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리에게 따스한 위로와 희망을 주는 성장소설 추천! 「인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희수 저 / 보민출판사 펴냄)
한희수 작가의 소설집 『인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는 사랑의 본질과 가족 간의 관계에 대한 신앙적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장애가 있는 딸을 둔 엄마의 복잡한 심정과 딸의 성장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로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엄마는 딸을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늘 다정하고 부드러운 것만은 아니다. 딸이 세상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은 때로는 집착으로, 차가운 엄격함으로 드러난다. 엄마는 딸을 사랑하는 만큼 딸의 미래를 걱정하고, 그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딸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장애를 가진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속에는 애틋함과 안쓰러움, 그리고 무기력함이 한데 뒤섞여 있다.
엄마는 딸이 집이라는 울타리 밖의 세상에서 강인하게 살아가길 바라지만, 그 바람이 현실 속에서는 딸을 향한 냉혹한 태도로 나타난다. 딸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더 강하게 키워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엄마를 괴롭힌다. 그래서 엄마는 사랑한다는 말 대신 딸에게 더 엄격한 기준과 차가운 조언을 건네고, 딸은 그 속에서 깊은 외로움과 상실감을 느낀다. 딸에게 표현되는 엄마의 복잡한 감정들은 사랑이 가진 이중성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엄마의 그러한 심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그 속에 숨겨진 사랑과 두려움의 진실을 드러낸다. 하지만 작가 한희수는 사랑의 어려움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세월이 흘러 치매가 오면서 딸에 대한 강박에서 자유로워진 엄마의 모습에서 비로소 진심을 읽게 된다. 이 과정에서 딸은 과거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의 행동과 말들 그리고 엄마의 차가움 뒤에 감춰진 두려움, 그 모든 것이 딸을 위한 사랑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 순간 딸은 자신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상처들이 서서히 치유되는 것을 느낀다. 엄마와 딸 사이의 오랜 갈등과 오해가 풀어지는 이 장면은 마치 얼어붙었던 얼음이 녹아내리는 봄과도 같다.
<작가소개>
저자 한희수
• 1973년 서울 출생
• YWAM 예수전도단 서울 DTS(예수제자훈련학교), 제주열방대학 FCM(기초상담사역학교), FAF1, 2(순수미술학교1, 2) 수료
• 에세이 「안 쓰면 죽을 때 후회할 것 같아서」(출판사/북메이크) 5인 공저 출간
• 계간지 문학고을 수필 ‘더딘 배웅’으로 등단
<이 책 본문 中에서>
“일찍부터 엄마는 부지런히 염색하면서 엄마의 머리카락이 속속들이 하얀 건 내가 힘들게 해 속을 썩여서 그런 거라 했어. 그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엄마의 속을 썩이지 않는 건지도 몰랐지만 그렇다고 엄마가 하라는 곧이곧대로 하기도 싫었던 것 같애. 그건 뭔가 ‘엄마’라는 틀 속에 틀어박혀 영영 헤어나지 못할 것 같은 무서움증이 일었다고 할까?”
“지난 어버이날 저녁 예약을 한 식당으로 아빠가 밖에서 일이 늦어져 바로 가신다 해서 큰딸이 엄마를 모시고 가려 해도 막무가내로 안 가고 버텼던 일이 있었다. 아빠가 식당으로 바로 오실 거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듣지 않아 결국 예약을 취소하고 어버이날의 맛있는 저녁식사와 케잌은 물 건너갔다. 아빠가 집을 나서기 전에 이러이러한 일이 있어서 나가고 집에 들어온다 했으면 반드시 그거 그대로 되어야 하는 거였다, 엄마 머릿속에서는.”
