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늦은 오후.
날이 매섭다.
창밖으로 내다 보이는 항구는 햇볕이 그득한 것이 그닥 추워보이지 않은데 올겨울 최강 추위라고.
현재 기온 영하 9도.
설악 안쪽은 영하 20도 이하라던데.
서울에 머물고 있는 두 아이들 커플 중 큰아이들은 원격으로 일하느라, 작은 아이들은 시내를 돌며 쇼핑을 하느라 분주할 것이다. 젊음들은 이 정도 추위는 아랑곳도 하지 않을 터.
2.
이승열(EBS FM, 세계음악기행)에게 최근 빠져 있다.
느릿느릿, 졸리운 듯한 보이스에 단조로운 듯하면서도 모방하기 어려운 억양이 묘한 중독성을 갖고 있다. 게스트와 말을 주고 받을 때에는 느리되 순발력이 매우 좋다.
오늘은 싱어송라이터 조동희라는 친구가 함께 하는 중이다. 그녀의 오늘 플레이리스트 중 하나, 루 리드(Lou Reed)의 <Perfect Day>. 듣느니 처음이다. 허긴, 다른 곡인들. 아, 까를라 브루니의 <Moon River> 정도는 들으니 알겠다. 사르코지 색시, 그 브루니의 그 곡이구나.
빔 벤더스 감독의 일본을 배경으로 한 최근 영화 <Perfect Day>가 이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이승열 만큼이나 느릿느릿한 멜로디가 해넘이에 듣기에 맞춤이다. 듣자하니 가사가 과연 하루를 마무리하는 내용이다. 말미에 반복되는 가사와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You are going to reap just what you sow.
아니나 다를까, 이승열이 거든다.
"아, 마지막 가사가 이런 거였군요.
'뿌린대로 거두리라.'
몰랐어요~~~!"
https://youtu.be/9wxI4KK9ZYo?si=RKVKPx0B5Pl6H1YJ
3.
"뿌린대로 거두리라."
눈과 귀에 익숙한 성서 속 문장이요 말이다.
어디였더라.
서치해 보니 갈라디아서(Notes to Galatians)에 있다.
6장 7절.
"Make no mistake: God is not mocked, for a person will reap only what he sows."
뒤에 이어지는 8절을 함께 살피면 노래 가사와는 어감이 살짝 다름을 알겠다.
자업자득. 인과응보. 사필귀정...
이런 의미일텐데, 동갑내기 사고뭉치 某 君에게 전해주고 싶은 구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