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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높이 떠올랐던 해가 서쪽으로 지고, 땅에 어둠이
깔린 늦은 저녁. 직장인이라면 밥 먹듯 하는 야근을
겨우 끝낸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듯 기지개를 켜며
기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과장님,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여러분들도 고생 많았어요. 주말 잘 보내고 월요일에
만나도록 하죠.”
“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수직관계인 직장 내에서 꽤나 높은 위치에 있으면서도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과장의 말에 팀원들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깍듯이 인사하였다.
손윗사람이 깍듯하고 편하게 대해주면 그 친절함에
익숙해져 자칫 무례해지기 쉬웠는데, 남자가
회사생활을 잘 한 것인지 그 누구도 남자를 허술하게
보는 사람이 없었다.
자동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온 남자는 과장이 될 때까지
열심히 모은 돈으로 이사 온 집의 주차장 문을 열고
차 한 대가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그곳으로 천천히
후진하여 주차 하였다.
집에 들어온 남자는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린 허기짐에
평소처럼 냉장고를 열었다.
그러나 근래 계속된 야근 때문에 집에서 밥을 제대로
챙겨 먹지도 못했던 남자는 그제야 자신이 산 반찬이
모두 쉬어 버렸음을 알 수 있었다.
음식을 배달 주문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여기는 일본.
자정을 갓 넘어간 시간에 배달을 하는 식당이
그리 흔하지 않은 나라였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남자는 작게
투덜거리며 가까운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기 위해
옷을 챙겨 입었다.
“후우···. 겨울인가.”
돌고 돌아, 다시 찾아온 겨울. 남자는 숨을 내쉴 때
마다 담배를 태우듯 하얗게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보며 문득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덧 자신의 나이도 32살.
대학을 졸업하고, 운 좋게 지금 다니는 직장에 있는
동문 선배의 추천을 받아 취업한 뒤, 미친 듯이 일만
열심히 하였다.
덕분에 32살의 어린 나이에 이렇듯 도시에서 좀 외진
곳에 아담한 2층짜리 단독주택을 구할 수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공허할 뿐이었다.
원래부터 넓지 않았던 인간관계. 원래부터 가난했던
삶에서, 이제야 겨우 한숨 돌리는 듯 싶었으나, 이런
성공을 누리기 위해서 포기한 것이 뒤늦게 아쉬웠다.
물론 만에 하나라도 과거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그는
이러한 삶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부모님이 짊어 준 집 안의 빚의 이자가 그를 압살
했을 테니까.
빚을 모두 청산하고 간신히 얻은 집이니만큼, 그의
집은 그다지 상태가 좋지 못했다. 15평 남짓한 크기의
낡은 2층 집.
전원주택 치고는 마당도, 베란다도 없이 주차장 하나만
달랑 있는 곳이었지만, 그 집은 젊은 날 남자의 삶의
트로피였으며, 간신히 얻은 작은 안락처였다.
다만 역시나 외진 것의 불편함은 어쩔 수 없는지 가장
가까운 편의점으로 가기 위해서도 걸어서 10분은
걸렸고, 그나마도 가로등조차 듬성듬성 있어서 길은
어두웠다.
행여라도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편의점을 향해
걸어가던 남자의 눈에 문득 반짝이는 네 개의 빛이
보였다.
7년 만에 과장이란 직책을 얻을 정도로 눈썰미가
좋았던 남자는 그 낯선 빛에 당황하지 않고 재빨리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총 동원하였다. 그가 떠올린
정보 중, 7년 전 어느 겨울날,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신이 집에서 돌봤었던 생물이 떠올랐다.
“실장석인가···.”
남자는 감회가 새롭다는 듯 네 개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가로등이 비추지 않는 곳이기에 어둠에
가려져 적록의 눈동자만 보였지만 가늘게 진동하는
것이 두려움이나 추위에 달달달 떨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미 실장석이라면 학을 뗀 남자는 더 볼 것도
없이 눈을 돌리고 편의점을 향해 걸음을 떼었다.
두 쌍의 적록의 눈동자는 소리 없이 남자의 뒷모습을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모두 합해서 4천 엔입니다!”
