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에서 교수생활을 했던 시절까지 그는 전형적인 분석 철학자였다.
그가 그 대학에 있던 시절 발표한 논문들은 대부분 심리 철학에 관한 것이다.
그는 ‘제거적 유물론’(eliminative materialism)이라는 독특한 입장을 개진했다.
그 후 그는 분석 철학과 결별하고 프래그머티즘의 철학으로 매진하게 된다.
그의 프래그머티즘은 퍼스보다는 제임스나 듀이 식의 프래그머티즘이다.
“프래그머티즘에 대한 나의 첫 번째 규정은
그것이 ‘진리’, ‘지식’, ‘언어’, ‘도덕’ 등등의개념과 같은 철학적 이론화의 대상에 적용된
반 본질주의라는 것이다.
이것은 ‘참된 것’이란 ‘믿기에 좋은 것’이라고 하는 제임스의 정의를 통해 설명될 수 있다. […]
제임스의 요점은 […] 진리란 본질을 갖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 프래그머티즘에 대한 두 번째 규정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당위적인 것에 관한 진리와 존재에 관한 진리 사이에는
어떤 인식론적인적인 차이도 없고,
사실과 가치 사이에는 어떤 형이상학적 차이도 없으며,
도덕과 과학 사이에는 어떤 방법론적 차이도 없다. […]
프래그머티즘에 대한 세 번째이자 마지막 규정은 다음과 같다.
프래그머티즘은 대화적인 것 이외에는 탐구에 있어서 어떤 제약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대상, 마음, 언어 등의 본성에서 나오는 전반적인 제약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으며,
동료 탐구자의 언급에 의해 제기되는 소소한 제약만이 있을 뿐이다.
(Consequences of Pragmatism, pp. 162-165.)
로티의 철학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반표상주의(anti-represen ta- tionalism)라고 할 수 있다.
표상주의 철학에 의하면
철학은 자연이나 실재를 있는 그대로 비추어 주는 거울이다.
표상주의는 플라톤으로부터 시작하여 로고스 중심의 철학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입장이다.
플라톤주의적 철학은 인간에게 진리를 거울처럼 비출 수 있는 어떤 본성이 있다는 것을 가정한다.
우리의 어떤 우리의 어떤 능력이 거울처럼 영원불변의 진리를 비춘다는 생각이
바로 철학적 용어 ‘표상’에 나타나 있다.
로티는 거울로 비유되는 진리에 대한 입장을 거부한다.
플라톤의 이런 표상주의는
근대 철학자에게는 ‘오성’이라는 개념에서,
현대 분석 철학자에게는 ‘언어’라는 개념에서 나타나고 있다.
로티는 이런 개념이 가지고 있는 표상주의적 입장이 근거 없다는 것을 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