“불안에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진 엄마 목소리가 찌릿찌릿 핸드폰을 타고 왔다. 당시 상황을 몰랐던 나는 아빠가 어떻게 엄마를 혼자 놔뒀는지 이해는 되지 않지만 아무도 자기를 도와주지 않는다며 화를 내면서 몇 번이고 끊었다, 다시 걸어오는, 불안해하는 엄마의 전화를 그냥 다 받았다. 중간에 들은 큰언니 얘기로는 엄마가 치매 환자이기 때문에 집중관리를 위해 아빠와는 다른 요양병동에 있는 거라고. 그러면서 특히나 거기서 엄마를 안정시킬 유일한 사람은 아빤데 아빠가 방치하고 있으니 나중에 벌어질 일은 온전히 아빠 몫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엄마 어린 시절 얘기는 보통 자기 엄마가 불쌍하면서도 그런 모습이 싫었다며 울상을 짓는 걸로 끝나곤 했다. 내가 중학생, 고등학생이었을 때 몇 번을 엄마는 내가 하는 게 마음에 안 든다며 혹은 공부는 안 하고 딴짓한다며 갑자기 책상 위를 뒤집어 놓거나 나가면서 방문 옆에 있는 책장을 쓰러뜨려 놓고 방문을 쾅 닫곤 했었다. 그러면 나는 엄마의 화에 겁을 덜컥 먹고 울먹이며 다시 정리해 놓곤 했다. 번번이 그러면서 엄마는 뭘 느꼈을까? 쾌감? 희열? 해소? 어느 쪽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 얘기가 있은 뒤로 나는 엄마가 만들어 놓은 아수라장 속에서 처량한 외할머니가 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추천사>
어울리게 사는 것이 쉽지 않다. 더불어 어울리며 사는 삶도 녹록지 않다. 우리는 활자를 따라 그녀의 눈물을 읽는다. 처음의 인생은 누구에게나 서툴다. 신체의 박자를 아스라히 놓친 그녀는 더욱 깊은 언어를 그려 놓았다. 온전하게 화합하는 가정은 아니었지만,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주신 신께 의지한다. 그녀는 천천히 문장을 마음의 결로 빚는다. 계절을 거꾸로 읽기에 눈보라 치고 봄꽃이 흩날린다. 꾸밈없는 민낯의 문장들이 솔직함으로 더욱 반짝인다. 세상을 향해 나지막이 사랑을 읊조린다. 거꾸로 계절을 견디는 마음이 문장에 온기를 더한다. 자전적 이야기가 허구의 세계를 넘나들며 더욱 웅숭깊은 얘기들을 전달해 주길 바란다. - 노은희(문학박사. 수필가)
소설 속 저자는 과거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의 행동과 말들 그리고 엄마의 차가움 뒤에 감춰진 두려움, 그 모든 것이 딸을 위한 사랑이었음을 알게 된다. 신앙의 힘으로 저자는 자신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상처들이 서서히 치유되는 것을 느낀다. 엄마와 딸 사이의 오랜 갈등과 오해가 풀어지는 이 장면은 마치 얼어붙었던 얼음이 녹아내리는 봄과도 같다. 이처럼 작품이 주는 감동은 단순히 슬픔과 아픔만을 담지 않는다. 사랑 속의 고통, 갈등, 외로움뿐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의 따뜻함까지 담아내고 있다. 이 과정은 우리에게 가족이라는 관계가 얼마나 복잡하면서도 아름다운지,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어쩌면 이 소설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한 번쯤 부모나 사랑하는 이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이 있고, 그 마음을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 이해의 과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결국 사랑이란 서로를 감싸 안는 따뜻함으로 마무리된다는 것을 전한다. 저자가 자신의 엄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그 순간, 우리는 그들이 마침내 서로의 마음에 닿았음을 느낄 수 있으며, 그 울림은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래도록 남아 우리의 삶과 사랑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는다. 마음을 울리는 감동과 잔잔한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따뜻한 위안이 되어줄 이 작품을 꼭 만나보길 바란다. - 김선희(편집위원)
(한희수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128쪽 / 국판형(148*210mm) / 값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