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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대로 백문주께서 술을 사셔야겠구료!"
넋이 나간 중인들 귓속으로 주해대사의 목소리가 울렸다
"술이라면 내 저 연못을 다 채울 만큼이라도 살수가 있지요! 하
지만 지금은 술이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어떻게 저런 칼이
소림에 있는지 그리고 대사님께서 굳이 저 시주를 비무에 내세
운 깊은 뜻이 있는 듯 하니 그 사정부터 들어보지요! 궁금해서
일각이 여삼추 같습니다 대사님!"
백하민이 흥분된 얼굴로 주해대사를 바라보았다
"그러시지요 대사님! 지금 우리 모두의 심정도 그러합니다!"
중인들의 고개가 끄덕여지며 주해대사에게로 모든 시선이 집중
되었다
"우선 이곳을 정리하고 안으로 듭시다. 어쩌면 밤을 꼬박 새워야
할 회의가 될지도 모르니 저녁 공양부터 하시고 차근히 풀어가
도록 합시다!"
주해대사의 권유로 저녁공양을 받았지만 충격이 가슴 가득한 사
람들은 수저를 드는 둥 마는 둥 하고는 경내로 모여들었다
"지금쯤이면 여러 명숙님들께서도 짐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녁공양 후 다시 시작된 회의석상에서 주해대사가 모든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말을 시작했다
"아까 그 아이의 법명은 휴자 돌림의 정휴라고 하지요!"
"역시!"
"그렇군요!"
이곳 저곳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이재서야 소림에 있는 그 칼이
이해가 간다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암흑마제 또는 지옥마도라 불리는 장천호와 그에게서 한 자루의
칼을 전해 받은 열 네 명의 백도 후기지수들 중 정휴란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다. 비무당시에는 너무 갑작스럽고 정휴가 휘두른
무시무시한 칼에 온통 관심을 빼앗겨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여유를 가지고 차분히 생각하자 근래에 온 무림을 준동시키고
있는 지옥마제의 도법과 정휴의 도법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켰고
무당산 혈두를 겪은 다른 명숙들에게서 정휴의 정체를 확인했다
"그 아이의 정체를 안 이상 그 칼에 대해서도 그리 궁금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 역시 그 아이가 휘두른 칼을 오늘로 딱
두 번 견식한 처지라 더 세세한 것은 여러분들 보다 특별히 많
이 알것도 없지요!"
주해대사의 설명에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무거워졌다. 무당산 혈
투에서 장천호를 처음 보았을 때 저 악마적이 칼이 어디로 향해
겨누어 질 것인가 노심초사했던 구파일방의 장로들의 심정이 이
제 다른 군소문파의 장로들에게도 똑 같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동안 그들에 대한 얘기들은 동네 아이들의 입에서조차 쉬지
않고 오르내렸고 그들의 도법 또한 그렇게 회자되었지만 과장과
허풍이 반쯤 섞여 실상을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오늘 실제로 보
고나니 오히려 그런 과장들이 실상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
다.
"백 문주께 질문이 한가지 있소만!"
무거운 좌중의 분위기를 헤집으려 다시 주해대사의 음성이 들렸
다
"말씀하시지요 대사!"
백하민이 얼른 고개를 들고 주해대사의 얼굴을 응시했다
"문주께서 데려오기로 한 해남검문 사백 검수들과 아까 그 아이
가 대치를 하고 싸움을 벌인다면 어떤 결과가 될 것 같은가요?"
주해대사의 질문에 백하민이 뜻밖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잠시 생
각에 잠기다 입을 열었다
"확실하지는 않소만 한 오 십 명 정도 차례로 상대하고 나며 아
무리 철인이라도 내력이 부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말을 하면서도 백하민은 삼 십으로 할걸 너무 자신이 겸손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감이 들었다
"도장에서 일대 일로 마주하여 포권으로 예를 갖추고 대결을 한
다며 그렇게 되겠지요!"
주해대사가 말끝을 흐리며 잠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염주알을
굴리던 주해대사가 잠시 후에 눈을 뜨고는 무거운 음성으로 다
시 물었다
"비무가 아닌 실제의 전투라면 어떻게 될까요?"
주해대사의 또 다른 질문에 백하민이 난색을 표했다. 그런 것은
상상하기도 싫었기 때문이다. 그런 백하민의 눈을 주해대사가 조
용히 응시했다.
"불제자로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심히 괴롭지만 닥친 현실이
그러하니 양해해 주시구려! 그러니까 지금 해남검문의 사 백 제
자와 아까 그 아이가 봉절현에 있는 백제성터 벌판에서 마주쳤
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양쪽은 서로 살상을 해야하는 입장
이라면 어떤식의 싸움이 될까요?
내 짐작에 사손놈은 해남검문 사백제자가 전열을 갖추기도 전에
마환보라는 신법으로 훌쩍 날아서 전열 한 가운데로 뛰어들 것
이외다. 그리고는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칼을 휘둘러 서 너 명
의 상대를 벨 것이오! 그리고..."
