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몇 년 전인가 어느 날 큰 폭풍우에 해변 벼랑 한 모서리가
무너져 내리고 그 곳에서 작은 동굴이 발견되었는데 그 안에는
기인이셨던 십 삼 대조 선조님의 유골과 그분이 남기신 파랑검
의 검결이 있었지요!"
백하민은 그때의 감흥이 되 살아난 듯 안색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 파랑검은 우리 해남검문이 꿈꾸어왔던 최적의 검법이었습니
다. 나면서부터 파도와 함께 살아왔고 파도의 기운이 핏줄 속에
녹아든 해남검문 사람들에게는 파도의 출렁임이 자연스럽게 몸
에 베어있어 다른 지역 사람들과는 달리 태어날 때부터 배 멀미
를 하지 않지요. 파랑검은 그런 우리 해남도 사람들의 체질과 성
정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검이었습니다!
육지 한 가운데의 다른 어느 지방의 사람들이 그 파랑검을 익히
고자 한다면 파도의 움직임과 밀물 썰물의 특징 등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파헤치고 그 오의를 터득하고 하는 식의 공부가 있겠
지만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그런 것들을 본능적으로 터득하고 나
온 우리 해남도 사람들은 그런 과정들이 필요 없었지요! 그냥
검결에 이른 대로 칼을 쭉 뻗기만 하면 사지백해에 녹아있는 파
도의 기운이 순간 순간 미묘하게 변하는 기의 흐름에 동화되고
자연스럽게 파랑검의 검초가 익혀지는 것이었답니다!"
백하민의 얘기를 듣고있는 주해대사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검초란것이 위에서 아래로 단순히 내려치는, 겉보기에는 똑같은
동작이라도 무당검, 화산검, 소림검이 각각 다른 것은 그 검로
사이사이에 불어넣는 진기의 강약과 흐름이 각각 다르고 호흡의
들숨 날숨이 각각 다르기에 똑같은 모양의 검초라도 마주쳐 본
다면 각 문파의 검이 확연히 다른 것이다.
해남검문의 파랑검은 해남도 사람들의 체질과 본성에 가장 맞는
검인 것이다. 그런 검은 원숭이 손바닥에 송진을 묻혀주고 달리
는 말에 말발굽을 박아주는 것 같은 상승효과를 거둔다
"우리는 선조님의 은덕에 오열하며 그곳을 성역으로 정하고 삼
일에 걸쳐 제를 올린 후에 파랑검을 익혔습니다. 그러기를 십 여
년 아직도 선조님께서 깨우친 깊은 오의는 다 터득하지 못했지
만 언젠가는 그것도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허어! 선재로고! 해남검문의 영광이자 무림의 복이구려!"
백하민이 이야기를 끝내가 주해대사가 만면 가득한 웃음을 지으
며 백하민의 손을 잡았다
"감사합니다 대사!"
백하민이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는 주해대사의 모습에서 또 한
번 큰 불력을 느꼈다
"좀 쉬었으니 다시 시작해 봅시다!"
주해대사의 신호로 해남검문의 낙추영이 다시 나왔고 그의 상대
이자 구파일방이 세 번째 대표로는 점창파의 후가량(煦佳梁)이
란 젊은이였다. 자신마저 진다면 구파일방에서 해남검문을 꺾기
는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느꼈는지 비무장 한 가운데로 나오는
모슴에서 무거운 비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후가량의 소개가 끝나고 두 사람은 마주보며 간단히 포권을지
은 후 공격자세를 잡았다
이미 두 사람의 구파일방 대표가 해남검문의 삭추영 한 사람에
게 무릎을 꿇는것을 본 후가량은 결코 서두르거나 성급한 공격
을 하지 않고 천천히 온몸 가득 진기를 끌어올렸다. 육중한 바위
도 쓸어버리는 파도의 무거움과 넘실거리는 표홀함을 함께 갖춘
파랑검을 대적하기 위해서는 부동심의 자세가 필요했다
'단 일검이다!'
후가량은 검을 말아 쥔 손에 지그시 힘을 주었다.
넘실 밀려오던 파도는 해안절벽에 부딪치고 어느 순간 움직임이
정지되었다가 다시 밀려간다. 그 움직임이 멈춰지는 잘나의 순간
에 점창의 빠르고 강맹한 사일검법(射日劍法)을 펼친다면 어쩌
면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후가량은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기위해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흐읍-'
삭추영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지금 마주선 이 자리에서는 뭔가
꺼림직한 기분이 느껴졌다. 내가 알지 못하는 뭔가를 아는 사람
들을 만났을 때의 그 갑갑함이 이 자에게서 풍기고 있다. 이미
두 사람의 상대를 무너뜨린 것으로 자신의 몫은 다했지만 어쨌
든 패한다는 것은 기분 나쁜 일, 부딪쳐서 뭔지 모를 갑갑함을
깨뜨려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다
"차앗!"
