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은 창가에 두고 - 최양숙
이 집을 떠날 거야 그릇을 잘 부탁해 나 닮은 운동화와 주머니가 몇 개 필요해 기억은 물병에 담아 창가에 두고 갈게
팽나무 가지에서 고양이가 울어대도 두 귀를 닫을 거야 수프는 이제 없어 감춰둔 꼬리를 따라가면 민낯이 보이겠지
이마를 찡그리는 버릇은 그만둘게 서리가 내릴 때쯤 그림자도 놓을 거야 얼마간 미친 듯이 흐를게 흔들리다 잊을게
ㅡ 시조집 『종소리에는 마디가 있다』 (고요아침, 2025) **************************************************************************************************** 역대 어느 정부든 출발할 때는 민심의 기대를 모았습니다만 중반도 지나기 전에 빈틈이 보이기 시작해서 흔들리고 후반기에는 정권교체 소리가 터졌습니다 청사진이 희미해지거나 겹쳐진 것도 아닌데 민심이 요동치는 다른 이슈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늘 그랬습니다 이슈가 이슈를 낳고 이슈가 다른 이슈를 덮으면서 또 다른 이슈를 앞세웁니다 홀로 똑똑한 척 하던 2030세대가 꿈틀 거립니다 언제나 '라떼'를 자랑질하던 7080 세대 또한 할말을 잃고 허둥지둥 중심을 잃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지켜고 청소하며 돌봐야 할 나라입니다 민낯이 홧홧해도 서로의 등을 밀어주고 먼 박수도 쳐주며 같이 걸어 가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