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달리는 중간중간 휴게소에 멈추면 버스안의 사람들은 쏟아져나갔다가 이내 다시 들어오고....
어제 잠깐 얘기를 나눈 프랑스 청년은 잘생기고 앳딘 얼굴을 가졌었는데...버스에서 보낸 몇 시간이 그를 할아버지로 만들어 놓았다.
주름이 푹 패인 얼굴...우리도 마찬가지였겠지만...다들 피곤에 절어있는 모습이었다.
정신없이 졸고 있었는데 문득. 어떤 느낌이 날 눈뜨게 했다.

둘러보니 그곳은 국경근처의 마을이었다. Y를 깨우고 있는데 드디어 입국서류를 작성하는 레스토랑에 버스가 멈췄다.
여권을 걷어가서 레스토랑에 자리잡고 앉으니 입국서류와 함께 돌려주었다.
나와 Y 그리고 어리둥절해 보이는 일본인 청년은 비자가 필요 없다며...이때가 가장 기분 좋은 듯.

후다닥 작성하고 메콩강 건너편 라오스를 한참 바라보았다.
나는 저땅의 무엇에 매료되었을까...저 땅과 나는 어떤 인연이 있었을까...
토스트와 커피로 아침식사를 마친 영어인들이 하나 둘 차에 오르자 차는 다시 국경을 향해 출발했다.
국경.
차에서 모두 내려 영어인들은 비자를 발급받고 나와 Y는 바로 입국심사를 받았다. 흐뭇해 하면서...
입국도장을 찍어주는 아저씨는 예쁜 여자가 심사에 걸리면 일부러 시간을 끌고는 했는데 우리의 Y 양은 딱 걸리고 말았다.
일찌감치 빠져나와 Y를 기다리며 웃어주었다.
모두가 입국심사를 마치기를 벤치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또 일은 터지고 말았다.
무언가 떨어져서 주으러 일어나는 데......또 나의 무거운 DSLR 카메라가 떨어지고 말았다.
외관상으로 문제는 없어보이는 카메라....나중에 또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만 것을 알아차렸지만....
에휴....내 보물 1호 카메라는 왜 라오스만 오면 이 모양인지...ㅠ.ㅜ...마음에 구름이 일었다.

미니밴에 구겨 타고 비엔티엔시내로 들어가는 길.
낯익은 건물들이 보이고...전과 마찬가지로 저 앞의 오는 차는 삼촌이나 이모가 몰고 있다 세워 나를 부를 것 같은 한국차들이 보이고...
추억이 가득한 박물관 옆 운동장 앞에 미니밴은 멈춰섰다.
방비엥 가는 차를 기다려야할 시간.
함께 타고 온 영어인 청년들은 아무데나 드러누워 시간을 죽였지만 나는 Y에게 눈에 보이는 건물이라도 설명해주기에 바빴다.


선혁과 함께왔던 박물관에서의 에피소드들....대충의 방향....배가 고파왔지만 버스시간이 오리무중이라 그렇게 앉아있었다.
잠시후.
전에 탔던 버스보단 훨씬 상태가 좋아보이는 버스에 올라타라는 말을 듣고 배낭 두개는 내가 맡고 Y에게 어서 올라타 맨 앞자리를 맡아두라고 했다.
역시...시야 확보도 잘되고 다리도 조금 편한 앞자리 선택은 필수다.
방비엥으로 가는 길을 Y에게 설명하고 작년에 왔을때 우리 의자가 부서진 이야기를 다시하며 실컷 웃었다.
비가 오진 않았지만 안개가 많은 날씨.
라오스에서 이런 날씨는 처음이라 혹시 방비엥에 도착하면 방비엥산이 제대로 안보일까 걱정이 앞섰다.
Y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모습인데...

