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그 이름 산업 전사들
헌 목장갑 낀 두 손을 입에 대고 불며 천두만은 발이 덜 시럽게 하려
고 연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바람막이라고는 없는 노천의 출찰
구 앞에는 마중 나온 많은 사람들이 추위에 떨고 있었다. 이제 막 퍼지
기 시작한 햇살은 밤새도록 얼어붙은 서울역 광장의 추위를 녹이기에는
아직 힘이 부쳤다.
천두만은 어깨를 펴며 등을 서너 번 쿵쿵 두들기고는 담뱃갑을 꺼냈다.
허! 나가 궐련을 다 사 피울 때가 오고 말이여. 쥐구녕에도 볕들 날 있
드라고 살다봉께 요런 날이 오기넌 온당께로. 잘살게 된 것이 맞기넌 맞
고, 수출이란 것이 좋기넌 존 것이여.
담뱃갑을 꺼낼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천두만은 느긋한 마음으
로 담배 한 개비를 빼들며 달고 맛있게 그 생각을 즐기고 있었다. 필터
가 달린 고급 담배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담배를 사서 피울 수 있게 여유
가 생겼다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자신도 이제 꽁초를 버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세상을 향해 떳떳하게 어깨를 펼 수
있는 일이었다. 남들이 쳐다보는 창피를 무릅써가며 꽁초를 줍던 시절
에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그런데 가발공장에 발을 걸
게 되면서 뜻밖에도 숨통이 트여갔다.
천두만은 담배를 맛있게 빨며 서울역 근방을 둘러보았다. 머리카락
모으는 일을 하면서부터 서울역에 자주 나오게 되었다. 서울이 날로 달
로 변해가듯 서울역 주변도 쉴새없이 달라져 가고 있었다. 길이 엄청나
게 넓어지고, 오래되고 낮은 건물들을 헐어내고 그보다 몇 배 높은 건물
들을 지어대고 있는 것은 좋았다. 그런데 그 등쌀에 좌판을 펼쳐놓고 먹
을 것을 팔던 장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 천두만은 아쉽고
서운했다. 그 장사들이 없어지고 나니 자신이 서울에 첫발을 디뎠을 때
의 서울역 기분은 전혀 맛볼 수가 없었다.
"나온다, 사람들 나온다."
"허, 세상 좋아졌네 이젠 완행열차도 연착 안 하고."
사람들이 세 출구를 따라 부산스럽게 줄을 서 나갔다. 천두만은 세 군
데를 살피기 좋도록 가운데 줄로 비집고 들었다. 100평이 훨씬 넘는 터
에는 마중 나온 사람들이 넘쳐나 만원버스 속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이
른 아침인데도 마중 나온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 것은 기차에서 내리는
승객들 중에 서울이 초행길인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었다.
"어이 달막아, 여기야, 여기."
"영철아, 영철아, 여기다아."
승객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이름을 불러대는 소리
들이 요란해지며 북새통을 이루었다. 그 번잡하고 소란스러움 속에서
사람들은 그 누구도 만원버스에서처럼 짜증을 부리거나 화를 내지 않고
웃음 달긴 얼굴로 생기에 차 있었다.
천두만은 발끝으로 서서 키를 있는껏 키우며 세 출구를 살피기에 정
신이 없었다. 출구마다 연달아 나오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남녀
였다. 싼 일거리가 수없이 많아진 서울의 힘이 시골 젊은이들을 마구 빨
아들이고 있었다. 천두만은 그 젊은 사람들을 보면서 불안이 점점 커지
고 있었다. 네 아가씨가 올라온다고 했는데 그들의 얼굴이 확실하게 떠
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머리카락을 모으려고 많은 마을을 떠돌며 아
가씨들을 대하다 보니 막상 마중을 나와달라고 연락을 받아도 누가 누
군지 구별하기가 어려웠다. 그저 아가씨들이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수없이 많은 아가씨들을 마중 나
와서 일이 잘못된 적이 없으니까 천두만은 그것만 믿고 키를 한사코 키
우고 목까지 늘여 빼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아저씨 아저씨, 천두만 아저씨."
시끌시끌한 소란 속에서 울려온 여자의 목소리였다.
"잉, 워디여? 워디?"
천두만은 가슴이 환해지는 것을 느끼며 두리번거렸다.
"아저씨, 여그요, 여그."
천두만은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 아가씨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아가씨의 이름은 생각나지 않았고 얼굴은 본 기억이 났다. 천두만은
사람들하고 부딪치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그쪽으로 마구 무질러
갔다.
