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나를 좋아해주고 아무 힘없는 누나를 의지해주었던 나의 동생 승일이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우리곁을 떠나 천국으로 갔다.
"내게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그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고 싶지않다.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 그 누군가는 바로 루게릭병 환우다."라고 자신이 했던 말을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말 그대로 살다 떠난 것 같다.
며칠동안 왜 지금 데려가신건가를 곰곰히 묵상해보았다.
성경 속 모세의 삶이 떠올랐다.
모세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여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으로부터 홍해를 건너 출애굽시켰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기 전 광야 40년동안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로 힘겨운 삶을 살았다.
하지만 가나안 입성 직전에 죽었다. 모세는 가나안을 먼발치에서 바라보았지만, 직접 들어가지는 못하였다. 이후 하나님께서는 여호수아를 새로운 지도자로 세워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게하셨다.
승일이는 뜻밖의 질병을 만났고, 꿈을 세웠고 23년이란 긴 세월동안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병원완공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 동안 승일이는 많은 고통 속에서였지만 그 꿈을 포기한 적이 단 한순간도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지금 승일이에게 이제 되었다하며 승일이를 데려가셨다.
동생이 완공까지 보았다면 어쩌면 사람들은 이 일이 다 이루어졌다하며 마침표를 찍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병원은 건축으로 끝이 아니고 미완성임을.. 승일이가 남기고 간 일이 있음을 알리시는 것 같았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나안 땅에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듯 병원완공은 새로운 시작이기에 하나님은 이 일을 함께 이루어갈 여호수아를 세우실 계획이 아니실까!
동생의 사명은 여기까지였고, 이제 육체의 감옥에서 벗어나 천국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을 것이다.
천국소망만이 위로가 된다.
루게릭요양병원 완공을 두 달 앞둔 시점에서 떠난 동생을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다른 환우를 생각하며 살았던 동생의 삶을 고귀하다고 말해주었다. 비록 완공을 보지 못하고 떠났지만 수 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동생은 착공식 때 이미 완공을 본 것이나 다름없이 기뻐했었다.
동생이 떠난 후 환우와 가족들로부터 ‘그동안 박승일씨는 우리의 희망이었습니다.’라는 말들이 동생이 걸어왔던 그 길이 얼마나 의미 있는 삶이었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아서 감사했다.
마지막으로 떠나는 순간에 동생에게 그동안 너무 수고 많았고, 네가 나의 동생이어서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그리고 너무 고마웠다고 곁에서 전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거기서 잘 지내라..
거기서 다시 만나자..
사랑하는 동생 승일아!
첫댓글 승일씨의 삶은 아름다웠고 용감했습니다.. 수없이 좌절했을 시간들을 인내하고 승일씨가 이루고자한 목표를 마무리지었으니 그저 놀랍고 감사해요..
힘들고 우울해질 때 다시 용기내어 일어설 수 있는 위안을 얻습니다.
아직 슬픔과 그리움 속에서 힘드실 것 같은 가족분들께 작은 위로를 전합니다...
생명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다는 말을 늘 기억합니다.
승일씨와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감사하고...
또 앞으로 승일씨가 뿌려놓은 씨앗들이 아름답게 풍성하게 열매 맺는 과정에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