역시...안개때문에 산을 잘 보기는 어려웠다.
아! 강물 역시 우기때나 볼 수 있는 황토색이라 참 생경한 풍경이었다.
방비엥 폰트레블 옆에 무사히 도착한 우리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으러 다녔다.
태사랑에서 본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 두곳을 먼저 알아보기로 했는데 그 둘은 정반대의 방향에 있다.
먼저 라오그린님의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보기로 했는데 비엔티엔 방향으로 600미터는...아니었다.
600미터보다 더 가봤지만 보이지 않고 가방은 무겁고...전화번호는 써오질 않았고....다시 돌아왔다.
그랑블루 앞으로 갔을 땐 그곳은 도미토리인것 같았다.
우리의 Y...아직 도미토리에서 자본 적 없는 그녀. 게다가 우리 둘 모두 낯가림이 심해 새 친구 한둘은 괜찮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불편지는 터라.. 다른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 의논한 끝에 작년에 묵었던 마운틴리버뷰 게스트하우스로 발길을 옮겼다.

방비엥에서 가장 자신있게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므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보니 새로 짓고 있던 옆건물은 완성이 되었고 심지어 주인까지 바뀌어있었다.
그 아저씨....어딜 간걸까...이렇게 멋드러지게 집을 지어놓고....
일본여자처럼 화장한 아가씨가 주인행세를 하고 있었는데...차마녀(차가운 마을녀)다. 웃는 모습을 별로 본적이 없다.
팬룸 옛건물을 8만낍 달라고 해서 10달러 주고는 짐을 내려 놓었다.
어딜가나 짐을 거의 모두 꺼내 정리해 두는 Y도 이번만큼은 가방만 던지고 길을 나섰다.
일단 환전.
마을 번화한 곳의 환율은 7900킵.
너무 비싸다 싶어 다른 곳을 둘러봤지만 그보다 좋은 곳은 보이지 않았다.
은행이 문을 열어야하는데...ㅠ.ㅜ...토요일이었다. 아깝지만 50달러를 바꿨다.
어제 저녁 5시 이후로 오후 4시까지 한끼도 못먹은 우리였기에 식당을 고를 생각도 없이 추억이 가득한 바나나식당으로 들어갔다.
Y는 현지음식을 전혀 먹지 못한다. 단 하나 쏨땀을 제외하면.
오래 고생했던 뱃속에게 사과의 기분으로 소고기 스테이크와 치킨 스테이크 두개를 시켰다.
역시...Y...몇번의 포크질을 하다 맥주만 마시고 내려 놓았다.
하지만 내 생각에 신닷을 제외하고 빵이 아닌 식사에 가장 많이 먹은 식사가 아닌가 싶다.

Y가 처음 먹어보는 비어라오...내게는 최고의 맥주....
Y도 일단 합격점을 줬다.

그 덕에 여행내내 비어라오 하나 만큼은 모자라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아! 우리의 회계는 Y양이기에 모든 계산엔 Y가 필요했다.
환전했을때 행복해하던 Y였지만 값을 치르며 허무해하던 Y였다. ㅋㅋ
배를 채우고 방비엥의 여행자 마을을 둘이서 걸었다.
라오그린님의 게스트 하우스도 찾고 운동할 겸해서 걸었다.
여행자 마을은 아주 작기때문에 1시간이면 두바퀴를 돌 수도 있다. 내가 아는 모든 길을 Y에게 가르쳐주고 숙소로 돌아갔다.
우리 숙소의 가장 좋은 점은 발코니가 있는데 그 발코니에 앉아 방비엥산과 강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맥주 두어병을 더 사와 발코니에 나란히 앉아 별이 뜰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다시만난 방비엥의 밤공기, 별, 산, 강, 길...다 너무 반갑고 정겨웠다.
첫댓글 방비엔의 상쾌한 냄새가 코끝에 다가온 기분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빨리 선진국처럼 비자 면제국이 되어야 하는데요..
여행기 쓰시느라 고생 하십니다 재미나고 긴 여행기 즐감 합니다 건강 하셔요
방비엥---참 예쁜 곳이지요.
음식이 정갈해 보이네요..
방비엥 멋진곳이죠 즐감하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