“네, 여기요.”
남자가 카드를 건네자 계산을 마친 편의점 직원이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었다. 뭔가 싶어서 남자가
바라보니, 작은 플라스틱 통에 자그마한 플라스틱
볼이 가득 담겨 있는 게 보였다.
“아, 이건 지금 저희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이벤트
인데요. 4천 엔 이상 구매하신 분은 추첨하실 수
있어요. 자, 하나 꺼내 주시겠어요?”
의외의 이벤트에 남자가 찬찬히 안내서를 훑어 보았다.
5등 10명, 백 엔 상품권. 4등 5명, 천 엔 상품권.
3등 3명, 와인 한 병. 2등 1명, 7천 엔 상당의 링갈.
1등 1명, 1만 엔 상품권.
중간에 함정이 있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 남자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서둘러 집에 가서 밥을 먹기
위해 주저 없이 손을 넣어 가장 먼저 잡힌 공을
꺼내었다.
“어머나, 세상에! 2등에 당첨 되셨어요! 지역구 마다
2명밖에 없는 확률인데! 축하드려요, 손님!”
“···아.”
하필 걸려도 이런 게 걸리냐. 직원은 자기가 당첨 된
듯이 기뻐하며 손뼉을 짝짝 마주쳤지만 남자는 그저
심드렁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그러건 말건, 직원은 자신의 일을 다 하기 위해
편의점 구석, 실장석 용품 구역을 향해 잰걸음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직원이 상품을 찾았는지 헐레벌떡 달려와
기다리고 있는 남자에게 다시 한 번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상품을 건네주었다. 진열된 지 오래되었는지
얇게 먼지가 앉은 무선 이어폰처럼 생긴 링갈에는
[최첨단 기술이 탑재된 링갈! 기존 모델의 배터리
용량이 3배! 귀여운 실장석의 대화를 보다 생생히
전달해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자랑스레 적혀
있었다.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쉴 뻔한 남자는 직원에게
실례가 된다는 생각에 겨우 숨을 참고 감사의
인사를 표한 뒤 편의점 문을 나섰다.
비록 자신이 필요로 하는 상품은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당첨되었다는 사실은 그래도 남자의
기분을 조금은 좋게 만들었다.
그러나 남자의 좋은 기분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하였다.
편의점으로 가던 길목 중간, 실장석의 눈동자를
발견하였던 곳을 지날 때, 남자를 가로막은 작디
작은 두 생명체 때문이었다.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어둠에
가려져 있어 모습을 보지 못했었던 실장석 두 마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데, 데스. 데스, 데스우. 데뎃, 데스.」
「레에···. 레츄우우···.」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친실장으로 보이는 40센티미터
쯤 되어보이는 실장석이 눈색깔과 같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남자에게 팔을 퍼덕였다. 남자가 알아듣지
못함에도 끊임없이 팔을 퍼덕이며 호소하는 그
몸짓에는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은 간절함이 묻어났다.
반대로 그 옆에 있는 엄지실장은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친실장 뒤에 푹 숨어 얼굴만 빼꼼 내민
상태였다.
그러나 이미 실장석을 한 번 키워보았고, 겪어본
남자는 그들의 사정 따위에 관심도 없었다. 이미
탁아 경험만 15번에, 투분만 4번 맞은 남자의
머리에는 실장석=해충이라는 공식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남자는 무심히 그들을 지나쳐 다시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미친 듯이 데스데스 거리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지만, 어차피 실장석의 걸음 보폭으로는
남자의 걸음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
그래, 실장석의 걸음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었다.
「데데데덱! 데갸아악! 데히, 데규우우욱!」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자신을 향해 가까워지는 소리에
남자가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자신의 걸음으로는 도저히 남자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친실장이 내리막길의 경사를
이용하여 굼뱅이마냥 몸을 구르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실장석의 살은 연하디 연하여, 짧은 머리카락에 살이
뚫릴 정도였다. 그런 실장석이 추위로 꽝꽝 언 길을
데굴데굴 구르는 건 그야말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
그 증거로 남자의 발 뒷꿈치에 가로막혀 굴러가던
몸을 멈춘 친실장의 몸은 이미 새빨갛게 피멍이 든
상태였다. 거기에 겨울의 추위가 살을 얼려서 그런지,
피부도 죄다 찢어져 너덜너덜하였다.