"와따메, 눈치 싸게 내 얼굴 얼렁 알아묵었네 잉."
천두만이 넘쳐나는 반가움으로 컬컬하게 목청을 높였다.
"하먼이라 아저씨 못 찾으면 우리 신세 다 망쪼 드는디라."
아가씨도 반가움 가득한 얼굴로 화답했다.
"싸게싸게 저짝으로 나가드라고. 무신 사람이 요리도 몰켜드는지 몰르
겄네. 서울이 타이야라면 폴새 빵꾸 나부렀을 것이여. 하여튼지 용혀."
천두만은 신바람 나게 사람들을 헤치며 앞장섰다. 아가씨들 네댓 명
이 우르르 그 뒤를 따랐다.
"어이 아가씨들, 아가씨들, 취직하려고 왔소? 월급 많고 아주 좋은 자
리가 있어요."
뒤에서 들리는 이 소리에 천두만은 획 돌아섰다. 어떤 사내 하나가 아
가씨들 뒤에 따라붙고 있었다.
"야, 재수 없이 찐다리 붙덜 말어. 이 시악씨들은 다 내 고향 시악씨들
잉께 ."
천두만은 사나운 기세로 내쏘며 사내를 노려보았다. 보퉁이를 하나씩
든 아가씨들은 위험을 피해 어미닭 뒤로 모여드는 병아리들처럼 재빠르
게 천두만 뒤로 몸을 숨기듯 힌다.
"거 다섯씩이나 어디다 쓰려고 그러슈. 남는 게 있으면 한둘쯤 넘기
쇼. 내가 월급 많이 받는 좋은 자리에 박아줄 테니까."
스물한둘 되어 보이는 사내가 건달기를 풍기며 말했다.
"나 이래뵈도 서울물 묵은 지 10년 넘었어. 개잡소리 치덜 말고 썩 꺼
져. 대갈통 박살나기 전에."
천두만은 더욱 험상궂은 인상으로 사내에게 다가서며 두 주먹을 들어
올렸다. 불끈 쥐어진 주먹은 곧 사내를 후려칠 것 같은 기세였다.
"이거 재수 옴붙네. 촌년들 데리고 잘해 보슈."
사내가 이빨 사이로 침을 찍 내갈기고는 돌아섰다.
"못된 자석, 누구 신세 망쳐놀라고."
천두만은 두 손바닥을 털며 몸을 돌렸다.
"아저씨, 근디 워째야 쓸께라. 넷이라고 혔는디 한나가 더 불었시니
점순이가 늦게사 따라나서는디 띠놓고 올 수가 없었구만요."
아까 손을 흔들었던 아가씨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천두만
의 눈치를 살폈다.
"하먼, 한 동네 삶스로 그리 몰인정허게 허먼 되가니. 나가 일이 잘되
게 힘쓸 것잉께 걱정 안 혀도 돼야."
천두만은 담배를 빼들며 점잖게 대꾸했다.
"고맙구만이라, 고맙구만이라."
아가씨가 고개를 꾸벅거렸다.
천두만은, 수가 줄면 몰라도 늘면 늘수록 좋제, 하는 말을 감추고 담
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크고 작은 가발공장들은 벌써 몇 년에 걸쳐 아
가씨들이 모자라 애쓰고 있었다. 가발이 미국이나 일본으로 어찌나 많
이 팔려나가는지 공장은 커지고 일손은 딸렸다. 거기다가 나이 든 여공
들이 시집을 가게 되어 빈자리는 자꾸 생겨났다.
"아까 다들 봤제? 고것이 서울 깡패란 것이여. 그런 놈들이 사방에 확
깔려 촌에서 올라오는 시악씨덜얼 낚아채는디, 그런 놈들 손에 잽혔다
허면 그 질로 신세 쫄딱 망치는 것이여. 앞으로도 시악씨덜언 정신 똑바
라지게 채려야혀. 귀 얇아갖고 월급 많고 편헌 디 취직시켜 준다는 말
믿었다가는 큰탈 나는 것잉께. 내 수중에 돈 웂으면 쪼로록 굶어죽어도
누구 한나 눈 깜짝허지 않는 이 몰인정헌 시상에서 일 편험서 월급 많이
주는 디는 눈을 씻고 찾아도 웂응께 나 말 꿈에라도 잊어뿔덜 말어. 다
에린 나이에 타관생활 시작허로 나섰응께 돈덜 잘 모타 시집 잘 가서 한
시상 봐얄 것 아니겄어? 다덜 나 말 알아묵겄제?"
