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기 빛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놓일 때가 살다 보면 아주 가끔은 있기 마련이다. 이땐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에 긴장이 잔뜩 실려, 평소라면 바로 눈앞이었을 100m가 1km 이상으로 길게 느껴지는데, 이로써 불확실성의 실체를 발견하는 기분이 불안과 공포로 연결된다. 다행히 우리 일상은 고도로 발달된 여러 분야의 융합체라서 그 효과가 밤과 낮의 경계가 빠르게 희미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셀 수 없이 많은 조명들이 인적 드문 곳까지 환하게 밝히는 도시의 경우엔 온전한 밤을 누리고자 노력까지 해야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만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빛공해를 막아 수면 품질을 높이기 위한 암막커튼일테다. 하지만 한줄기 빛이라도 귀하게 대접받는 곳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에 대한 실감을 올핸 단 한 번도 못했지만 부산~제주도 여객선을 자주 이용했던 작년 상반기엔 꽤 자주 했다. 대개 야간조업 중인 고깃배의 불빛이었으나 종종 부채꼴 형태로 이리저리 움직이던 등대의 반김도 있었다. 오늘은 매일 밤 묵묵히 바다를 비추며 배들의 길잡이가 돼주는 등대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전국 연안에 셀 수 없이 많은 등대가 있겠지만 지금 눈여겨볼 등대는 대한제국 때부터 목포항의 관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목포구등대,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379호인 목포구등대는 목포가 아닌 해남에 서서 목포항을 바라본다. 나는 지난 진도, 해남 가볼만한곳으로 구성한 당일치기 드라이브 여행을 통해 이곳과 마주하게 되었는데, 몇 해 전 목포~제주 간 여객선상에서 맞이한 다도해의 일몰이 떠올라 이 여름 지나면 슬슬 시작될 일몰 시즌에 다시 한번 찾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해남에 있는 목포항의 관문 : 해남 목포구등대2](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0%2F08%2F12%2F20200812030421821.jpg)
![해남에 있는 목포항의 관문 : 해남 목포구등대3](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0%2F08%2F12%2F20200812030422223.jpg)
![해남에 있는 목포항의 관문 : 해남 목포구등대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0%2F08%2F12%2F20200812030422224.jpg)
여행지로의 이동을 기차로 자주하는 내 기준상 목포구(木浦口)는 호남선 철도 시종착역인 목포역이다. 해남 목포구등대를 시작으로 진도, 해남 가볼만한곳 둘러본 이날 여행 역시 몇 년 만에 모처럼 닿은 목포역에서 열었다. 빠르고 편리한 KTX를 탔더니 목포까지 1시간 40분 정도 소요, 덕분에 전날 숙박 없이도 이른 아침부터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날로그 감성 충만한 목포 원도심의 관광 명소화와 나처럼 진도, 해남 가볼만한곳을 광주 근교 바다 드라이브 삼아 둘러보는 이들이 부쩍 늘어남에 따라 목포역의 활기 역시 이전과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공복으로 새벽부터 서둘러 집을 나서 1시간 40분 정도 KTX를 탔으니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유난히 간절하게 와닿았다. 그리하여 목포역을 나서 가장 먼저 들린 곳 역시 미리 점 찍어둔 순대국밥집이었다. 목포 출발 광주 근교 바다 드라이브를 통한 진도, 해남 여행의 로망을 선사했던 여행 예능 프로그램(tvN 알쓸신잡 시즌2)에 나왔던 식당인데, 넉넉히 담긴 맛있는 순대국밥만큼 식당 뒤로 펼쳐진 바다 풍경이 기대 이상으로 훌륭해 인상 깊었다. 조만간에 보다 여유롭게 머물며 즐기고 싶은 진도 여행 역시 난 이곳에서 활짝 열어낼 생각이다. 식당이 위치한 도로는 48번 국도로서 전남 목포시, 영암군, 해남군, 진도군이 한데 이어져 주변을 잘 활용해 동선 설정에 임한다면 네 지역을 한 번에 여행하는 가성비가 표현될 수 있다. 이중 대표적인 존재는 역시나 진도대교를 사이에 둔 진도타워와 해남 우수영국민관광지로 알려졌으니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이끈 울돌목의 거센 물살도 살펴볼 겸 꼭 들러보자
순대국밥집에서 해남 우수영, 진도 방면으로 가다보면 해남 목포구등대 표지판이 등장하고, 그 뒤로 시골길을 20분 정도 누비면 등대 입구에 닿게 된다. 온덕마을회관과 해남 목포구등대 사이 5km 구간은 찻길 옆으로 바다가 펼쳐져 광주 근교 드라이브의 매력을 한껏 드높이니 이 구간 지날 땐 보다 여유롭게 임하시라. 한편 등대 입구 주차장부턴 걸어서 해남 목포구등대를 둘러보게 되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문이 닫혀 있어 목포구등대와 주변 풍경의 일몰 감상을 위해 마련된 매월리 낙조전망대가 메인 뷰포인트로 쓰였다. 동선상 입구와 가깝게 위치한 목포구등대는 2003년에 새로 만든 것으로, 대한제국 때 처음 등장한 목포구등대는 매월리 낙조전망대 맞은편에 위치한다.
일제강점기 진입 직전인 1908년에 만들어진 목포구등대는 일제의 대륙 진출을 위한 기반 시설로써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화원반도와 달리도의 좁은 수로(폭 600m)를 안전히 통항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지녔는데, 건립 당시엔 무인등대(높이 7.2m / 백원형콘크리트조)였으나 1964년 12월에 유인등대로 변경되었다. 특히 우리나라 서남해상 목포, 진도권에 소재한 6개 유인등대(당사도, 가사도, 하조도, 홍도, 소흑산도, 목포구) 중 유일하게 차량으로 닿을 수 있는 점이 각별한데,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권역별로 나눠보니 신선한 느낌을 은근하게 풍긴다.
옛 등대 맞은편 전망대를 통한 시선이 이곳을 대표하지만, 외달도와 달리도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새 등대의 시선이 내겐 한층 더 아름다워 보였다. 특히 사랑과 연인의 섬이란 수식어가 붙은 외달도를 트레킹 코스로 삼아 누벼보는 것도 아주 괜찮아 보였다. 이전에 제주도, 홍도·흑산도 여행을 통해 경험해본 목포항여객터미널과 외달도 간 여객선 노선이 하루 네 편(목포 출발 / 오전 7시, 10시 30분, 오후 1시 30분, 4시 30분) 있고 50분 정도 소요된다는 걸 확인하니, 당일치기 섬 여행으로 삼아 외달도를 꼭 한 번 거닐고 싶어진다. 외달도 시점의 해남 목포구등대 느낌도 덩달아 궁금해지는데, 신(新) 등대의 범선 모양 형상이 특히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