「레, 레히이이~.」
대(大)자로 쓰러진 친실장의 품에 안겨 있던 엄지
실장이 어지러움에 비틀비틀 거리며 일어나려다
제자리에 쓰러졌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마주한 남자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그러기를 잠시, 엄지실장과
마찬가지로 어지러움에 헛구역질을 하던 친실장이
퍼뜩 정신을 차리며 후다닥 일어나 남자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하였다.
일명 사람이 자신의 자존심이고, 인권이고 모두
포기한 채 매달려야 할 때 보이는 자세. 그것은
바로 도게자 자세였다.
「데에에에엥!! 데스, 데스에에엥! 오로로롱! 오로롱!」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친실장이 도게자 한 자세로
고개만 들어 피눈물을 쏟으며 울부짖었다. 온몸이
진동하는 덜덜덜 떨리는 것으로 보아 이미 뼛 속까지
한기가 침투한 듯 보였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그냥 도시락과 같이 산 간식
거리라도 몇 개 던져주고 보낼까, 아니면 그냥 멀리
발로 차 쫓아낼까?
남자가 정말 심각하게 선택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문득 그의 뇌리로 번개같이 아까 편의점에서 받은
물건이 떠올랐다.
“으음. 중고로 팔려고 했던 건데.”
링갈 박스를 봉투에서 꺼내고 뜯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던 그때, 남자의 손에 링갈 박스가 있는 것을 본
친실장이 더욱 발광을 하며 울부짖었다.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빨리 박스를 꺼내라는 제스처를
본 남자는 그 자기중심적인 행동에 다시금 예전의
나쁜 기억이 떠올랐다.
“이건 내가 팔려고 가져온 거다. 이걸 사용하길
바라나? 정말 그렇다면 그만한 성의를 보여야지.”
테이크 앤 기브. 남자가 사회생활을 하며 뼛속 깊이
새긴 철칙이었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만큼, 회사에
물꼬를 틀기 위해 남자를 찾아오는 사람은 많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남자라면 쉽게 살 수 없을 비싼
물건을 선물로 들고 왔었고, 남자도 사람인지라
그 물건의 가치에 순위를 매겨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을 순차적으로 돕고는 하였다.
만약 그 일이 남자가 반드시 해야 했을 의무였다면
결코 그러지 않았겠지만, 회사의 힘을 이용하지 않고
남자 개인의 호의로 배풀 수 있는 일이었기에 그런
식으로 남자는 소소하게 용돈을 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 가끔 나오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람들. 먼저 자신에게 무언가를 주기 전에, 그저
호의만을 바라며 무조건적인 도움을 바라는 사람도
있기는 했었다.
그리고 지금, 친실장이 하는 행동이 딱 그런
것이었다. 자신은 그저 빌기만 할 뿐, 남자를 위해
무언가를 할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다.
「데, 데엣!!」
오묘하게도 인간의 말을 링갈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친실장은 그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데, 데데! 데기이이이익!!」
뚜두두둑, 뚜둑!
그야말로 절규와 같은 소리를 내며, 자신의 앞머리를
움켜쥔 친실장이 그 머리를 스스로 뜯어내었다.
「레, 레에?! 레치!! 레챠아아아!!」
자신의 마마가 돌연 스스로 생명과도 같은 머리카락을
뽑는 것을 보자 엄지실장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친실장은 괜찮다는 듯 지친 표정에 희미하게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어 뒷머리로 손을 뻗어
뒷머리카락을 움켜 쥐었다.
「데기이이이!! 데그아아!!」
뚜두둑! 뚜두두둑!
두 번의 경쾌한 소음과 함께 떨어진 친실장의 뒷머리.
친실장은 이제 완벽한 대머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그녀의 행동을 보고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데, 데에···.」
이것으로도 부족한가.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어쩌면
더 소중한 머리카락을 모두 뽑아냈는데도? 친실장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남자의 모습에 절망했다.
