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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다케야마 선생
박예진 지음
“에스더야, 양치는 언덕 읽었니? 언니 엘라가 말했다.
“언니, 일본 빙점 작가의 양치는 언덕을 읽었는데, 끝 결말이 맘에 들지 않았어요. 나오미가 너무 불쌍해요. 오히려 나오미 친구 교코가 더 행복해진 결말이잖아요. 나오미는 남편이 죽고 나서 재혼하지 않으려고 하는 데, 시대적 배경이 1940년대라서 작가가 불쌍하게 결말을 냈다고요.” 에스더가 말했다.
“원래 나오미 남편이 나오미를 강간하여 아내로 맞이한 끔찍한 이야기였고, 나오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에 합격했으나, 료이치라는 바람둥이 남편 때문에 대학도 못 갔단 말이죠.
그리고 마음 고생하다가 그 나쁜 놈이 죽었는데, 왜 재혼을 안 하냐고요. 다 읽고 나서 결말 바꾸기를 하게 된 것이에요.”
에스더가 말했다.
“드디어 ‘헨젤과 그레텔의 진실’ 이후 또 결말 바꾸기 중독이 시작됐군, 난 에스더가 결말을 바꾸는 천재작가로 이름이 남기보단, 너만의 창작 소설을 제대로 남겨서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번 소설은 양치는 언덕의 후속 소설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내가 다 읽어봤는데, 네 글은 그냥 독립된 다른 소설 같아. 그리고 아쉬운 마음에 너만의 창작 작품을 세상에 내 놓기를 바란다.” 언니 엘라가 말했다.
“너 그러다가 캔디결말도 바꿔달라는 독자들이 나올라 걱정 돼”
“아무튼 결말을 바꾸는 이야기를 읽어보자.” 도로시가 말했다.
“나오미는 결혼식도 안 하고 료이치와 동거했는데, 바람 핀 남편 때문에 괴로워했고 고통스러워 하다가 결국 료이치가 죽었으니까 편안하고 행복해져야 하고 정말 사랑하고 있는 다케야마 선생과 결혼하는 것이 옳은 결말인데, 료이치가 뭐가 불쌍해. 료이치 때문에 재혼을 안 한다니, 나오미는 바보야. 료이치와 혼인신고도 안 한 거잖아. 일본작가의 글이 재미있지만, 결말이 맘에 들지 않아서 말이지”
“큰일 났어 교코가 편지 한 장만 남기고 떠났어요.” 다케야마의 친구 가오이 히로시아가 말했다.
가오이 히로시아는 다케야마에게 너무나 다급한 목소리로 그는 말했다.
그리고 잠시 의자에 앉아서 진지하게 이야기 좀 하자고 했다.
“뭐라고 교코가 떠나버렸다고요?” 다케야마는 매우 놀란 듯이 히로시아를 쳐다봤다.
히로시아는 다케야마의 친구인데, 료이치의 친구이기도 했다. 늦게서야 히로시아는 다케야마의 소식을 모두 들었다. 다케야마가 나오미라는 여성을 아직까지 사모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고, 교코라는 여성과 결혼하려고 한 사실도 알았고, 나오미가 과부가 된 사실을 알았다.
나오미의 이야기를 누군가로부터 전부 들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자살을 시도하려던 데루코에게서 이 모든 이야기를 들어버렸다. 자살하려던 데루코를 발견하고 히로시아가 살려주었는데, 히로시아가 도대체 무슨 사연이냐고 물어봐서 이 모든 이야길 털어 놓았다. 나오미의 사정이 너무 딱하다고 목사인 히로시아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다 털어놓은 까닭이다. 목사인 히로시아는 그 이야길 듣고 교코를 찾았으나 교코가 편지 한 장 남기고 떠난 사실을 알았다. 그는 교코의 편지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나오미의 일기장과 료이치의 낙서장도 같이 가지고 있었다. 나오미도 다케야마 선생을 사랑하고 있다고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나오미에게 다케야마 선생과 결혼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하기 위해서 그를 만난 것이다. 데루코의 이야기를 듣고 또 나오미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나오미의 마음까지 알아버린 까닭에 히로시아는 다케야마를 만났던 것이다.