천두만은 서울역 광장 한구석에서 아가씨들에게 일장 연설을 하듯 했
다. 겁먹고 주눅든 아가씨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여댔다. 사내 때문에 더
욱 겁 질려 보퉁이들을 가슴에 껴안고 있는 아가씨들의 모습은 한층 더
촌스러워 보였다.
"짜아, 인자 공장으로 가보드라고. 아칙은 그 근방에 묵기로 허고."
천두만은 불똥이 달린 담배꽁초를 손가락 끝으로 튕기며 걸음을 떼어
놓기 시작했다.
"공장이 일 시작헐라면 안직 멀었응께 빈 배보톰 채우드라고. 다덜 시
장허제?"
시내버스에서 내린 천두만은 아가씨들을 둘러보았다.
"공장은 워딘게라? 공장 먼첨 귀경했으면 좋겄는디."
아가씨가 천두만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잉, 궁금헌갑제? 그려, 궁금허기도 허겄제. 공장 안은 이따가 문 열
면 봐야헝께 우선에 거죽이라도 귀경허드라고. 여그서 쪼깐만 더 가면
된께 ."
천두만은 기세 좋게 아가씨들의 앞장을 섰다. 검정 고무신을 신은 아
가씨들은 발 빠른 천두만을 따라가느라고 종종걸음을 치고 있었다.
"짜아, 바로 요것잉께 맘놓고 귀경덜 허드라고."
천두만은 마치 자기 공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공장 앞에 버티고 서며
두 팔을 허리에 걸쳤다.
"워메! 정미소보담 더 크시."
"음마, 정미소가 머시여. 국민학교만허구마."
"그려, 정미소는 댈 것이 아니여. 국민학교만헌 것이 맞어. 굉장허시."
아가씨들이 공장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머, 그리 놀랠 것 웂는 일이여. 저것도 모지래서 금년 안으로 2층 올
릴 것잉께로."
천두만은 정말 자기 공장인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사실 그는 날로 번
창하고 있는 공장에 남모르는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정식 직원은 아니었
지만 자신이 일을 한 이후로 공장이 잘되어 가는 것이 늘 마음 흐뭇하고
자랑스러웠다. 자신이 일을 시작할 때 200여 명이었던 여공이 이제 1천여
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직공들이 엄청시리 많은갑제라?"
식당에서 장국밥을 뜨며 아가씨가 물었다.
"항, 여공으로만 1천 명이여."
"워메, 1천 명이나 되야라?"
아가씨가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다 말고 눈이 휘둥그레졌고, 다른
아가씨들도 모두 천두만을 쳐다보았다.
"머시럴 그리 놀래고 그려? 저 공장은 그래 봤자 중짜밖에 안 되는 것
이여. 더 큰 공장들은 2천,4천,5천 명이 되는 디도 대여섯인디."
"워메! 글먼 그 많은 직공들이 다 우리맹키로 촌에서 올라왔을께라?"
"그렇제. 열에 아홉이 그런 심이제. 근디 그까징 것 갖고 놀랠 것 웂는
일이여, 이 가발공장 아니고도 시악씨들이 일허는 디가 방직공장, 봉제
공장, 염색공장, 과자공장, 쌔고 쌨응께 그 수를 다 합치면 굉장헐 것이
구만. 촌마동 시악씨덜 씨가 말르게 생겼다는 말이 나오게도 되얐제."
"근디, 성냥공장이고 방직공장이고 말 들어보면 일이 여러 대목이
고, 그 대목에 따라 일이 고약시럽기도 허고, 잠 낫기도 허고 그런다든
디요....."
아가씨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천두만을 빤히 쳐다보았다.
"옳여, 워디서 귀동냥 지대로 혔네 그려. 가발공장에도 반이 여럿이
있제. 나 겉은 사람덜이 모아딜인 머리크락을 가발 모양새에 따라 길고
짧게 짤르는 재단반, 그 머리크락을 쪼르륵 박음질허는 미싱반, 박음질
헌 것을 퉁겁기가 여러 가지인 쇠대롱에 말아 약품 칠해 말리는 건조반,
건조반에서 빠마헌 것맨치로 되어 나온 것을 가발 맨드는 바탕이 되는
캡이라는 그물에다 박음질허는 포스터반, 그 머리모양의 캡에다가 손으
로 머리크락을 일일이 엮어나가는 수제반, 다 된 가발을 빠마헌 것맨치
로 요리조리 모양을 내는 미용반, 그라고 염색반에다 포장반꺼정 일허
는 디가 여러 대목이제 근디, 그중에서 질로 치는 것이 머시냐! 수제반
이여, 수제반. 수제반이 없음사 가발이 안 맨들어진께 수제반에 사람이
질로 많고, 돈벌이도 질이제. 딴사람들은 몰라도 나가 소개허는 사람은
싹 다 수제반으로 넣어준께 아무 걱정들 허지 말어. 우리 딸도 수제반서
돈벌이 질로 잘허는 축에 드는 최고 기술자로구만. 기술 익힘서 반년만
고상허면 그 담보톰은 돈벌이가 아조 톡톡혀."