그러나 남자는 친실장의 노력이 부족해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충격에 선 상태 그대로
‘얼어’있었다.
실장석이 스스로 머리카락을 뽑는다니?
과거 경험으로 실장석에 대한 지식이 있는 남자는
그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스스로 불가촉천민으로 떨어지는 행위. 다른 실장석
에게 놀림을 받고, 노예취급을 받으며, 그에 따라
출산석으로 임신과 출산만 반복하다가 죽거나,
팔다리를 모두 뜯어 먹힌 채 운치굴이라는 똥굴에
갇혀 운치만 퍼먹다가 죽을 수도 있는 행위.
지금, 그 행동은 친실장이 스스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모자라, 친실장은 바들바들 떨며
자신의 옷을 주섬주섬 벗더니 이윽고 남자의 앞에
곱게 개어 내어주며 스스로 알몸이 되었다.
불가촉천민, 실장 카스트 층의 최하층의 노예.
알몸독라가 된 친실장은 천천히 무릎을 꿇고,
다시금 도게자를 하여 남자에게 맨들맨들한
머리를 숙였다.
“···젠장.”
차라리 투분을 하거나 실장석답게 분충처럼 덤비지.
그러면 거리낌 없이 발로 차서 날려버리고 말텐데.
이렇게까지 하는 친실장의 모습을 보니, 남자는
도저히 그녀를 무시하고 집으로 갈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한숨을 길게 내쉰 남자가 실장 박스를 뜯고 링갈을
꺼냈다. 줄이 없는 이어폰처럼 생긴 기계의 파워를
누르자 곧 [레후 레치 테치 테스 데스♪
우리는 사랑스러운 실장석~!♬]이라는 웃기지도 않은
작동음과 함께 링갈이 작동했다.
링갈을 귀에 꽂자, 곧 인간의 귀에 그저 데스데스
거리는 의미 없는 소음이 첨단 기술에 번역되며
인간의 언어로 남자의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좋아. 이제 들리는군.”
「데, 데에! 닌겡사마! 감사한 데스! 감사안 데스!!」
남자가 자신의 말을 드디어 알아듣자 친실장이
허겁지겁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친실장은 과거 브리더가
데리고 있던 출산석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 이후 당연하게 그녀에게 가해지는 엄격한 훈련을
모두 통과하고, 자신을 산 부잣집 주인에게 길러지며
행복한 실장생을 보내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행복은 딱 분양된 날로부터 두 달
뿐이었다. 실장석에 대한 지식도, 준비도 없이
집에 꽃을 키우던 자칭 애호파 주인은 친실장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꽃병을 치우지 않았다.
그 결과 친실장은 바람에 날려온 꽃가루 때문에
임신을 해버렸고, 이미 스스로를 애호파라고
자칭하며, 애호파 카페 회원인 주인은 애써 웃으며
그녀에게 자를 가져도 된다고 허락하였다.
그야말로 실장석에 무지하기에 가능한 쉬운 허락.
그 이후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와, 와타, 시시, 시가, 최대, 한, 소, 솎아냈어도,
이, 이미, 주인사마, 는, 와, 와타치타치들을,
미워한 데, 데스.」
알몸에 독라가 된 상태로 도게자 하며 겨울바람을
맞는 친실장은 입이 얼어붙는 듯 떠듬떠듬 이야기를
이어갔다.
결국 애호파 주인이 선택한 것은 무책임하면서도
깔끔하고, 정석이라 봐도 될 정도로 평범한 것이었다.
자를 낳은 친실장과 자실장들을 모두 유기하기.
그러면서 돌아가는 길에 실장샵을 들려 새로운
실장석을 구매해 여전히 애호파 행세를 하고 있는
전 주인이었지만, 친실장이 그것까지 알 방법은
없었다.
「겨, 결국, 자, 자, 자들은, 모, 모두, 얼어, 죽고,
와, 와타시와, 5, 5녀만이, 사, 사, 살아, 남은, 데스.」
분명 그건 기구하고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그러나
남자는 그 뒤에 이어질 말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 이야기는 잘 들었다. 정말 안타깝고 불쌍하구나.