“다케야마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하세” 히로시아는 다케야마에게 말했다.
다케야마는 히로시아가 가지고 있는 교코의 편지를 읽어보라고 했다.
“데루코는 나오미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살을 시도했었네, 그리고 그녀의 소원이 나오미를 다케야에게로 시집을 보내는 것이라네. 만일 자네가 교코와 결혼한다면 데루코는 너무 괴롭다고 했네, 나오미가 행복한 모습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지. 반드시 나오미가 다케야마 선생과 결혼을 해야한다고 눈물을 흘리면서 사정을 하던데, 아마 나오미의 전 남편 료이치와 바람을 피운 데루코는 나이미가 불행해진 원인이 료이치와 데루코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네.”
“3년을 함께 살았는데도 아기가 안 생겼고, 자녀도 없는데, 나오미가 굳이 다케야마 선생님을 포기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단 말이지. 료이치는 바람둥이였잖아. 데루코는 내연녀였고, 대루코가 자살을 하려 한 것도 다 나오미에 대한 죄책감을 벗어나지 못하는 마음인데, 나오미도 행복을 위해서 다케야마 선생님과 결혼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히로시아가 말했다,
“죽은 남편 때문에 재혼을 안 한다는 것은 잘못이야 어차피 나오미는 료이치와 결혼식도 못했고 혼인신고도 못했기 때문에 더 나오미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네. 강간당해서 결혼생활이 시작된 나오미가 불쌍하지 않는가?” 히로시아가 말했다.
“데루코가 자살을 시도했다고요?” 다케야마는 깜짝 놀랐다.
다케야마는 데루코가 자살을 하려했던 이유가 나오미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음을 알았다.
데루코는 나오미가 불행해진 것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놀랐고, 나오미를 위해서 나오미가 다케야마선생과 결혼을 해야만 마음이 놓인다는 말을 듣고 그녀의 마음 속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를 알 수 있었다. 데루코는 나오미를 유일하게 행복하게 해 줄 사람은 다케야마 선생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교코와 다케야마 선생니 이어지길 바라고 있었지만, 료이치가 죽은 후 나오미가 다케야마 선생과 결혼하는 것이 나오미에게 용서를 비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데루코가 료이치에게 수면제를 먹여서 료이치는 추운 겨울에 길에서 죽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데루코는 료이치를 죽게 했다고 죄책감에 시달리고, 나오미는 남편을 잃었으니, 불행해진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교코는 다른 사람과 결혼해도 되지만, 나오미는 한 번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으니 그보다 더 슬픈일이 어디 있겠냐는 것이다. 히로시아의 이야길 들으면서 다케야마는 나오미와 결혼하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료이치는 죽은 지 벌써 5개월이나 지났고,
교코도 다케야마와 결혼하는 것에 대해서 심히 괴로워했고, 결국 편지 한 장 남기고 떠나버렸다.
교코는 나오미가 불행한 결혼생활을 한 사실을 알고 있고, 다케야마 선생님이 나오미를 사랑했는데, 그 사실을 알고도 교코가 다케야마 선생님과 결혼을 해버리면 나오미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았다. 나오미가 죽은 남편 때문에 다케야마 선생님과 결혼을 포기한거라면 자기가 마치 나오미의 행복을 뺏은 것 같이 생각되었다. 교코는 도쿄로 떠나버렸다.
나오미는 이미 보모로 일하는 곳으로 떠났는데, 다시 나오미를 찾아야하고 데루코와 교코를 찾아야한다는 사실을 깨닫았다.
“데루코는 어디 있나요?” 다케야마가 말했다.
“데루코는 병원에 있네. 그전에 나오미가 쓴 일기장과 료이치가 남긴 글과 교코의 편지부터 읽어보는 게 좋을 거 같네.” 히로시아가 말했다.
“다케야마 아직도 나오미를 사랑하지?” 히로시아가 물었다.
