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몽
- 강재남
찬찬히 내린 비로 세상이 그윽한 날
나무는 빼곡하게 새롭게 싹이 돋고
멀리서 가까이서 초록이 일렁였지
생명을 잉태하는 고요한 걸음들이 어떨 땐 거룩하게 때때로 가혹하게 그
렇게 저들끼리 측근이 되어가고 채송화꽃 벙그는 화단 쪽에 모여앉아 지나
간 이야기를 우리는 또 풀어내고
종일토록 가랑비는 가만가만 내렸는데
젖어가는 세상을 넋 놓고 바라보다 까무룩 꺼져가는 날들을 생각했지 언젠
간 사그라질 이런 일이 일상인 듯 어쩌면 꿈이다가 꿈 아닌 듯 나는 깨고 속절
없는 시간에서 불가해한 몸의 영역
이런 게 삶이 아니면 어떤 것이 삶일는지
ㅡ계간 《가히》(2024,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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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멀리 있는 큰 병원에서 검사를 받게 된 형편이지만
이를 핑계로 다시 만나게 된 처갓집 식구들은 헤어질 때까지 이야기꽃이 마구 피어납니다
기억이 가물해진 아흔여섯 장모님 기억을 두드려가며 웃음꽃도 피웁니다
간간이 형부의 건강 회복을 양념으로 곁들입니다
지난 겨울 내내 안절부절 지냈으나 그런 게 삶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요?
같은 유전자를 지녔어도 판이한 성격들이 빚어내는 부딪힘도 웃음으로 녹여내니 그저 신기합니다
3월 첫 연휴가 봄을 재촉하는 비소식과 함께 이어집니다
온 종일 공복 상태로 기다리다가 검사받고 다시 기다리는 반복을 별일 없이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담당 과장님의 최종 판정을 위해 재방문해야 하는데 기대와 걱정이 교차합니다
처갓집 식구들은 다시 만날 수 있다며 기다리고 약속을 잡네요
아들딸을 대신해 일정에 동행해주는 처남이 참 고맙네요
그럭저럭 잘 건사하해왔다고 믿은 내 몸의 불가해한 영역이 분명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하기사 이런 게 바로 우리네 삶의 영역일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