그러나 난 너희 둘을 키울 만큼 넉넉한 사람이 아냐.”
비록 슬픈 이야기였지만 남자는 이전의 경험을 잊지
않았다. 보나마나 둘이 사육실장이 될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으면서 배은망덕하게 굴겠지.
그러나 친실장은 그런 남자의 예상을 깨고 남자가
그랬던 것처럼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아닌, 데스. 둘, 둘씩이나, 부, 부탁드리는,
민, 민폐는 절대, 안, 끼치는, 데, 데스.」
얼어붙어가는 입을 간신히 움직이며 친실장이 엄지
실장을 불렀다. 두려움과 추위에 친실장 등에 찰싹
달라붙어 떨고 있던 엄지실장은 화들짝 놀랐지만
친실장은 엄지실장을 앞으로 끌고 와 남자 앞에
세운다.
「와, 와타시의, 하, 하나 남은, 자, 인, 데스. 부,
부탁 드리는, 데, 데스. 자, 자만이라도, 부, 부디
닝, 닝겐사마가, 거, 거두어 주실 수, 있, 있는,
데스까?.」
순간 남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의 눈에 7년 전, 자신이 잠깐이나마 키웠던
두 실장석이 떠오른다.
모성애를 빌미로 남자를 농락하려 한 괘씸한 친실장과
그저 자기만 알고 친실장을 팔면서까지 살려고만 한
자실장.
결국, 그들의 목숨을 건 내기에서 친실장은 자신의
모성애를 증명하지 못하였고, 남자에게 거둬져
음식물 쓰레기만 먹으며 고문받다가 반 년만에
세상을 떠났다.
어째서인지 검은색 눈물을 줄줄 흘리며 힘없이
혀를 내빼물고 죽은 그 모습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났다.
그들에 비하면 이 친실장이 보이는 모성애는 진짜였다.
지금 이 순간조차, 엄지실장을 옆에 나란히 세운 채,
동상으로 얼어붙은 손바닥을 싹싹 빌며 자비를
구걸한다.
이미 피눈물은 얼어붙어 그녀의 얼굴에 문신처럼 길게
굳어져 있었다. 동상으로 얼어붙은 손바닥을 문지르자,
계속해서 살점이 찢어지고 떨어져나온다.
“···난 결코 애호파가 아니다. 그렇다고 학대파도
아니지만, 학대를 한 적은 많아. 만약 내 집에서
실수를 한다면, 그에 따른 벌로 학대를 할 거다.”
학대라는 말에 친실장의 싹싹 빌던 손이 움찔,
멈췄다. 남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
“네가 뭘 먹으며 살아왔는지는 모르나, 너희들이
노래를 부르는 스테이크와 콘페이토, 스시도 없다.
그래도 배불리 먹을 음식물 쓰레기는 줄 수 있다.
대신, 내가 사는 방식에 맞춰 살아야 한다.”
싹싹 빌던 손을 멈춘 친실장의 고개가 천천히
올라왔다. 올라온 친실장의 얼굴을 본 순간, 남자는
뒷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친실장은, 그야말로, 그야말로 행복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정말···. 정말 감사한데스···. 닝겐사마··· 정말로
감사한 데스···.」
연이은 충격에 남자가 몸을 굳히고 멍하니 보고
있었지만, 친실장은 그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마지막
자를 불렀다.
아무것도 모르는 엄지실장은 등에 숨을 수 없게
말리는 마마에게 서운하여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
마마의 부름에 기다렸다는 듯 품으로 뛰어든다.
「레, 레에에엥!! 마마!! 추웠던, 레에엥!!
떨어지기, 싫, 싫은, 레에엥!!」
얼어붙은 콧물을 훌쩍이며 엄지가 눈물을 펑펑
쏟는다. 그러나 친실장은 어째서인지 온화한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차분히 오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오녀. 와타시의 자. 마마의 말을 듣는데스.」
「레, 레레, 레?」
돌연 차분해진 자신의 마마를 보며, 엄지실장이
놀란 표정을 짓는다. 점점 마마의 몸이 따뜻해졌다.