천두만은 가발공장에 몇 년 드나드는 동안 전문가가 다 되어 있었다.
일이 시작되는 8시에 맞추어 천두만은 아가씨들을 데리고 공장으로
갔다.
"야들 싹 다 수제반으로 넣어줘야 허요 이."
천두만은 공장장에게 다짐을 놓았다.
"예, 걱정 말고 원료나 좀 많이 모아 와요. 주문은 많은데 원료가 딸려
서 보통 문제가 아니라구요."
공장장이 천두만에게 담배를 권하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야 나가 더 애가 타는 일이제라. 동무장사는 많고, 낭자머리는 자
꼬 없어져 가고, 낭자머리 찾아 숭악헌 촌으로만 더트고 댕기는디, 요리
가면 3-4년도 못 가 머리크락 동나부는 것 아닐랑가 몰르겄소."
천두만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기는 해요. 파마머리를 다시 낭자머리로 바꾸라고 할 수 없는 일
이니까."
공장장이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디, 머리크락이 싹 동나불먼 이 가발공장들은 워찌 되제라?"
"그럼 인조 머리카락만 쓸 수밖에 없지요. 벌써 인조 머리카락으로 만
드는 게 절반을 넘어서고 있으니까요."
"발써 그리 되고 있구만이라. 근디, 쟈덜 잠자리는 으쩌제라?"
"내가 빈자리 난 자취방들 알아봐서 배치해 줄께요."
"쟈덜 내 딸이나 다 마찬가진께 잘 챙겨주씨요 이."
천두만은 다시 다짐하고 공장장과 헤어졌다.
길를 나서던 천두만은 공장을 되돌아보았다. 몇 년 사이에 공장이 그
렇게 커진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찮게 보이는 가발이라는 것이 그렇
게 떼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젠 사장을 전혀 만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쉽게 만날 수 있었는데
공장이 커져갈수록 사장은 보기가 어려워졌다. 그런데 사장이 그렇게
떼돈을 벌어 '가발 재벌' 소리를 듣는 것은 그가 특별히 잘나서가 아니
라고 했다. 국산가발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잘 팔리는 것은 머리카락
질이 좋은데다가, 가발을 엮어내는 솜씨가 특히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공들의 손재주가 좋아 국산가발은 가발 같지 않고 자기 머리처럼 자
연스럽다는 거였다.
"아부지, 조금만 더 고생을 참으세요. 하청공장 하나 차릴 수 있게 돈
을 모으면 그때부턴 우리도 곧 부자가 될 수 있어요."
천두만은 딸 말분이의 말을 생각하며 또 가슴이 울렁거렸다. 하청공
장을 차리려고 하는 딸의 꿈은 구름 잡는 헛꿈이 아니었다. 공장으로 쓸
수 있는 집을 세 얻을 돈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차릴 수 있었다. 일거리
는 이 공장에서 얼마든지 나왔고, 1급 기술자인 딸은 수제반으로만 꾸
며지는 하청공장의 공장장 노릇을 너끈히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
은 일거리를 운반하고, 다 된 가발을 납품하는 등 뒷바라지를 해주면 썩
잘 어울리게 되어 있었다.
딸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억척스레 일을 해오고 있었다. 게으름을 피
우지 않고 일을 열심히 해 제품을 많이 만들어내게 하기 위해서 수제반
에서는 유독 도급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일을 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
는 도급제를 좋아하며 딸은 날마다 밤늦게까지 일에 매달렸고, 한 달에
두 번 쉬는 일요일도 아까워할 지경이었다. 딸은 멋을 내는 일도 없이
그렇게 번 돈을 차곡차곡 모아 회사에 맡기고는 했다. 공장을 자꾸 키워
가는 회사에서는 은행돈을 쓰기 어려우니 모자라는 것은 공원들의 돈을
빌려 쓰고 있었다. 은행에 예금하는 것보다 이자를 두 배로 쳐주니 공원
들은 알뜰하게 돈을 모아 회사에 빌려주고 있었다.
