 가볍게 주물러 준다. 또는 신선한 찔레꽃잎을 따뜻한 목욕물에 넣어 띄우고 그 물에 목욕을 하기도 한다. 찔레꽃에는 0.02ބ˜.03퍼센트의 정유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정유 성분이 염증을 삭이고 갖가지 병원균들을 죽이며 더위를 식히고 위장을 조화롭게 하며 출혈을 멎게 하는 등의 작용을 한다.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장미꽃에서 정유 성분을 모아서 기침이나 감기, 눈병과 출혈을 막아주는 약으로 썼다. 장미 정유는 상처를 치료하고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는 작용이 있어서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이나 우울증 환자들에게 좋은 효과가 있다. 장미 정유는 세계에서 가장 값이 비싼 향료 가운데 하나로 장미 향유 25g을 얻으려면 장미꽃 1만 송이가 있어야 한다. 찔레꽃을 개량한 장미보다는 야생 원종인 찔레꽃에 들어 있는 정유 성분이 월등하게 효과가 좋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상의 해독제 찔레 열매 찔레나무 열매는 여성들한테 제일 좋은 약이다. 찔레나무를 잘 활용하면 누구든지 미인이 될 수 있다. 먼저 찔레나무 열매는 몸속의 쓸모없고 오염된 물기를 모조리 몰아내어 준다. 한마디로 말하면 치수(治水)의 제왕(帝王)이다. 몸속에 쌓여 있는 오염된 물기가 빠지면 체중이 줄어들어 날씬해지고 살결이 매끄럽고 탄력이 생긴다.
찔레 열매는 모든 독을 풀어주는 가장 훌륭한 해독제다. 산에서 독초를 먹고 중독되었거나 잘 알지 못하는 산나물이나 산열매 같은 것을 먹고 중독되었을 때 찔레나무 열매를 따서 5~10g을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는다. 먹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설사를 하거나 소변이 많이 나온다. 대변과 소변을 통해 독이 빨리 몸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이다.
찔레나무 열매는 장의 운동을 좋게 하여 변비를 없애고 부은 것을 내리고 생리통이나 생리불순, 냉증 같은 부인병을 치료하는 데에도 뛰어난 효험이 있다.
찔레나무 열매에는 비타민 C가 감나무 잎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생리통, 생리불순, 변비, 신장염, 방광염, 각기, 부종이나 수종 등 온갖 여성들한테 흔한 거의 질병을 통치한다. 8ބ¡월에 반쯤 익은 열매를 따서 그늘에서 말려서 약으로 쓴다. 물로 달여서 먹거나 가루 내어 먹는다. 하루 열매 10?g에 물 1리터를 붓고 물이 절반쯤 되게 약한 불로 달여서 세 번으로 나누어 매 식사 후 먹는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설사가 심하게 날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조금씩 먹다가 차츰 양을 늘려 나가는 것이 좋다. 옛말에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 했으니 욕심이 앞서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찔레나무 열매로 담근 술을 영실주(營實酒)라 부른다. 반쯤 익은 열매를 따서 깨끗하게 씻어 50도쯤 되는 독한 증류주에 담가 서늘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어 6개월쯤 숙성시켜 두었다가 한 번에 30~50ml씩 아침저녁으로 복용한다. 생리불순, 부종, 방광염 여성 질병이 없어지고 살결을 고와지게 하는 효력이 있어 미인주(美人酒)라고 부른다.
어떤 약이든지 술로 담가서 먹으면 알코올 성분이 약효 성분을 끌고 들어가는 인경작용을 할 뿐만 아니라 몸속에 빨리 흡수되므로 효과가 훨씬 빨리 나타나기 마련이다. 술은 약효 성분을 전달하는 속달(速達) 우편배달부와 같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약술이라도 오래 복용하면 반드시 간, 심장, 콩팥, 뇌 같은 장기들이 망가진다. 필요한 물품을 받은 뒤에는 배달부가 더 이상 필요 없다. 강을 건넌 뒤에는 배가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이다. 속효(速效)를 보기 위해 약술을 마시고 병이 나은 뒤에는 끊어 버리는 것이 약술을 잘 마시는 요령이다.
찔레 열매에 물을 10배쯤 넣고 천천히 가열해 물엿처럼 될 때까지 졸인 것을 영실고(營實膏)라고 한다. 영실고는 맛이 좋고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는다. 찔레나무 열매가 흔할 때 따서 만들어 두고 먹으면 좋다. 찻숟갈로 하나씩 따뜻한 물 200~300ml에 풀어서 하루 2~3번 먹는다. 몸 안에 쌓여 있는 온갖 노폐물과 독소, 오염 물질이 빠져나가서 몸과 마음이 날아갈 듯이 가볍고 깨끗하게 된다.
| 찔레 열매는 치수(治水)의 제왕(帝王) 찔레나무 열매는 독이 없지만 잘 법제(法製)해서 쓰면 효력이 10배나 더 좋아진다. 악창, 종기, 신경통, 관절염, 천식, 갖가지 중독, 부종, 수종, 소변불통, 야뇨증, 오줌싸개 등에 효과가 빠르고 강력하다. 법제 방법은 어렵지 않지만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든다. 무엇이든지 정성이 많이 들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곧 찔레 열매를 약간 덜 익었을 때 따서 그늘에서 말려서 술을 품어 시루에 넣고 증기로 10분 동안 쪄서 햇볕에 말리기를 아홉 번 반복해 가루를 내면 된다. 이렇게 만든 가루를 우공산(禹功散)이라고 한다. 이 가루를 한 번에 3~5g씩 하루 2~3번 빈속에 따뜻한 물과 함께 먹는다. 우공산이라는 이름은 고대에 뛰어난 치수(治水) 능력으로 대홍수로 인한 피해를 막았던 우 임금과 같은 공이 있다고 해서 붙인 것이다.
