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멘탈 스포츠다.
이승엽(30·요미우리)이 올시즌 성공가도를 달리는 원동력이 타격 기술의 향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방망이에 실린 파워 만큼이나 강해진 것이 마음의 힘이다. 예전과 달리 외부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능력이 생겼다.
일본 스포츠신문 ‘산케이스포츠’가 27일자에서 전날 3안타를 친 이승엽에 대해 “한일 통산 400홈런을 눈 앞에 두고도 무리한 타격을 하지 않고 있어 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고 있다”고 칭찬한 것도 정신적 능력을 높이 평가한 부분이다.
한 시즌 아시아 홈런신기록인 56개를 때린 2003년만 해도 이승엽은 대기록을 눈 앞에 두고 크게 흔들렸다. 그해 9월10일 대구 한화전에서 52호와 53호를 몰아친 뒤 매스컴에서 일제히 카운트다운을 합창하자 이후 9경기만에 홈런 1개를 보태는 등 잔뜩 움츠러들었다.
집중 견제 속에 홈런을 의식한 나머지 타격폼까지 흐트러지며 약점을 노출했다. 덩달아 홈런 생산력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이승엽은 시즌 마지막인 133번째 경기에서 간신히 56호를 터뜨렸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한일 통산 400홈런에 대해 일본 언론도 주목하기 시작했지만 크게 의식하지 않고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6일 도쿄돔에서 열린 히로시마전에서는 평소 친분이 있는 방송인 김제동과 탤런트 안재욱의 방문으로 마음이 들뜰 만했지만 침착하게 3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올시즌 전체를 보더라도 이승엽은 이따금 쉼표는 찍고 있지만 슬럼프에는 빠지지 않고 있다. ‘마음의 키’가 그만큼 자라났기에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