그려 앞으로 2-3년만 더 고상허면 어찌 돼도 되겄제. 그리만 됨사
이 천두만이도 한시상 보게 되는디 이.
천두만은 입을 야무지게 훔치며 걸음을 서둘렀다. 또 머리카락을 찾
아 먼길을 떠나야 할 일이 바빴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 여공들이 일제히 일손을 멈추고 작업
장을 벗어났다. 천말분은 누구보다 앞서 뛰어 공장 밖의 식당으로 갔다.
"아줌마, 나 왔어요."
식당으로 들어서며 외치고는 그녀는 화장실로 내닫고 있었다. 회사에
서 화장실을 거쳐 나오면 한발 늦어져 자리잡기도 어렵고 밥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이고, 저 또순이."
식당 아주머니가 천말분의 뒤에다 곱게 눈을 흘겼다.
주로 여공들을 상대하는 싸구려 백반집에는 금방 여공들로 붐볐다.
천말분은 다급하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다른 여공들도 훈련병들 밥 먹
듯이 말 한마디 없이 허둥거리며 밥을 먹고 있었다.
10분이 걸렸을까 말까, 천말분은 밥을 다 먹고 식당을 나섰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곧장 공장으로 들어갔다.
"언니, 언니, 말분이 언니."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천말분은 고개를 돌렸다. 두 아가씨가 뛰어오
고 있었다.
"아까 언니 아버지 왔다 가신 것 아세요?"
"응, 오늘 오실 거라는 말은 들었어."
천말분은 계속 걸어가며 대꾸했다.
"글쎄, 창밖으로 언뜻 뵈길래 쫓아 나갔잖아요. 근데 벌써 가시고 안
계시는 거예요. 우리가 이제 견습공 딱지 떼고 정식으로 도급 기술자 된
것 알려드리고 싶었거든요. 우리가 이렇게 된 건 다 아저씨 덕이고, 우
리가 이렇게 된 걸 아시면 아저씨도 반가워하셨을 거거든요."
다른 아가씨가 말했다. 그들은 천두만의 말을 듣고 고향을 떠나온 미
자와 복실이였다.
"그래, 우리 아버지도 반가워하시겠지. 고생해서 견습공 벗어났으니
까 더 열심히 일해. 일을 더 해보면 알겠지만 기술이라는 건 끝이 없는
거니까. 자아, 그럼 또 봐."
천말분은 냉정하다 싶게 그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며 고개를 돌렸다.
"참 지독하다 얘. 돈독이 단단히 들었구나."
얼굴 둥글넓적한 미자가 천말분의 등뒤에다 대고 입을 삐죽했고,
"당연하지 얘, 시간이 돈인데. 할말 다 했는데 더 수다떨면 뭘 해. 우
리도 저런 걸 배워야 해."
복실이가 미자에게 눈을 흘겼다.
"저 언니 독하기로 소문났잖아. 나도 그리 되고 싶긴 한데 왜 또 재미
나는 영화도 보고 싶고, 멋진 옷도 해 입고 식고, 예쁜 구두도 사 신고
싶고, 하고 싶은 게 왜 그리 많은지 몰라."
"실답잖은 소리 허덜 말어. 니 집 떠나옴서 묵은 맘 폴새 잊어부렀냐?
싸게 가자, 일허로."
복실이는 일부러 고향말을 쓰며 미자의 손을 잡아끌었다.
"아이고메 이 징헌 가시네야, 밥알이 안직도 목에 그대로 걸렸는디 일
은 무신 놈에 일리여. 한숨 돌려야 소화가 되제."
미자는 입놀림과는 달리 복실이의 빠른 발걸음에 뒤지지 않고 공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천말분은 자기 작업대에 앉으며 버릇처럼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12시 17분이었다. 미자와 복실이를 만나 2분이 더 지나 있었다. 언제나
점심을 먹고 자리로 되돌아오는 것은 15분 이내로 하고 있었다. 점심시
간은 1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을 놀며 보낼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의자를 작업대 앞으로 바짝 끌어당기고 캡이 씌워진 마네킹의
자리를 작업하기 알맞게 조정했다. 마네킹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람 머
리모양으로 깎은 나무통이었고, 캡은 말뜻 그대로 마네킹에 씌우는 '모
자' 형태를 하고 있는 발이 가는 나이롱 그물이었다. 그 잘디잔 그물코
마다 머리카락을 엮어나가면 가발이 이루어졌다. 그 캡은 태평양을 건
너온 미제였다.
