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절반 이상 렌트비 지출…라면으로 연명”
▶ 역대 가장 큰 UC 파업 왜 발생했나
▶ 조교 연봉 2만4,000달러, 노조 2배 이상 인상 요구…UC는 3~7%↑제시 평행선
2022/11/17
UC 조교와 연구원 등 노조원들이 UC 샌디에고 캠퍼스에서 파업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 노조원이 낮은 급여로 라면으로 연명해야 한다는 사인을 들고 있다. [로이터]
박사학위 후보이자 미혼모인 코니샤 웨이드(29)는 매일 같이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UC 어바인 캠퍼스 내 2개의 일자리를 통해 번 월 수입의 절반 이상이 11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대학 아파트 렌트비로 지출된다. 아프리칸 아메리칸학을 연구하는 그녀는 매월 약 2,700달러(세금 공제 후)를 벌고 있다. 문화 이론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최소 2개의 강의를 듣고 아들을 키우고 있는 그녀는 월 렌트비 1,500달러와 생활비 1,000여 달러를 지출한다. 이대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다는 생각에 이번 주 UC 계열 대학원 근로자 4만8,000명이 결정한 대대적인 파업에 동참했다.
UC 계열 캠퍼스 조교 및 학생·학술 연구원, 박사 후 연구원들을 포함한 대학원 근로자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14일부터 시작한 파업이 장기화도고 있다.
조교와 연구원들이 렌트비도 감당하지 못하는 등 비현실적인 급여가 가장 큰 이유로 임금 인상, 보육료 상환, 고용 보장, 지속 가능한 대중 교통 인센티브, 국제 학자에 대한 수수료 철폐 및 장애인 편의시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으로 인해 수업이 취소되고 연구가 중단돼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UC 계열 파업의 원인을 LA 타임스가 지난 16일 진단했다.
UC 당국과 대학 노조 모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 측 요구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임대료와 관련 생활비 인상을 언급하면서 모든 대학원생 근로자에게 최소 연봉 5만4,000달러, 박사후 연구원의 경우 최소 연봉 7만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현재 대학원생 조교 등 근로자들이 받는 평균 연봉 2만4,000달러의 2배 이상의 금액이며 평균 1만달러 인상이다.
노조 측은 UC 캠퍼스 인근 주거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대학원생 92%, 박사후 연구원의 61%가 소득의 30% 이상을 렌트비로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학계 종사자들의 임금 인상 폭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UC 당국은 특정 대학원생 근로자에게 첫 해에 7%, 그 다음 해에는 3%의 급여 인상을 제안했으나 노조 측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양 측의 입장 차이가 이렇게 커지면서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실제 이번 파업으로 인해 많은 수업들이 취소되고 연구 활동이 중단되는 등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파업은 대학원생과 교직원의 급여 조사가 이루어지면서 UC 계열과 다른 대학들에서 오랫동안 유지된 노동 관행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되고 있다.
대학원생과 교직원들이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낮은 연봉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노조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특히 총장 등 고위 경영자들이 고액의 연봉을 이미 받고 있고 추가로 높은 연봉 인상을 받게 된다는 소식은 노조원들을 허탈하게 했다.
UC 이사회는 올해 초 UC 계열 9개 학부 캠퍼스의 총장 연봉을 최소 6%에서 최대 28% 인상시켜 52만2,000달러~64만달러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가장 연봉이 많이 오른 대학은 UC샌타바바라로 헨리 양 총장 연봉은 45만1,362달러에서 57만9,750달러로 28.4%가 인상되었다.
[미주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