우 임금은 4,000여 년 전 역사상 최고의 태평성대(太平聖代)로 알려진 요(堯) 임금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다. 그 때 높은 산꼭대기에 쌓여 있던 만년설(萬年雪)이 녹아 흘러내려 홍수가 크게 나서 산과 도시와 농토가 모두 물에 잠겼다. 우는 요 임금한테서 치수(治水)를 맡아 피해를 줄이라는 명령을 받고 물길을 사방으로 파서 수해로 인한 피해를 막았다. 대홍수를 다스리는 데 성공한 공로(功勞) 덕분에 우는 순 임금의 뒤를 이어 임금이 되었다.
그 뒤로 사람들은 우 임금을 치수의 신(神)으로 칭송했다. 찔레나무 열매는 몸속에 있는 물을 다스리는 데 우 임금에 못지않은 공효(功效)가 있다고 하여 찔레나무 열매로 달인 탕을 우공탕(禹功湯)이라고 하고, 찔레나무 열매를 법제하여 만든 가루를 우공산(禹功散)이라고 부른다. 그 이름대로 우공탕과 우공산은 몸속에 있는 물을 다스리는 데 신효막측(神效莫測)한 효력을 발휘한다.
찔레나무 뿌리 역시 어혈을 풀어 죽은피를 없애고 혈액을 맑게 하며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염증을 삭이는 데 좋은 효능이 있다. 특히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막힌 혈관을 뚫어 주는 힘이 세다. 여성들의 산후풍(産後風), 산후골절통, 부종, 어혈, 관절염 등에 효과가 신비롭고 당뇨병이나 고혈압에도 좋은 효능이 있다.
여성들의 산후풍, 산후골절통에는 찔레나무 뿌리로 술을 담가서 먹으면 효과가 더욱 빠르다. 가을철이나 이른 봄철에 찔레나무 뿌리를 캐내어 진하게 달인 물로 율무쌀로 막걸리를 빚어 저녁에 자기 전에 가볍게 취할 만큼씩 마신다.
키 크는 데 좋은 찔레순, 간질에 명약(名藥) 찔레뿌리버섯 찔레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찔레나무뿌리버섯은 장미나무 버섯이라고도 부르는데 어린이들의 기침, 감기, 경기(驚氣), 간질(癎疾)에 최고의 묘약(妙藥)이다. 항암효과도 높아서 갖가지 암 치료에 효과가 크다. 그러나 이 버섯은 살아 있는 찔레나무 뿌리에 붙어 땅속에서 자라는 까닭에 찾아내기가 어렵다. 살아 있는 나무에 자라는 버섯은 나무의 생명력을 흡수하면서 자라는 까닭에 약으로 쓸 수 있지만, 죽은 나무나 죽어가는 나무에 자라는 버섯은 나무의 사기(死氣)를 흡수해 자라는 까닭에 약으로 쓰지 않는다.
찔레나무버섯을 물로 달여서 먹어 보면 흙냄새 비슷한 냄새가 조금 날 뿐 별 맛이 없다. 그런데 이것을 복용해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한 간질 환자가 치유되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간질은 위장 기능이 허한(虛寒)하고 위벽에 담(痰)이 붙어서 발병한다. 그래서 한자(漢字)에서 담(痰)을 가래 담 또는 간질 담이라고 쓰는 것이다. 위장은 대뇌와 신경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위벽에 붙어 있는 담으로 인해 뇌신경의 활동에 장애가 생겨서 간질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간질은 위장을 따뜻하게 하고 위벽에 붙어 있는 담을 제거하면 고칠 수 있다.
간질에 찔레나무뿌리버섯 10?g을 물 1.8리터에 넣고 약한 불로 한 시간쯤 달여서 물의 양을 절반으로 줄어들게 하여 그 물을 한 번에 200~300ml씩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빈속에 마신다. 찔레나무 버섯이 위벽에 달라붙어 있는 끈적끈적한 담(痰)을 제거하기 때문에 간질이 낫는 것이다. 찔레나무 버섯은 특히 어린 아이의 간질에 치료 효과가 빠르고, 나이가 많거나 간질 발작 증상이 생긴 지 오래 된 사람은 오랫동안 복용해야 한다. 위암, 폐암, 간암 등 갖가지 암에도 똑같은 방법으로 물로 달여서 복용한다. 여러 버섯 중에서 암 치료에 가장 탁월한 효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른 봄철에 올라오는 찔레 새순도 좋은 약이 된다. 자고 나면 한 뼘씩 쑥쑥 올라오는 연한 순을 뚝뚝 꺾어 껍질을 까서 먹으면 약간 떫으면서도 들척지근한 맛이 있어서 옛날 시골 아이들한테 좋은 군것질거리였다.
찔레나무 새순은 하늘을 향해 쑥쑥 잘 자라는 성질이 있어서 어린 아이들의 키를 쑥쑥 잘 자라게 한다. 잘 자라는 것을 먹으면 잘 자라게 되는 것이다. 찔레 순에 쌀로 만든 식초와 토종꿀을 약간 넣어 따뜻한 데 며칠 두면 발효하여 초가 되는데, 이것을 한두 숟갈씩 아이들에게 수시로 먹이면 키가 쑥쑥 잘 자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머리가 총명해지고 기억력이 좋아지며 면역력이 강해져서 잔병치레를 일절 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