천말분은 왼손 엄지와 검지로 머리카락을, 오른손에 코바늘을 집어
들었다. 건조실을 거쳐 나온 머리카락들은 파마를 한 것과 똑같이 웨이
브가 잡혀 있었다. 파마약을 바른 머리카락은 건조실의 알루미늄 막대
에 감기는데, 그 굵기에 따라 웨이브 모양이 달라졌다. 곱슬거리는 정도
가 여러 가지인 웨이브가 가발 머리결을 결정했다. 코바늘은 보통 뜨
개질에 쓰는 것보다 훨씬 가늘고 예리했다.
그녀는 눈을 서너번 꿈벅거리며 그물을 주시했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그 행위는 체의 그물처럼 촘촘하고 작은 그물 구멍과 눈과의 거
리를 조정하는 것이었다. 몇 년에 걸쳐 잘디잔 그물코 하나하나에 머리
카락을 엮어내는 일을 하다 보니 눈이 자꾸 나빠지고 있었다.
천말분은 숨을 들이키며 머리카락과 코바늘을 동시에 그물코 하나에
대는가 싶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코바늘 끝이 머리카락을 그물과 함께
거는 것 같더니 코바늘의 재빠른 움직임으로 머리카락이 그물코에 묶였
다. 그 코바늘 끝의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눈에 띄지 않을 지경이었
다. 오른손이 코바늘을 조작하는 사이에 왼손은 벌써 새 머리카락을 집
어 그 다음 그물코에 대고 있었다. 잠시도 쉴새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그
연속동작은 어찌나 민첩하고도 정확한지 신기가 따로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천말분의 오른손 검지손가락 첫 마디와 왼손 검지손가락 첫
마디가 이상하게 휘어진 듯 비틀린 듯 돌아가고 있었다. 머리카락과 코
바늘을 그물코에 대는 순간 두 손가락의 첫 마디는 마치 뼈가 없이 고무
로 만든 무슨 물건처럼 휘어지고 뒤집혀 돌아갔다. 그건 작고 작은 그물
코에 머리카락을 정확하게 엮기 위해 순간적으로 신경을 집중시키며 손
가락에 힘을 쓰다보니 엄지손가락의 힘에 검지손가락의 첫 마디가 밀
리는 것이었다. 하루에도 몇만 번씩, 몇 년에 걸쳐서 순간순간 힘을 쓰
는 반복동작을 하다 보니 두 손의 검지손가락 첫 마디는 불구나 다름없
이 비틀려 돌아가고 있었다. 그건 그녀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도급제로
일하고 있는 수제반 여공들은 다 마찬가지였다. 제과공장에서 사탕 껍
질을 하루에 1만 5천 개에서 2만 개를 싸야 하는 여공들이 3-4년 일하
고 나면 두 손의 검지손가락 두 마디가 완전히 어긋난 듯이 비틀려버리
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천말분은 언제나 평화시장의 봉제공장 시다 노릇을 그만두고
가발공장으로 옮기기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봉제공장에 비해
가발공장은 천장 높고 바람이 잘 통해 먼지가 없는 것만으로도 천국이
었다. 그리고 봉제공장에서 미싱사가 되려면 10년이 걸리지만 가발공장
에서는 자기 손재주만 좋으면 견습공 생활 6개월로 도급 맡는 기술자가
될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아직 30분이나 남았는데도 작업실의 자리는 절반 이상 차
있었다. 여공들은 자기 마네킹에 다붙어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말소리
없는 실내에서는 서너 가지의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여공들이 틀어놓
은 트랜지스터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들이었다. 일의 무료함을 달래고
졸음을 쫓기 위해 어느 작업실에나 노래를 틀어놓고 있었다. 어떤 여공
들은 콧노래로 따라 부르기도 하고, 신명나는 노래가 나올 때는 합창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장장이나 감독 같은 사람들이 그런 것을 제지하
지는 않았다. 각자가 일한 만큼만 돈을 주는 도급제니까 제지하고 말고
할 것이 없었다. 돈욕심에 물불 가리지 않고 일을 하다가 죽을까봐 겁
난다는 것이 도급제였다. 그리고, 노동력이란 짜면 짤수록 나온다는 것
은 바로 도급제를 두고 하는 말이기도 했다.
