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무렵
- 성명진
집 앞에 아이가 나와 서 있고
노인이 앉아 있다
한순간 아이와 노인이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사내 하나가 고개를 떨군 채
앞으로 다가선 것
한 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그는 노인에게 큰절을 올린다
허물어져
내내 들썩이는 몸
추운 행색이었으나
다행히 지은 죄는 없어서인지
지나는 햇빛에 비치는 몸이
몰래 환했다
ㅡ시집 『몰래 환했다』(파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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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둘째날에 전국적으로 강풍과 더불어 습설이 내려 피해가 적지 않습니다
지인의 정원 큰 소나무 가지가 부러지고, 제주도에선 전봇대와 가로들까지 넘어졌다네요
곳곳에서 교통사고도 있어서 인명 피해도 생겼답니다
그러나 내일이 경칩, 봄 기운은 사방에 번져서 오늘부터 각급 학교가 개학을 합니다
어른과 아이들이 눈을 맞추는 요즘, 행색은 저마다 달라도 햇빛에 비치는 몸은 엇비슷합니다
큰 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외손자 둘도 진급하는 오늘 날씨는 궂을까봐 걱정입니다
어제 저녁에 아이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용기를 북돋워주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