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재성 여가 26-11 ‘활옥동굴, 와인 한 병’
2026년 8월 7일. 전국적으로 중대 폭염경보가 발령되어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다.
오늘은 재성 씨와 함께 당일치기로 피서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며칠 전부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본 충주 목벌동의 활옥동굴이 오늘의 목적지이다.
일제강점기에 개발된 동양 최대 규모의 활석 광산이었던 이곳은 인위적인 동굴이라 관람로가 평탄하여 휠체어 출입과 이동이 매우 수월하고 한여름에도 서늘함이 유지된다는 점이 재성 씨의 피서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재성 씨 휠체어 고정할게요”
“네”
재성 씨 휠체어를 차량에 단단히 고정한 후, 충주 여행길을 나섰다.
"재성 씨, 오늘 밖은 엄청나게 덥지요? 활옥동굴은 1년 내내 11도에서 15도를 유지해서 천연 에어컨이 따로 없다고 합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예 하하”
차 안에서 가벼운 담소를 나누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충주에 도착했다.
많은 인파 속에 임시주차장에서 내려 재성 씨와 입장권을 발권했다.
동굴 입구로 다가가자마자 바깥의 찌는 듯한 더위와는 전혀 다른 서늘한 자연풍이 몸속으로 훅 끼쳐 들어왔다.
"와, 입구부터 냉기가 대단하네요. 재성 씨, 안으로 한 번 들어갈까요?“
"네! 바람이 시원하네예 흐흐.“
“동굴 통로로 오가는 인파를 피해 가면서 전담 직원이 휠체어 손잡이를 단단히 쥐고 천천히 동굴 안으로 밀면서 동굴 체험을 시작하였다.
다행히 사전 정보대로 바닥이 매끄럽고 턱이 없어 휠체어를 밀어주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혹시라도 바닥의 요철은 있을지 살피며 조심스럽게 이동하는 일에 집중하였다.
동굴 안은 명성 그대로 다채로운 볼거리로 가득했다. 화려한 LED 조명과 미디어 아트는 물론이고, 깊은 갱도에서 쓰이던 거대한 권양기계, 철갑상어가 헤엄치는 맑은 지하 호수까지 발길을 멈추게 하는 요소가 많았다.
"재성 씨, 저기 물 안에 물고기 보여요? 동굴 안에 호수가 있다니 참 신기하네요."
“네 하하”
재성 씨와 함께 동굴의 청량함을 천천히 만끽하며 관람로를 걷던 중, 한편에 포도주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동굴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얼마 전 재성 씨가 지나쳤던 누님의 생신이 떠올라 과일주 선물을 재성 씨에게 제안해 보았다.
재성 씨 휠체어 방향을 진열대 쪽으로 살짝 돌려 진열된 와인들이 재성 씨의 시야에 들어오도록 도왔다.
"재성 씨, 여기가 와인바인가 보네요 여기 와인 좀 보세요”
얼마 전에 누님 생신 그냥 지나치셨잖아요? 여기 온 김에 와인 하나 골라서 선물로 보내드리는 건 어떨까요?
전담 직원의 갑작스러운 제안임에도 불구하고 재성 씨는 “누나는 막걸리만 먹는데 와인도 한 번 선물해 보지예 흐흐”라고 흔쾌히 웃으며 수락하였다.
“재성 씨, 누님이 어떤 걸 좋아하실까요? 재성 씨가 한 번 살펴보시고 골라 주세요,
활옥동굴 안에서 숙성시킨 거라 맛도 특별하고 의미도 있을 것 같네요!”
재성 씨가 직접 한번 골라보시지요." 전담 직원은 휠체어를 판매대에 바싹 앞으로 밀어 재성 씨가 편안한 눈높이에서 와인병들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왔다. 한참을 바라보던 재성 씨가 약간 붉은빛이 도는 와인 한 병을 가리켰다.
"이걸로 하지예“
“재성 씨 포장도 아주 고급스럽네요. 누님이 선물로 받으시면 정말 좋아할 거 같아요”
“네 흐흐”
와인 한 병을 계산하고 재성 씨의 무릎 위에 조심스럽게 안겨주었다.
선물을 품에 꼭 안은 재성 씨의 입가에 가장 밝은 미소가 번졌다.
누군가를 위해 스스로 선물을 고르고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큰 기쁨이 된 듯했다.
바깥에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찜통더위였지만 재성 씨와 함께 쾌적하고 시원한 천연 에어컨 속에서 즐겁고 풍요로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돕는 직원의 마음도 즐거웠다.
누님 댁을 위한 뜻깊은 선물까지 무사히 품에 안고 다시 청주 내수읍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한여름의 불쾌지수 대신 기분이 좋은 선선한 여운이 은은히 퍼지고 있었다.
2026년 8월 7일 금요일 –유원욱-
누님의 취향을 정확히 알고 계신 변재성 님이시네요. 동생 선물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시겠지요.
누님께 피서 다녀온 근황 전하며 선물도 보내드리면 참 정겹겠습니다. -이승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