파랑검이 먼저 파도를 타고 후가량에게로 돌진했다
쨍쨍쨍-
후가량이 처음부터 파랑검에 속절없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의 검
에서는 애초부터 공격의 의도는 잦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완벽
한 수비만을 염두에 둔 검초가 이어졌다
'피하면 피할 수록 거듭 거듭 밀려드는 것이 파랑검이다!'
삭추영이 다시 한 호흡을 내쉬며 넘실 밀려들었다
"하앗-!"
뒤로 물러서며 수비에만 전념하던 후가량의 검이 삭추영의 호흡
이 바뀌며 파도가 다시 넘실거리는 그 찰나의 순간을 정확히 베
고 들어왔다. 해를 쏘아 떨어뜨린다는 사일검의 빠름이 찰나의
순간을 정확히 포착했고 아직 공부가 부족하여 그 찰나의 순간
을 메우지 못한 삭추영의 파강검은 약점을 노리던 사일검에 꿰
뚫였다
"와아-"
두 번 연패 뒤에 최초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구파일방에서는
함성이 퍼져 올랐고. 삭추영은 허탈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파랑
검의 유일한 빈틈을 정확히 찾아내고 그 한 점을 찰나적으로 베
어버린 상대의 검이 놀라웠던 것도 있었지만 두 번의 승리에 자
만하여 파랑검의 틈을 메우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이 더 크게
가슴속에 자리잡았다
마주하였을 때 왠지 모를 갑갑함이 이것이었다. 먼저 치뤄진 두
번의 비무로인해 후가량은 파랑검의 약점 한 곳을 꿰뚫어 보고
그곳을 끊임없이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송곳날 같은 노림이
처음부터 뭔지 모를 거북함으로 자신을 찔러왔던 것이다
'구파일방의 위명이 이런 것인가?'
삭추영이 고개를 숙인 후 비무장을 걸어 나왔다
"해남검문의 부인교(附寅敎)라 합니다"
해남검문에서 두 번째 비무자로 나온 젊은이가 주위 명숙들에게
인사를 하고 점창의 후가량과 마주하여 서로 포권으로 인사했다
"후 노형의 사일검법은 정말 고강했소! 큰 가르침을 받겠소!"
"과찬이오! 운이 좋아 한번 이겼을 뿐 부형의 기도를 대하니 그
것이 마지막이 아닐까 하오!"
서로 가벼운 인사가 끝나자 곧 자세를 다잡고 팽팽한 긴장이 당
겨졌다
"차앗!"
부인교가 선제공격으로 파랑검을 펼치기 시작했다. 아까처럼 후
가량이 수비에 급급하며 밀물의 끝을 노렸다. 그러나 여러 사람
들의 예상대로 해남검문 네 사람의 대표 중 삭추영의 검이 제일
약한 검이었다. 그리고 내력 또한 제일 약했다. 그 약한 내력이
파랑검의 검로에 틈을 생기게 했고 후가량이 승리를 할 수 있었
다. 그러나 지금 상대하는 부인교의 검은 틈새가 너무 짧았다.
후가량의 공부로는 그 짧은 틈을 가를 수가 없었다
쨍강-
어느 순간 부인교의 파랑검이 후가량이 사일검법을 쳐내고 검끝
을 심장에 찍었다
"해남검문의 승이오!"
주해대사가 큰 소리로 해남검문의 승리를 선언하자 비무장 주위
는 쥐죽은듯이 조용해졌다. 이제 구파일방의 대표는 한 명이 남
았다. 그 한 명이 남은 세 명의 해남검문 제자들을 이길 수 있을
것인가?
갑작스레 이루어진 비무인지라 구파일방의 대표들이 최강자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넓은 중원천지의 대표들이 고도(孤島)의
한 검파에게 줄줄이 나가 떨어졌다는 것은 큰 수치이다. 그런 염
려스런 적막 속에서 터덜터덜 걸어나오는 구파일방의 마지막 대
표는 뜻밖에도 민대머리 화상이었다
"휴자(休字) 향열의 소림제자이오!"