천말분은 울컥 솟으려는 트림을 억눌러 소리 나지 않게 숨을 내쉬었
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밥을 먹고 나면 으레 속이 그득한 것 같기도
하고 더부룩한 것 같기도 하면서 소화가 잘되지 않았다. 밥을 급히 먹
는데다가 쉴틈없이 일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점심시간 내내 놀
수는 없었다. 변소 가는 시간도 아까워 소변을 참아가며 점심때 한 번,
저녁때 한 번 보는 형편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하청공장을 차릴 생각을
하면 잠자는 시간도 아까울 지경이었다. 머리카락을 모아오느라고 시
골을 떠돌며 고생하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어서 빨리 하청공장을 차려
야 했다. 하청공장만 차리면 아버지의 고생을 끝나게 할수 있었다. 아
버지가 하청공장 사장님이 되게 해서 그동안 온갖 고생을 다해온 서러
움과 고통을 풀게 해드리고 싶었다. 하청공장만 차리면 돈을 벌 자신이
있었다.
미자와 복실이도 다른 작업실에서 노랫소리에 맞추기라도 하듯 일손
을 재게 놀리고 있었다. 그들의 손놀림도 빠르기는 했지만 천말분의 솜
씨에는 댈 것이 못 되었다. 그들의 양쪽 검지손가락은 길들지 않은 무슨
신품 기계처럼 멀쩡했다. 그런데 그들의 기술만 차이 나는 것이 아니었
다. 마네킹에 씌워진 캡도 달랐다. 천말분의 마네킹에 씌워진 캡은 그물
전체에 머리카락을 엮어나가도록 민짜였는데, 미자와 복실이의 마네킹
에 씌워진 캡은 머리의 윗부분을 빼고는 머리카락이 다 붙어 있는 상태
였다. 그러니까 미자와 복실이가 하는 일은 그 비어 있는 정수리 부분에
머리카락을 엮어 채우는 것이었다.
미자와 복실이의 마네킹에 씌워진 캡의 아랫부분에 붙어 있는 머리카
락들은 모두 인공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이 수제반으로 넘겨지기 전에
포스반에서 기계로 박음질한 것이었다. 그런데 기계 박음질은 손 엮
음을 당해낼 수가 없기 때문에 가발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이
게 하기 위해서 윗부분만은 손으로 작업을 했다. 그런 가발은 값이 싼
일반 대중용이었다.
그런데 캡 전체를 손으로, 그것도 진짜 머리카락으로 엮어내는 가발
은 대중용에 비해 열 배 이상, 스무 배까지 비싼 것도 있었다. 그런 가발
은 자연모발과 거의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자연스럽고 세련되어 보였다.
그리도 비싼 고급품들은 주로 연예인들이 사용했다. 머리모양과 색깔에
따라 한 연예인이 수십 개씩 갖추고 있는 것은 보통이라고 했다. 그런
고급품들은 당연히 1급 기술자들 손에 맡겨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도급액이 높은 것은 더 말할 것이 없었다.
수제반의 일과는 다른 반들보다 늦게 밤 10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그
건 돈을 많이 벌 욕심 때문만이 아니었다.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하는 일이
라 그렇게 늦게까지 하지 않고는 필요한 물량을 만들어낼 수가 없었다.
"아이고오 허리야....."
"아이고 목 아퍼."
"아이고 어깨 빠지네."
여공들은 제각기 신음소리를 내며 등을 두들기고, 목을 주무르고, 기
지개를 켰다. 몇 시간씩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다 보니 다리까지 부어올
랐다.
"미자야, 너 야학에 안 다닐래?"
공장을 나서며 복실이가 나직하게 말했다.
"야학 .....?"
미자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었다.
"여기서 얼마 안 먼 데에 중학교 공부를 공짜로 가르쳐주는 야학이 있
어 선생님은 대학생들이고."
"야학이면 밤에 가는 건데, 밤일은 어쩌고? 밤일 안 하면 벌이도 팍
줄어들지만, 회사에서 가만있을 것 같애? 수제반에 필요 없다고 딴 반
으로 내쫓아버릴 건데."
"그럴까?"
"당연하지, 얘. 날마다 밤 10시까지 일하는데도 감독이나 공장장은 매
냥 물건 딸린다고 잔소리하고 답쳐대잖아. 그러고, 지금 급한 건 돈이지
공부가 아니잖아. 고향에선 돈 오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그야 그렇긴 한데..... 넌 중학교 공부 배우고 싶지 않아?"
"왜, 배우고야 싶지. 그치만 어차피 때가 지난 거니까 급한 불부터 꺼
야지."
