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으로 여기 생활(교육)이 끝났음에도,
저는 아직 이곳 숙소에 남았습니다. 남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차가 없기 때문에, 맘 먹은 대로 이사할 수가 없어서인데요,
(남들은 이삿짐도 택배로들 부치든데, 그마저도 차 없이는 하기가 힘들어... 저는, 이래저래... 여간 걱정을 한 게 아니랍니다.)
그러다가 결국,
한 '운수 계통'에서 일을 하고 있는 친구를 떠올리며,
그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저는, 어떻게든... 주말에 이사를 하려고 했는데, 주말은 복잡한지... 그 친구가 월요일에 차를 보내겠다기에)
그러다 보니,
여기 숙소에서 이틀 여를 더 머물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된 겁니다.
다른 회원들은 다 떠났는데(한 사람 남았나? 그런데 그는 바빠서, 보이지도 않으니...), 나만... 덜렁 남은 모습이긴 한데요,
어쩌겠습니까? 현 상황에 맞출 수밖에요.
다행히 본부에서 3일까지 말미를(숙소를 비우라는) 주어서, 조금 여유를 가지고 짐도 싸고 있는데,
오히려 이 시간이 소중하기도 해서,
저는 개인적인 일을 하기도 하면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오늘(토)은 '남회룡 마을'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답니다.
그곳이 어딘가 하면요,
제가 머무는 여기 '분천'만 해도, '봉화군'에서는 거의 끝이거든요?
봉화군이 면적은 큰데, '봉화읍'은 서쪽 끝에 있고, 여기 '소천면'은 동쪽 끝('울진'과 맞닿은)에 있는데,
봉화군의 '지리상 중심'인 '춘양'으로 닿는 여기 '농어촌 버스'가 하루에 두 차례 운행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서 장을 보러나가는 것도 '봉화'가 아닌, '춘양'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춘양까지는 나갈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제가 여기게 머문 동안에 춘양은 수 차례 오갔었지요.)... 차가 없는 저는, 그 농어촌 버스를 이용해야만 하는데...
그 버스의 노선이 '춘양'에서 '남회룡'이거든요?
그러니까 4개월 동안 저는, 그 버스를 타고... 여기 '분천'에서 '춘양'까지만 오갔었는데요,
늘,
'도대체, 그 종점인... '남회룡'이 어떤 마을이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지냈었답니다.
이 '분천'이란 마을도 끝인데, 거기서도 한참 들어가는 '종점'이라...
'얼마나 산골이면, 여기서도 더 들어가야 한다는지......' 하면서요.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가고도 싶었지만, 여태까지 제 자전거는 주로 '춘양' 쪽에 두고 다니면서 탔기 때문에, 그 반대편으로 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거의 잊고 지내다가......
'그래! 이때를 이용해서... 이곳을 떠나기 전에 한 번 가 보자!" 했던 겁니다.
어차피 여기 '농어촌 버스'는 공짜인데, 그쪽에서 나오는 사람도 별로 없고 또 들어가는 사람도 없었기에...
'얼마나 오지이면, 버스타는 사람조차 없다지?' 하기도 했기 때문에, 저에겐 '미지의 마을'이기도 했었답니다.
버스는 하루에 두 차례(왕복).
그러니까 '춘양'에서 12시 50분 버스가 이 마을에 닿는 건 오후 1시 7분 경, 그 버스를 타면 '남회룡'에 갈 수 있는데,
그렇게 들어갔던 버스가 다시 이 마을을 거쳐 '춘양'으로 나가는 시각이 14: 57 이던가?
그렇다면,
여기서 1시 7분 버스를 타고 남회룡에 도착해, 잠깐 머문 뒤... 거기서 14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나오면 되는, 아주 짧은 여정이 될 터였습니다.
오늘 그렇게 그 버스를 이용했던 건데요......
(여기 와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거지요.)
거의 정확히 1시 7분 경에 버스가 도착했는데,
마지막 손님이 내리더라구요.(전, '산타마을' 버스 정류소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손님은 내리고, 저만 실은 버스가 '남회룡'으로 달리는데......
물론 제가 여기 왔을 초반(8월 초),
알지도 못한 상태로... 이 마을 뒷산(횡악산 820m(?))을 자전거로 넘다,
안경까지 잃어버렸던 적이 있잖습니까?
(그 글을 참고로 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그 길로 가는 코스드라구요.(물론 저는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는데, 저는 그 중간에 '임도'로 해서 산으로 접어들었기에, 그 종점인 '남회룡' 가는 길은 모르고 있었던 거지요.)
그렇지만 이미 도로는 '울진군'으로 접어들었고,
제가 '횡악산'을 넘으려고 출발했다가 길을 몰라 갔던 곳(울진 교차료)까지는 알던 길인데,
'남회룡'은 거기서도 다시 여기 봉화군 '소천면' 안쪽으로 꺾어져(그러니까 '분천'과는 '횡악산'을 사이에 둔 반대편) '회룡천'을 따라 안쪽으로만 '손천면'이고 바깥쪽은 '울진군' '금강송면'이드라구요.
그러니까 '봉화군'과 '울진군'을 넘나드는 코스였답니다.
그렇게, 정말... 한참을 꼬불꼬불 들어가다... '종점'에 닿았는데요,
놀라운 건, 거기도 그렇게 마을이 존재하고... 적지 않은 가옥들이 있다는 것이었답니다.
(저는 여기 봉화에 와서, 이런저런 골짜기를 찾아다니는 여행을 해왔는데, 매번 놀라곤 합니다. '이런 곳에도 마을이 있다니! 하면서요.)
아무튼 '남회룡' 종점에 닿았고,
(근데요, '춘양'에서 제 숙소가 있는 '분천 4리'까지는 약 20분 걸리는데, '분천'에서 '남회룡'까지가 거의 30분이 걸리니... 상당히 먼 곳이었습니다.)
거기서는 약 한 시간 뒤에, 그 버스가 다시 '춘양'으로 나가기 때문에(그 버스를 타야만 돌아올 수 있슴),
저는 그 한 시간의 여유를 이용해... '남회룡 살피기'를 했던 겁니다.
한 시간이라 많은 곳을 갈 수는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최소한...
'여기가 이렇구나......' 하고 눈으로 보고 느끼기는 했기 때문에,
그거면 된 거 아니겠습니까?
안 와본 것 보다는 나을 테니까요.
물론, 그곳이라고... 첩첩산중의 오지만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빼어난 경관이랄 수도 없는,
우리나라 다른 산악지역 어디를 간다해도, 볼 수 있는 모습이었으니까요.
그러니까 거기도 농지가 있고,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거니까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봉화군'에서도 끄트머리에 있는 한 골짜기를 돌아보았다는 의미는 있을 겁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총 두어 시간의 '짧은 여행'(?)을 하고 돌아왔답니다. 오늘 오후에요......
여전히 추웠는데요,
이제 사람들이 거의 떠난 '썰렁한 숙소'(아래)가...
아직은 저를 반겨주드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