정휴가 비무장으로 올라오자 소림제자들의 얼굴에서는 만면가득
안도감이 어렸다. 그들 대부분은 정휴의 칼을 한 번도 보지 못했
지만 그 칼이 어떤 것인지는 수없이 들어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와 함께 지금껏 열세를 면치 못하면서도 시종일관 여유를 잃
지 않던 주해대사의 의중을 헤아릴 수 있었다
연승제로 비무를 하면 상대가 몇 명이더라도 걸출한 한 명에게
모두 패한다면 그 대결은 전체가 패한 것이 된다. 그런 깊은 계
산이 있었기에 주해대사는 다른 명숙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만큼
구파일방의 일방적인 패배에도 태연하게 비무를 진행시켰을 것
이다
정휴 역시 자신의 법명을 다 밝히지 않고 휴자 향렬 하나만을
밝혔기에 중인들은 지금 이 소림승이 암흑마제에게서 칼을 배우
고 무림을 떠들썩하게 하고있는 열 네 명의 백도 후기지수중 한
명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허어! 소림승이 검법 비무에 참가한단 말인가!"
정휴의 정체를 모르는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백하민
또한 의아한 표정으로 주해대사를 바라보았다
"비무이기 때문에 우리 소림에서도 칼에 소질이 있는 제자 하나
를 내세운 것이지요. 실은 나도 저 아이의 칼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이번 기회를 통해 한 번 볼까 하는 생각도 있고 해서...."
주해대사의 말을 들으면서 점점 더 모르겠다는 듯 백하민이 고
개를 흔들고는 비무장으로 눈을 돌렸다
비무 시작신호가 내려지고 부인교가 검을 치켜올리며 파랑검을
펼칠 자세를 잡았다. 서서히 칼을 쥔 손이 올라가며 중단세의 자
세가 이루어졌고 그 상태에서 파랑검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
런데 그런 부인교를 상대하는 정휴는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고
물끄러미 주해대사를 바라보았다.
그 표정에는 자신이 왜 굳이 이런 비무에 참가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과 술이 덜 깬 상태로 낮잠을 방해받고 끌려나온대 대한 원
망이 남아있었다
'네 녀석이 잘해 주어야 조금 후부터 시작되는 회의가 아무런 문
제없이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야! 그래야만 다가오는 혈란에 하
루라도 빨리 대처할 수 있는 것이고!'
주해대사가 내심 중얼거리며 재차 비무신호를 내렸다
"하앗!"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정휴의 행동에 오기가 발동했는지 부인교
가 파랑검의 제 육 초식인 해일파천(海溢破天)을 펼쳐갔다. 아무
래도 백도의 마지막 대표라면 무엇인가 있을 것이다. 처음 나온
삭추영이 잠깐 방심한 사이 후가량의 검에 꺾이고 만 사실을 상
기하며 부인교는 처음부터 무거운 수법으로 정휴를 공격해갔다
쨍강-
"허억-!"
"어헉-!"
한 줄기 금속성이 울린 후 여기저기서 경악에 찬 음성들이 흘러
나왔다
부인교의 해일파천이 정휴의 전신을 난자하듯 쇄도하는 순간 멍
하니 도를 내리고 어 있던 정휴의 어깨가 움찔하는가 싶더니 어
느새 들고있던 도가 부인교의 목에 닿아 있었다
그 칼은 부인교의 목에 닿기 전 분명히 부인교의 칼을 쳐내서
파랑검을 깨뜨려 버렸지만 아무도 그 광경을 보지 못했다. 다만
튕겨져서 뒤로 휘청 밀리는 부인교의 칼과 함께 자신들 귓전에
쨍 하고 남아있는 금속성만이 그 사실을 대변(代辯)해주고 있었
다
"대체!"
"이. 이게 어찌된 일이오?"
중인들도 백하민도 모두 이구동성으로 주해대사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보시는 대로 저 아이가 파랑검을 쳐내고 해남검문 제자의 목에
칼을 들이댄 것 같소!"
주해대사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미. 믿을 수 없소!"
"말도 안되는 소리요!"
백하민 보다는 오히려 다른 문파의 사람들이 더 놀라며 믿지 못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구파일방과 사대세가는 아니었지만 언제든 구파일방과
사대세가를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파 무공에 대한 자
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들의 눈을 피해가는 칼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비록 다 막아내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어찌 시선까지 쫓아가지 못한단 말인가
부인교 역시 그런 표정으로 자신의 목에 닿아있는 정휴의 칼과
강하게 튕겨져 나가던 자신의 칼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믿을 수 업소!"
부인교가 정휴의 눈을 바라보며 넋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
"다시 한 번 해 보시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휴가 너무 실력발휘를 하면 안되는데~
고맙습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독 ㄳ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즐독입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입니다
즐감
즐독.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독 입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보고 있습니다~~~
즐독입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