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옆집 눈치보며 색서폰 대가리에 뮤트 끼워 자뻑 예술 하다가 비오는 날 밤에 양재천 다리 밑에서 원없이 빽빽거려보기.
* 박물관 미술관 순회하며 노년의 품위에 맞게 심오한 예술적 기품을 심겠다고 경복궁 담벼락 옆 현대 미술관에서 먹줄 몇가닥 튀긴 300호 대형 추상화 앞에서 귀신 튀어 나올 때까지 서 있거나 인문학적 소양을 업하기 위해 장 쟈크 루소의 800페이지 짜리 에밀부터 칸트 행님의 순수이성비판 까지 돋보기 끼고 수면제 먹기.
* 저푸른 초원 위에 전원 주택 짓고 좋은 공기 마시며 내입에 들어 갈 풀쪼가리는 유기농으로 내가 키워서 먹겠다고 인터넷으로 온갖 씨앗 봉다리는 다 사서 남새밭에 뿌리고 주말이면 친구들 불러서 장작불에 삼겹살 구워 먹을 생각으로 삼시세끼 TV프로그램처럼 살아가기 아니면 그것도 성에 안차서 아예 귀농하여 태백산 골짜기로 입산하기.
* 이미 한물간 큼직한 DSLR카메라에 묵직한 접사 렌즈까지 달고 뒷산에 흔하게 핀 야생화 앞에 안쓰럽게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눌러대어 자기가 봐도 정말 잘 찍었다며 SNS에 올려 자랑하며 지내기.
* 실업자에게 국비지원으로 공짜로 해주는 바리스타교육 받고 집에서 커피콩 볶다가 휘슬러 후라이판 다 태우거나,
* 폼나게 살기 위해 만화 신의 물방울 44권 마스터하고 이마트 5천원 짜리 와인으로 디캔팅하여 맹물 만들기나 하면서 클래식과 재즈까지 곁들여 마이가리 품격 LIFE 즐기기.
* 종교적 신념으로 (이건 뭐라고 쓰고 싶지만 클레임 들어 올것 같아서 포기) 하느님과 부처님 모시고 살아가기.
* 그냥 낙시터에서 찌만 쳐다 보며 평생 살기.
* 배달되는 조선일보 처음부터 사설까지 혼잣말로 대통령 욕 곁들여가며 완독하고, 삼식이로서의 당연한 의무인 분리수거를 마치고 마누라 이마트 코스트코 갈 때 짐꾼 겸 기사 노릇으로 뿌듯함을 만끽한다.
* 디지털 청첩장 받아 유행이 살짝 지난 기장이 약간 길고 헐렁한 양복 아래 위로 걸치고 예식장에서 오랫만에 만난 그리 친하지 않은 친구들과 뷔페 퍼다 날으면서 정치와 코로나 이야기로 입에 거품 좀 내고 지하철 타고 집에 가는 길.
* 존재감 없는 단체 카톡방에서 남이 퍼 올린 글 읽어 보다가 공감이 가면 또 퍼다가 다른데 옮기면서 남들도 분명히 좋아 할거라고 확신하며 핸드폰을 닫는다.
* 가끔 약속도 없고 심심하면 밀리터리캡 쓰고 황학동 벼룩시장에서부터 모란역 5일장터까지 기웃거리며 근처 칼국수집에서 한끼 때우며 한나절을 지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