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태기행 후기』
이채영
평소 생협의 생활재를 이용하면서 생협의 원조격인 일본 생협을 한번은 방문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던 차에, 이번 일본 생태기행 일정 안에 생협 방문 프로그램이 들어 있어서 뒤늦게나마 여행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일본 여행길에 올랐다.
우리 일행 13명은 3박 4일(6월 11일 ~ 14일) 일정으로 고베, 오사카, 시가현, 교토를 중심으로 하여 관광과 생태기행을 하였다. 나흘 동안의 우리의 행적은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날에는 고베 청년 학습 센터에서 일단 여장을 풀고, Rokko(六甲)산으로 올라가서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서 점심 식사도 하고 산정상의 경치도 감상하다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 고베 청년학습센터로 가서 히다 선생, 노구나가 선생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고베청년학습센터는 환경과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만들어진 「구하는 모임」 이라는 시민단체의 구심점으로서, 일단은 안전한 먹거리의 공동구입 활동에 주력하고 그 밖에 생산자와의 교류나 환경에 관련된 학습, 뉴스발행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둘째 날에는 오전에 고베 방제센터, 메리켄 파크를 방문하고, 오후에는 Rokko산을 터널로 관통하여 고베도시 생협을 방문하였다. 고베도시 생협에서는 물류센터에서 배송된 물품을 각 가정에 배달하고 회원 소식지를 발행하여 회원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아 보았다. 고베 도시 생협 이사와의 대화의 시간을 통해서 알 수 있던 점은 첫째 일본의 다른 생협들이 상업적으로 변질되어 생협의 본래 정신을 잃고 있는 가운데 생협 정신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하는 몇몇 생협 가운데 고베도시 생협이 들어간다는 점, 둘째 우리나라의 생협들이 이런 일본의 생협들의 시스템을 거의 복사에 가까우리 만큼 따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우리 생협이 일본 생협을 모델로 하고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너무나 세세한 부분에 까지 모방을 하고 있는 점에는 어이가 없었다. 물론 남의 좋은 점을 배우는 것이 당연하지만, 남과 다른 나만의 차별성에 대해 우리 생협들이 좀 더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셋째 날에는 오전에 이번 우리 생태 기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시가현 다카시마시 하리에(붕어, 잉어 마을)를 방문하고 오후에는 비하호 박물관 중 수생식물 박물관을 관람하였다. 하리에 마을에서는 마을 입구에서 각자 방문자 카드를 목에 두르고 안내하시는 분을 따라 마을의 집들을 둘러보았다. 하리에 마을은 전체 가구 수가 120호 정도 되는 조그맣고 오래된 일본의 시골 마을로서 모든 집들이 목조 건물로 되어 있었다. 각 집들은 입구에 샘물이 흐르는 부엌을 가지고 있는데, 이 샘물은 식수로 사용하고 부엌의 고여있는 물 속에 붕어․잉어들이 살면서 부엌의 음식 찌꺼기를 먹어 치우기 때문에 깨끗한 물만 바깥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각 집에서 나온 물이 집 옆 작은 수로를 따라 흐르다 다시 마을 중앙을 관통하는 큰 개천으로 모여서 강으로 흘러 가는데, 물이 너무나 깨끗하기 때문에 강에서 은어가 산란기에 마을의 개천으로 올라온다고 한다. 정말로 마을 전체에 깨끗한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물의 마을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샘물을 신성하게 여기고 아끼고 관리한다는 사실이 감동적이었고, 내가 마치 100~200년 전의 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갖게 하는 마을이었다. 그리고 하리에 마을 식당에서 먹은 일본 전통 가정식 백반도 너무나 맛있었다.
넷째 날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기 때문에 오전에 일찍 교토 시내에 있는 성삼일교회를 방문하고 니조성을 간단히 관람한 다음, 사가노 토록코 열차를 타고 아름다운 산의 경치를 만끽하며 산을 넘어가서 다시 버스를 타고 오사카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본 일본은 우리나라 보다 훨씬 자연을 잘 보존하고 아끼는 환경 선진국이었다. 일본을 비롯한 세계의 환경 선진국들의 좋은 점을 배워서 우리에게 맞게 적용해보고 또 우리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들이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 각자는 연약하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서로 협력하면 창조적인 일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소중한 여행이었다.
첫댓글 생생하게 재연 할수 있는 기록으로 다시 기억해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