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를 전혀 모르는 젊은 세대, 정상일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우리에게서 멀어져간 것 중 하나가 바로 한자(漢字)일겁니다. 예전에는 한자를 모르면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던 신문이나 서적들이 참 많았습니다. 컴퓨터를 가까이 하게 되면서 세상이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한자를 몰라도 생활을 하는데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왜 뜬금없이 한자타령이냐고요?
얼마 전 제가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신입사원 공채가 있었습니다. 몇 주 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실전배치를 받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 혈기 넘치는 젊은 사원들. 불과 며칠 전에 이들 중 한 사원에게 조그마한 심부름을 시킨 적이 있었지요. 관재함을 열어 결혼식에 쓸 거니까 축의금 봉투 한 장만 꺼내오라고 한 것.
잠시 후, 신입사원이 갖고 온 봉투는 한 장이 아닌 두 장이었던 것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는 경조사용 봉투를 제작하여 직원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조의를 표할 때 사용하는 부의 봉투와 결혼축하용 화혼봉투 두 종류입니다. 분명 결혼식에 사용할 축의금 봉투 하나를 갖고 오라고 했는데, 두 장을 들고 온 신입사원.
"왜 두 장이야?"
"어느 봉투가 결혼식에 쓰는 건지 몰라서 말입니다."
순간 말문이 막히더군요.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그것도 모르냐고 구박을 주었다가는 이제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의 기를 죽이는 것 같아 내색은 하지 않았습니다. 우선은 제가 원하는 봉투만 받아들고 한 장은 아무 말 없이 그냥 돌려보냈습니다.
하지만 머릿속은 갑자기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충격을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것일까. 당장 나부터도 아는 한자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봉투 두 개를 놓고 골라낼 수조차 없는 것일까. 그것도 이제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친구가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욱 놀랬던 것은 어느 봉투냐고 물어보던 신입사원의 태도가 너무 당당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모르고 있어서 죄송하다는 뉘앙스가 풍겨야 하는데,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하기사 죄송한 줄 알았다면 애초부터 두 장을 들고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최소한 이 직원에게 있어 한자는 몰라도 되는 글자임은 분명해 보였다는 것입니다.
시대가 빠르게 변해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든 한자를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하는데 불편하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생활한자 정도는 익혀둬야 했었고 실제로 학창시절에는 한문이라는 과목을 옆에 끼고 부수214자를 부지런히 외우던 게 기성세대들입니다.
항간에는 사회생활에 있어 전혀 쓸모없는 것이 한자라면서 한자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사대주의적이고 식민지 흔적이 남아있던 시대에 교육을 받았던 사람들만이 소중히 여기는 구시대의 유물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설마, 내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일까. 아무리 그래도 경조사 봉투에 적힌 한자조차도 구분하지 못하는 건 너무했단 생각입니다.
출처: 다음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