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 경전 / 정경화
납작한 밑불에서
자작자작 굳어갔다
화석이 되고서야
천근 속 풀어낼까
한 사발 뜨거운 바다,
누굴누굴 견디는 섬
바장조 / 정경화
섶마리 갈대밭에 가을이 흐릅니다
징검돌 미끄러지며 고둥 잡는 천씨 할매
허리를 길게 펴면서 붉은 숨을 토합니다
무명바지 난민들의 아우성도 다가옵니다
주먹밥 나눠 먹던 70년 전 그 허기가
촤르르 흑백영상으로 물소리를 냅니다
겪은 자의 피가 엉긴 노을은 늘 바장조,
데인 듯 퍼덕이는 왜가리의 날갯짓따라
아픔은 또 묻고 가라고 갈바람이 앞섭니다
귀뚜라미 읽는 밤 / 정경화
벽과 벽 그 틈새로 화살들이 발사된다
높지도 낮지도 않는 그 보법 그대로다
처서의 문전에 꽂힌 저 따끔한 전율들
빈 촉에 묻은 것이 과연 울음뿐인지
고요의 봉기이며 어둠의 노역인지
아무나 얻을 수 없는 천만 가지 답인지
별과 별 사이사이 여전히 쏟아진다
암시도 반전도 없는 저들만의 으뜸화음,
서늘한 달빛을 보챈 활시위를 거둔다
ㅡ 시조집 『눈물값 』 2023 목언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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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감상
누룽지 경전/ 바장조/ 귀뚜라미 읽는 밤// 정경화
정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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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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