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리교회를 계속 다닐 방법이 없는지 의논한다.
2. 제일교회를 가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3. 제일교회가 아닌 다른 교회를 묻거나 추천한다.
어제 이민철 씨에게 교회 이야기를 들은 뒤 묻고 의논할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할 말을 정리하고 직원의 생각을 최대한 잘 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계획대로 직원의 생각을 그대로 전해보기로 한다.
“김현중 집사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집사님은 뭐 알겠다고, 신앙생활 잘하라고 하시더라고.”
“그렇군요. 식사는요?”
“식사도 다음에 기회 될 때 한번 먹자 하시더라고.”
집사님 이야기를 시작으로 교회 이야기를 꺼냈다.
다행히 이민철 씨에게도 중요한 일이라 그런지 이야기가 잘 이어지는 듯 보여 계획한 것들을 묻기로 한다.
“이민철 씨가 마리교회에 못 가는 이유가 강석 씨란 분 때문이죠?”
“그렇지. 나를 계속 따라온다고. 2층으로 가도 따라오고 옥상으로 가도 따라와.”
“그렇군요.”
“안 오게 할 수 있는 방법 없냐고 하니까 없다고 하더라고.
그 2부 예배에 매일 오더라고. 1부 예배는 갈 수가 없으니까.”
“1부 예배는 왜 못 가시나요?”
“그거 시간이 안 맞아. 차도 없고. 시간이 안 맞는다 하시더라고.”
“1부 예배는 몇 시에 시작하나요?”
“그게 9시 20분쯤 할 겁니다.”
“집사님께 태워달라고 부탁드리거나 태워줄 수 있는 분을 소개해달라고 물어보는 건 어때요?”
“시간 맞는 사람이 없답니다. 집사님도 시간이 안 맞으시고.”
“그래요? 벌써 물어보셨군요.”
“네.”
“그럼 월평에서 태워드리는 건 어때요?”
“태워드리면 되긴 되는데 1부 예배는 내가 가기 싫은데.”
“그래요? 다른 교회에 가고 싶으신가보군요.”
“그렇죠. 상재 아저씨가 머니까 가지 말라고 하더라고. 제일교회로 오라고.”
“이민철 씨가 제일교회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상재 아저씨 때문인가요?”
“그렇죠. 거기 아는 분도 계시고 상재 아저씨가 민철이 받아줄 수 있는지 물어봐 준다고 했거든요.”
“그래요? 아니면 제일교회 말고 이민철 씨가 가고 싶은 곳은 없으세요?”
“음. 열린교회라고 있는데 거기는 아마 안 받아줄거야.”
“왜요? 저랑 물어보러 가실래요?”
“거기 장로님이 이발소를 하시는데 가서 물어봐야 돼.”
“같이 가서 여쭤볼까요?”
“아마 안 받아줄 건데. 옛날에 다른 교회에서 싸우고 쫓겨났을 때 물어보니까 안 받아준다고 하시더라고.”
“그래요? 지금은 또 생각이 달리지시지 않았을까요?”
“내가 나중에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일단 며칠만 제일교회 다니고요.”
“마리교회 잘 다녔는데, 옮기면 아쉽지 않으시겠어요?”
“음….”
“그동안 감사한 분도 많고 친해진 분들도 많잖아요.”
“괜찮아요.”
“옮기는 것에 대해 김현중 집사님과도 이야기를 더 나눠보면 좋겠어요. 식사도 계속 하자 여쭤보면 좋겠고요.”
“안 그래도 식사는 다음에 한번 하자고 하시더라고.”
“네. 제가 교회는 잘 모르지만 그냥 옮기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감사했던 분들, 친해진 분들께 옮기게 된 사정을 제대로 설명하고 인사도 잘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인사하면서 살면 되죠. 길 지나가면서 인사드리고 하면 돼요.”
“그리고 제일교회에 대해 말씀 드릴 게 있습니다.”
“뭔데요?”
“저는 제일교회로 옮기는 것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미 많은 입주자분들이 다니고 있어서 그분들이랑 이민철 씨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지 않거든요. 그래서 만약 교회를 정말로 옮기신다면 새로운 교회를 찾아보는 걸 추천합니다.”
“일단 제일교회 며칠 다녀보고요. 상재 아저씨가 물어봐 준다고 했거든요.”
“며칠 다녀보고 결정하시려고요?”
“열린교회도 알아봐야지. 김현중 집사님한테 말 좀 잘해달라고 부탁해봐야겠다.”
“네. 좋습니다.”
“아니, 제일교회 며칠만 다녀보고요.”
“며칠만이요?”
“일단 기다려 주이소.”
“믿고 기다릴까요?”
“네. 기다려보이소.”
기다려 달라는 이민철 씨 말에 조급하게 떠오르던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막무가내로 교회를 옮겨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어쩌나, 이어오고 있던 관계들을 망치면 어쩌나,
이민철 씨를 믿지 못해 생긴 걱정들로 머릿속이 가득했던 것 같다.
말려야겠다는 생각에 준비해 간 말들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아직 교회에 등록한 것도 아니고 며칠만 다녀보겠다는 이민철 씨인데 뭐가 그리 급했는지.
아마 교회를 옮기는 과정에서 이민철 씨는 자연스레 여러 사람의 생각을 듣고 의논하고 고민할 것이다.
이민철 씨가 지금 상황을 더 이해하고 고민할 수 있게 기다려야겠다.
2022년 10월 24일 월요일, 박효진
복지요결 ‘의논하기’편 ※당사자와 의견이 다를 때 ①~④ 내용을 실제 사례로 풀어낸 것처럼 쓰셨네요. 잘 의논한다는 것의 실제가 이런 것이구나!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임우석
이민철 씨에게 뜻을 잘 전하겠다는 박효진 선생님과 ‘기다려 달라’는 이민철 씨. 두 분, 정말 고맙습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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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이렇게 할 수 있구나!
의논이란 이런 것이군요. 어떻게 의논해야 할 지 박효진 선생님께서 이리저리 고민하고 정리하니 의논의 과정이 참 순조롭고, 누가 당사자고 누가 돕는 사람인지도, 그래서 누구의 삶인지도 고스란히 느껴져요. 이런 지혜는 어디서 오는 걸까?
이 기록은 따로 저장해 두었다가 두고두고 찾아 읽어야겠습니다. 좋은 기록 남겨주어 고맙습니다. 이런 실천을 하는 동료가 있어서 보고 듣고 읽고 배우며 물들어 갈 수 있다는 게 진심으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