어떻게?
「오녀. 이제 오녀는 닝겐사마가 거두는 데스. 오녀는
닝겐사마 집에서 살게 되는 데스.」
「그러니 절대로 닝겐사마의 말을 따르는 데스. 절대
닝겐사마를 화나게 해서는 안 되는 데스.」
「아무리 노력해도, 혼날 것인 데스. 아프고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인 데스. 그래도 괜찮은 데스. 고치면
되는 데스.」
「레, 레치!! 열, 열심, 히, 배, 배우는 레치!! 마마가
가, 가르쳐주는, 레, 레치!!.」
위화감을 느낀 엄지가 고개를 들어 마마를 올려다
본다. 어느새 눈물도 그쳐, 그져 얼어붙은 눈물자국만
남긴 채, 친실장은 미소짓고 있다.
「아닌데스. 닝겐사마가 가르쳐 주실데스. 그리고
어쩌면, 어쩌면 닝겐사마가 주인사마가 되고, 오녀가
사육실장이 될 수도 있는데스.」
「그러니, 와타시의 마지막 자, 오녀···.」
친실장이 돌연 엄지실장을 와락 끌어안는다. 이미
품에 안겨 있던 엄지실장은 그녀의 포옹에 일순간
숨이 막힐 정도로 그녀에게 끌어 안긴다.
그녀의 포옹은, 불타는 듯 뜨거웠다.
친실장은 흐려져가는 망막으로, 잠깐이었지만
행복했던 일상을 떠올리며 미소짓는다.
「내일도 살아가는 데스.」
「레···. 레···?」
뜨거웠던 마마의 품이 순식간에 식어가자, 그녀의
열기로 덥혀졌던 엄지실장의 몸도 빠르게 식어갔다.
엄지실장이 놀라서 몸을 움직이니, 툭, 친실장의
몸이 옆으로 쓰러졌다.
「레···. 레···? 마마···?」
대답은 없다.
「마마···. 자는 테츄? 이렇게 추운데 자는 테츄까?」
친실장의 표정은 웃고 있었다.
「마, 마마. 와타치, 또, 또 추, 추워지는 레, 레츄.
그, 그만, 자고, 안, 안아주는, 레, 레츄.」
역시,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레···. 레, 레레···. 마마···?」
아무리 불러도 친실장이 대답을 하지 않자 엄지실장이
멍한 표정으로 마마를, 아니, 마마였던 시신을 보며
굳는다.
그러더니 돌연
「레츄웅~?」
오른손으로 오른뺨을 받치고 아양을 떤다.
자신이 이렇게 아양을 떨면, 추운 날씨에 힘들어하던
마마가 웃으며 안아주었다.
그 기억에 따라, 엄지실장은 추위로 벌벌 떨면서도
반응 없는 친실장을 향해 열심히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레, 레츄, 츄웅~? 마, 마마, 는, 자, 잠꾸, 러기,
인 레치이~. 이, 일어, 일어나란 레츄웅~.」
어느새 엄지실장의 양뺨을 타고 흐르는 적록의
피눈물. 그런 엄지를 가만히 바라보던 남자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레히이이이이!
원래 오늘은 쉬려했는데 프니프니 원기옥을 맞아
운치를 참을 수 없었던 레삐이이이이!
짤방 출처는 개레형 오네챠인 레훙.
짤방 사용을 허용한다는 글이 있어서 이번 애호편은
개레형 오네챠 짤방을 사용할 예정인 레휑!
운치를 맛봤으면 프니프니를 하란 레후!
프니프니는 사랑인 레후!
따끔한 조언 프니프니도 좋은 레훼엥~.
첫댓글 오로롱 오로롱 ㅠㅠ
마마아 레훼에엥ㅠ
개념애호! 개념애호!
개념은 애호하는 레휑!
설마 이 주인공이 저번 학대편의 주인공인 데스까?
그런 레후.
전편의 남자가 또 탁아를 당하는 레후웅
잘 보고 가요
고마운 레후!
다음편도 기대해주면 좋은 레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