"그렇긴 한데 ..... 난 제일 챙피한 게 배운 것 없어서 무식한 거야."
복실이가 한숨을 쉬었다.
"원 챙피할 것도 많다. 국민학교밖에 못 나온 애들이 수두룩한 판에."
미자가 핀잔을 주었다.
그들이 자취방에 돌아오니 처음 보는 아가씨가 하나 있었다.
"얘가 오늘 새로 온 애야. 한 사람 떠났으니 빈자리 채워야지. 다들 자
기 신참 때 생각해서 잘해 줘라."
제일 고참이 네 사람에게 말했다.
"그래, 너도 이제부터 고생길로 들어섰구나. 다같이 배고프고 슬픈 인
생인데 잘해 보자. 신참 잠자리는 바로 문 앞이니까 그리 알아둬.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거기를 거쳤으니까."
두 번째 고참의 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가씨를 한 번씩 쳐다보았을 뿐 아무 말이 없었다. 복
실이는 다시 한 방에 여섯이 기거하게 된 것이 괴로웠다. 여섯이 눕게
되면 돌아눕기가 어렵게 방은 비좁아졌다. 사람이 많다 보니 잠자는 것
만이 아니라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어서 돈을 모아 미자하
고 단둘이 쓸 수 있는 자치방을 얻어 나가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방
하나 전세가 10만 원이 넘으니 어느 세월에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감
감하기만 했다. 독방을 얻어 사는 것은 모든 여공들의 꿈이기도 했다.
며칠이 지나 점심 무렵에 감독이 천말분네 작업실로 들어섰다.
"지금부터 부르는 사람은 점심시간이 시작되자마자 공장장님 앞으로
모여. 301번, 307번, 310번, 314번, 319번."
"아이고, 뽑힌 사람들은 좋으시겠어. 기술이 워낙 좋으시니까."
감독이 나가자마자 누군가가 가시 박힌 소리를 했다.
"누가 아니래나 부러워 죽겠다니까. 공장장한테 빽 쓰는 방법이 뭐지?"
누군가가 더 옹골차게 맞장구를 쳤다.
천말분은 못 들은 척 일손을 더 빨리 놀렸다. 가끔 그렇게 부르는 것
은 특별한 일감을 다급하게 처리해야 할 때였다. 그런 일은 철야를 하기
예사였지만 그 대신 도급액이 한결 더 많았다.
천말분은 307번이 불리지 않았더라면 자기 심사도 편치 않았을 거라
고 생각하고 있었다. 공장에서는 여공들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다. 번
호가 바로 이름이었다. 307에서 3은 작업실을 나타냈고, 7 이 작업실 내
의 좌석번호였다.
"이번 일은 특별 주문인데, 완전 수제로 꼬박 이틀밤 철야해서 모레
이 시간까지는 완료해야 돼. 철야 자신 없는 사람은 손 들어."
공장장이 여공들을 휘둘러보았다. 그러나 200여 명의 여공들 중에서
손을 든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좋아. 점심부터 단단히 먹어두라구."
키 작은 공장장이 힘주어 말했다.
천말분은 점심을 먹고 나서 가게에 가 사탕 한 봉지를 샀다. 철야를
하기 위한 피로회복제인 동시에 잠 쫓는 약이었다.
식사시간도 20분으로 줄어들어 특별작업반은 한숨도 자지 않고 하룻
밤을 새웠다. 그러나 그들은 단 한 사람도 탈락하지 않고 줄기차게 일을
해댔다. 둘째날 철야에는 공장장과 감독이 더 부지런하게 여공들사이
를 오갔다. 그러나 졸다가 지적당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꼬박 이틀
밤을 철야해서 48시간 만에 모든 일을 끝냈다.
"어머, 어머, 남숙아, 왜 이래."
"얘, 정신차려, 얘."
여공들이 한쪽으로 몰리고 있었다. 천말분은 약간 어지러운 것을 느
끼며 그쪽으로 달려갔다. 작업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은 함께 밤샘을
한 314번 김남숙이었다. 눈이 반쯤 열린 김남숙의 눈에는 흰창뿐이었고
얼굴은 핏기 없이 하얗게 굳어져 있었다.
"공장장님한테 빨리 연락해. 병원에 데려가야 되잖아."
누군가가 소리 쳤다.
천말분은 작업실을 뛰쳐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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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님의 한강
한 강 = 제 2 부 유형시대 (5권)ㅡㅡㅡ 30. 그 이름 산업 전사들
살아있는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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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1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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