"대사!"
백하민이 놀란 눈으로 주해대사를 불렀다. 주해대사가 자인했듯
이 불제자의 몸으로 이런 상상을 하는 것 만으로도 불경을 범하
는 일인 것이다. 그러한 백하민의 만류에 주해대사는 어쩔 수 없
는 일이란 듯 눈을 질끈 감고는 손을 들어 백하민을 제지했다
"그리고 발이 땅에 닿자마자 횡으로 바람처럼 질주하며 닥치는
대로 무지막지한 도를 휘두를 것이오. 그렇게 횡으로 치달아 끝
에 도달하면 이번엔 종으로 똑같이 질주할 것이오! 아미타불...."
마침내 주해대사가 말을 멈추고 불호를 읊었다. 놀란 좌중이 주
해대사의 얼굴에 온통 시선을 모았고 주해대사의 얼굴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뇌의 빛이 흘렀다
"후우-"
한 호흡 긴 한숨으로 가슴 속 무거움을 불어낸 주해대사가 다시
침중한 음성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을 몰아치고 나면 해남검문 제자들은 반 이상이
회복불능의 상태가 되거나 아까운 목숨을 잃게 될 것이오. 무서
운 일이오. 정녕 무서운.... 아미타불!"
주해대사의 탄식이 끝난 후 어둠이 짖게 깔린 경내에서는 숨소
리 한 점 새어나오지 않았다.
비무에서 정휴라는 소림의 젊은 시주가 휘두른 칼을 직접 보았
기에 주해대사의 가정이 전혀 터무니없는 소리가 아니란 것을
모두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 불제자가 그럴 수 있단 말이오?"
누군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그럴 수 없지요! 그럴 수 없고 말고요. 아미타불!"
주해대사가 천부당 만부당 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엇다
"그런데 어찌 그런 잔인한 얘기를 하시는지요 대사?"
아까의 그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무당산 혈투에서 우리는 아까 네 사손놈의 칼에 못지 않은 무
서운 칼들을 보았소! 그리고 그자들에게서 절체 절명의 위기를
겪었지요!"
주해대사의 말이 떨어지자 장내 온통 벌집을 쑤신 듯이 소란스
러웠다. 이미 몇 달 전에 무당산 혈투에 관한 얘기들을 들었지만
전적으로 믿지 않았던 것이다. 그동안 제왕성에 굴복하다시피 한
구파일방을 조롱하여 악의적으로 험담한 이야기로 설마 했던 것
인데 소림의 방장인 주해대사의 입에서 직접 듣게되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자들은 정녕 소름끼치는 자들이었소!"
주해대사의 고뇌 어린 회상을 들어 주려는 듯 형산의 좌무양이
대신 그 날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자들의 칼은 흡사 악마의 혓바닥 같았소! 이제껏 본적 없는
괴이한 초식과 철저하게 상대의 목숨만을 노리는 살인검이었소!
그리고 그들은 싸우는 방식에서도 우리의 상식과는 너무나 달랐
소!
아까 백문주께서 말씀 하셨듯이 정휴라는 시주와 해남검문 일금
검수 사 백 명이 정중하게 인사하고 차례차례 대결해 나간다면
내 생각에도 오십이며 소림시주의 칼을 무디게 하고 꺽을 수도
있을 것이오! 하나 그들은 절대로 그렇게 싸우지 않소!"
좌무양이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 격양된 얼굴로 마른침을
삼켰다
"그들은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서슴없이 달려들어
상대의 목을 노리다가 조금 불리해지면 순식간에 진을 구성하
오! 그리고 승냥이떼가 대호를 사냥하듯이 서서히 사냥하지요!
그 진법은 정녕 죽음의 진법이었소!"
밤이 깊어 경내에 한기가 속절없이 스며들었지만 아무도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듯 회동에 참가한 사람 모두가 꼼짝도 않고 좌무
양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여러분들도 잘 알다시피 우리들처럼 도장에서 온갖 예절을 따
져가며 익힌 도장검법과 살인검법이 만난다면 어떻게 될 것 같
소? 모르긴 해도 주해대사님의 가정처럼 우리 정도무림의 제자
들은 전열을 정비하기도 전에 반은 잃고 말것이오!"
좌무양이 말을 맺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주해대사에게로 눈길
을 돌렸다. 좌무양의 말이 끝나고 한참동안 장내에는 어떤 움직
임도 없엇다
"흐흠!"
한참 후에야 한쪽에서 헛기침이 일었고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하북팽가의 가주 팽도영(彭圖英)이었다.