“그래, 난 그녀를 사랑해, 교코보다 나오미를 사랑해. 하지만, 교코와 결혼을 약속했는데, 이제 파혼으로 생각해야겠지요. 나오미와 결혼을 하겠습니다.” 다케야마는 더 이상 말을 못했다. 눈에서 눈물이 계속 나오려고 했다. 히로시아는 불쌍한 결혼생활을 하고 남편까지 잃은 나오미를 도와주는 건 다케야마 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다케야마는 나오미에게 청혼하기로 마음을 먹어버렸다. 다케야마는 당장 나오미를 찾아가게 되었다.
“다케야마선생님이 왠일이세요? 나오미는 벌써 보모가 된다고 떠났는데, 무슨 일이신가해서요?”
나오미의 아버지가 말했다.
“청혼하러왔어요. 나오미와 결혼하려고요.” 다케야마가 진심으로 말했다.
“교코아가씨와 결혼하려고 하지 않았나요?” 나오미의 아버지가 물었다.
“교코는 떠나버렸어요. 전 교코보다는 나오미를 사랑해요. 슬픔에 쌓인 나오미를 위로하는 것은
저와 결혼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케야마가 말했다.
다케야마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나오미의 아버지는 나오미가 일하는 곳을 알려주었다.
“어서 가보게. 그리고 나오미의 남편이 되어주게” 나오미의 아버지가 말했다.
다케야마는 나오미가 일하는 곳을 찾아갔다.
“나오미 나와 결혼해 주세요.” 다케야마는 나오미에게 청혼을 했다.
“전 죽은 남편 때문에 그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어서 보모일을 한다고 했잖아요. 지금은 선생님과 결혼할수 없어요.” 나오미가 말했다.
“나오미. 이게 죽은 남편 료이치가 쓴 글이야. 여기에는 나오미가 다케야마와 결혼하는 게 좋겠다고 써 있어.” 다케야마는 나오미에게 료이치가 쓴 글을 보여줬다. 그리고 데루코가 자살을 시도한 이야기를 해 줬다. 데루코의 소원은 나오미가 다케야마 선생님과 결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데루코는 만일 나오미가 다케야마 선생과 결혼하지 못하면 자기는 또 괴로워서 자살을 시도할 것 같다고 그 이야기를 전해줬다.
“결혼 하겠어요. 다케야마 선생님과 결혼하겠어요.” 나오미가 말했다,
다케야마는 기쁜 마음으로 나오미를 꺼안았다. 처음 나오미를 안았는데, 어찌나 기쁘고 마음이 설레던지 그 기분을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한 달 후 나오미와 다케야마는 결혼을 했다. 신부로 단장한 나오미는 정말 이뻤고, 결혼이라는 것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가하고 생각했다.
“정말 이뻐, 나오미는 천사같구나!” 나오미의 아버지 히로나 고스케는 말했다.
나오미의 아버지는 딸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정식으로 결혼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이쁜 신부는 나오미다.” 결혼식에 참석한 데루코가 말했다.
“데루코가 건강을 되찾았다니 나도 기뻐” 나오미가 데루코를 보면서 말했다.
데루코가 아니었으면 어쩌면 나오미는 다케야마선생과 결혼하지 못 했는지도 모른다. 히로시아목사님이 찾아와서 다케야마선생을 설득한 것이지만, 데루코의 이야기가 더 절실했던 건 사실이었다. 다케야마는 나오미와 함께 데루코가 있는 병원을 찾아갔었고, 병원에서 데루코를 만나서 다케야마 선생은 나오미와 결혼하기로 데루코와 약속을 했던 것이다. 데루코는 다케야마선생이 나오미와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고, 아픈 중에도 힘을 내서 결혼식에 참석했던 것이다.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데루코는 나오미가 다케야마 선생과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나서야 나오미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것 같다고 여러 번 말했었다. 이미 나오미가 데루코를 용서했다고 하지만, 데루코는 그렇지 않았던것이다. 정말 나오미는 그 누구보다 더 정말 이쁜 신부가 되었다. 료이치와 결혼할 때는 신부화장은 커녕 결혼식도 치루지 못하고 동거로 아내가 된 경우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때는 결혼 반지없이 신혼살림도 없이 정말 초라했던 생활이었다. 그리고 정말 불행했다. 이제 행복한 일들만 남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