"대사님과 형산파 장문인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불초로는 도
저히 믿고 싶지 않은 얘기이고 말로만 들었다면 절대로 믿을 수
없는 얘기겠지만 오늘 낮에 벌어진 비무를 본 바 믿지 않을 수
도 없군요! 그렇다면 우리가 무림맹을 조직하고 상대해야 할 열
영이란 집단이 모두 그런 칼로 무장하였단 말인가요?"
"그렇다고 봐야 할 것이외다! 우리가 무당산에서 만난 그들은 정
예이긴 했어도 최고 수뇌들은 아닌 듯 했소. 모르긴 해도 그들은
내 사손놈의 아래가 아닐것이오!"
주해대사가 간략하게 대답하자 여기저기서 작은 신음성들이 흘
렀다
"그럼 그들의 수효는 얼마나 된단 말인가요?"
"그동안 우리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최소한 일 만은 될것 같소!"
"말도 안되오! 어찌 그런 가공할 힘을 가진 집단이 이제껏 아무
런 흔적도 드러내지 않고 숨어 있었고 또 그런 힘을 가지고도
왜 이제서야 움직이기 시작한단 말이오?"
팽도영의 질문을 받은 주해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질문은
율자춘이라는 괴물과 제왕성에 얽힌 비사를 모르는 사람으로서
는 누구나 의문을 가질만한 것이었다
"팽가주의 질문은 참으로 지당하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혈영
이란 단체는 허물어진 제왕성을 대체하고 다음으로 우리 정파무
림을 상대하기 위해 율자춘이란 괴물이 만든 집단이오! 그 괴물
의 두뇌는 악마라도 한 수 접어줄 만한 것이었소! 그는 자신의
악마적인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혈영을 조직하고 이제껏 교묘히
감추어 둔 것이지요! 그건 아마도 제왕성이란 존재 때문에 그랬던
것일 게요! 이젠 제왕성이 무너졌으니 군림천하의 야심을 품고 그 칼
끝을 정파무림으로 돌리고있는 것이지요!"
"어허!"
"어찌 이런!"
그동안 반신반의했던 혈영의 힘과 자신들이 맞닥뜨린 현실이 인
식되자 이곳 저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척마대전 이후 너무나
도 평화스런 세월들이 이어졌고 그 기간동안 평안함에 험뻑 젖
은 백도무림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닥친 대 폭풍에 크나큰 공
포를 느끼게 된 것이다
"대사님! 그렇다면 우리가 이렇게 무림맹을 조직한다고 하여도
승산이 없든지 아니면 엄청난 피해를 입어야 하지 않겠는지요?"
해남검문의 백하민이 정녕 두려운 표정으로 주해대사를 바라보
았다. 기연으로 파랑검을 얻고 이번 무림맹 결성에 참석 할때는
해남검문의 위명을 천하에 떨치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하였다. 그
래서 색다른 무림맹주 선출방식에 불식간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
하다 시비가 일고 회동이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 왔지만 정
휴라는 소림승의 악마적인 검을 견식하고 현재 중원무림이 닥친
현실을 파악하자 절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만약 몇 번의 승리에 우쭐하여 행여 무림맹의 선봉을 맡기라도
했다면 애꿎은 해남도의 젊은이들을 몰살시킬뻔 하지 않았는가.
"그럴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하늘은 그렇게 무심하지만은 않는
듯 합니다. 여러분도 알고 있듯이 아까 내 사손놈의 칼은 소림의
칼이 아니고 지옥마도 장천호란 젊은이에게서 배운 것이지요!
율자춘이 키운 제왕성 척마단으로부터 척살당하기 일보직전에
그 젊은이에게 구명지은을 입고 그의 칼을 배운 것이지요! 그리
고 지금 백도무림에는 그런 칼이 열 네 자루가 있답니다!"
주해대사의 말에 모두들 깜박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리며 이
곳 저곳에서 제각기의 반응들이 일어났다
"그렇지요! 그 공자가 있었지요! 백도 후기지수들을 구하고 그들
에게 저런 칼을 가르친 사람이라면 그 칼은 능히 혈영의 마수를
막을 수도 있겠지요!"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서 오랫만에 안도의 기색이 떠올랐다
"그 공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요 대사? 그리고 그 공자의 사문
과 무공은 어떤 것인지요?"
"소승도 한 번 보았을 분이오! 그러나 너무 과묵하고 허허로운
눈빛을 하고있어 그 자리에서도 겨우 한 두 마디 말 밖에는 나
누지 못했소!"
주해대사의 얼굴에 아쉬운 눈빛이 흘렀다
"그럼 그 공자는 우리 무림맹에 언제쯤 합류할 것인지요?"
"소승도 아직 확실한 것은 알지 못하오 그래서 그 문제를 이 자
리에서 논의 하고자 하는 것이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보았습니다.
즐독합니다,
즐독입니다
고맙습니다
잘보았습니다
즐~~감!
헐 즐독 감사해요
떡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치국부터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입니다
즐감
즐독.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독 입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보고 있습니다~~~
즐독입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