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자신의 잘못으로 사고를 일으키면 운전자는 그에 대한 세 가지 책임을 지게 되는데, 민사상의 책임과 형사상의 책임 그리고 행정상의 책임이 그것이다. 첫째, ‘민사상의 책임’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흔히 ‘자배법’이라 불린다) 제3조와 민법 제750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으로서 남의 재물이나 신체에 가한 손해를 배상하도록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 대인배상Ⅰ·Ⅱ 및 대물배상에 가입하면 보험회사에서 피해자의 통상적인 모든 손해를 약관 기준에 따라 보상하므로 가해운전자는 별도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다만,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 등의 경우에는 운전자가 일정 손해(대인사고 때 200만 원, 대물사고는 50만 원)를 부담해야 한다. 둘째, ‘형사상의 책임’이란 형법 제268조(업무상 과실·중과실 치사상)에 의해 징역과 금고, 벌금 등의 형사처벌을 지게 되는 책임을 말한다. 그런데 교통사고의 대부분이 고의사고가 아닌 과실사고여서 사고운전자 모두에게 형사책임을 지우게 되면 대다수의 운전자가 전과자가 되기 마련이다. 요즘과 같이 자동차운전이 일반화된 상황 그리고 교통사고가 꼭 운전자만의 전적인 잘못으로 일어난다고 볼 수 없는 사정에서 교통사고 운전자를 모두 형사처벌한다면 운전면허를 소지한 국민은 모두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에 외국에서는 단순 교통사고 야기를 범죄로 취급하지 않을 때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도 운전자의 과실정도에 따라 형사처벌의 특례를 정하고 있다.
‘대인배상Ⅰ·Ⅱ’ 및 ‘대물배상’ 혜택 커 즉,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통해 198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사망사고 및 뺑소니사고와 10대 중과실사고를 뺀 나머지 사고는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또는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것으로 간주될 때(자동차보험 대인배상Ⅰ·Ⅱ 및 대물배상에 가입했을 때)에는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함으로써 형사처벌을 면하게 된다. 여기서 10대 중과실사고라 함은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제한속도 위반, 횡단보도 보행자보호의무 위반, 무면허 운전, 음주 운전, 앞지르기방법 위반, 건널목통과방법 위반, 보도 침범, 문이 열린 상태로 운행하는 것 등을 말한다. 이에 따라,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동차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그러나 10대 중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키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돼 있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형사처벌을 받는다. 어느 연구소에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 동안의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자료를 기초로 10대 중과실 교통사고 월별현황을 분석한 결과, 봄·가을 행락이 집중되는 시기인 4·5·10월에 10대 중과실 교통사고가 많이 나며, 그 중에서 제한속도 위반, 앞지르기방법 위반, 보행자보호의무 위반, 신호 위반 등이 상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또한 5월은 12월과 1월을 제치고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가장 많은 달로 밝혀졌다. 겨울이 가고 나들이하기 좋은 봄. 가족, 친구들과 자동차를 이용해 야외로 나가더라도 교통법규를 잘 지켜 교통사고로 인한 불미스러운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행정상의 책임’이란 운전면허에 관한 행정처분인 면허의 정지나 취소 처분과 범칙금 등의 과태료 처분을 당하는 것을 말한다. 운전면허 행정처분 기준을 보면, 벌점은 위반내용과 사고결과에 따라 부과되는데 위반내용에 따라 10~110점 정도의 벌점이, 사고결과(인적 피해)에 따라 피해자 1명당 5~15점 정도의 벌점이 부과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신호 위반으로 사고를 냈을 때 상대방 운전자가 경상(3주 미만 5일 이상의 진단)을 입었다면 벌점은 신호위반 15점에 인적피해 5점을 합산해 20점이 부과된다. 참고로 벌점이 40점 이상이 되면 면허가 정지되고 1년 동안 벌점 또는 누산점수가 121점 이상이면 면허가 취소된다. 개인별 운전면허 벌점은 경찰청 홈페이지(www.police .go.kr)에서 조회할 수 있다. 그리고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 도주하거나 음주상태(혈중 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운전하다 인사사고를 냈을 때 또는 술에 만취된 상태(혈중 알코올농도 0.1% 이상)에서 운전을 했을 때에는 면허가 취소되니, 사고를 내고 당황해 뺑소니치거나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주정차금지구역에 주차했다가 범칙금을 부과받는 등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이런저런 범칙금을 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교통사고를 일으켰을 때에도 범칙행위에 따라 범칙금을 부과받게 되는데, 예를 들어 정차한 앞차를 추돌해 사고를 냈을 때는 도로교통법 제44조 안전운전의무 위반으로 범칙금 4만 원을(승용자동차 기준) 부과받는다 | |
Q.1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면 ‘민사상 책임’은 전적으로 보험사에서 부담하는가? 대인배상Ⅱ(무한)에 가입했을 때 사람이 죽거나 다치더라도 형사적 책임을 제외한 민사상의 책임에 대해서는 보험사에서 해결해 준다. 그렇지만 대물배상은 가입금액에 따라 운전자(차주)의 책임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물배상 한도 3,000만 원에 가입한 상태에서 사고를 내 피해차가 여러 대이거나 고급차여서 손해액이 3,000만 원을 초과했을 때는 그 초과분을 운전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 수입차와 고급차가 늘어나면서 대물배상 가입금액을 높이는 운전자들이 많은데, 혹시라도 불운해 이런 일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대물배상 보상한도를 1억 원이나 5,000만 원 이상으로 높이는 것도 위험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그밖에 음주운전이나 무면허 운전 사고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자기 부담액이 있다.
Q.2 10대 중과실사고를 낸 운전자다. 구속당하게 되는가? 10대 중과실사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적용으로 형사입건되지만, 인명피해가 없을 때는 대부분 구속수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에서는 피해자가 중상(진단 8주 이상)일 때는 구속수사를 원칙(사안에 따라 10주 이상일 때만 구속하는 경우도 있음)으로 한다고 한다. 한 사고로 여러 명이 다쳤을 때는 각각의 진단을 합산해 구속여부를 결정한다.
Q.3 횡단보도를 건너다 신호를 무시한 차에 사고를 당해 3주 진단을 받고 입원 중인 피해자다. 가해자에게 형사합의를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고 있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10대 중과실사고를 범한 운전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때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가볍게 받을 목적으로 피해자와 별도의 형사합의를 하고 합의서를 경찰에 제출하는데, 형사합의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사실 ‘형사합의’란 말 자체가 법률적으로 인정되는 정식용어가 아님), 법률적 효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 다만,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사법기관에서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 있어 형사합의를 하지 않은 가해자보다 정상을 참작하게 되고 처벌이 가벼워지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예를 들면 구속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형사합의를 통해 구속을 면하게 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형사합의는 피해자가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며 가해자가 자신의 형사처벌을 가볍게 받을 목적에서 하는 것이므로 가해자가 합의에 관심이 없다면 이를 강제로 하게 할 수는 없다.
Q.4 형사합의를 하려는데 피해자측에서 과도한 금액을 요구한다. 어떻게 하나? 피해자가 너무 많은 금액을 요구해 합의가 불가능하다면 관할 법원에 ‘공탁금’을 예치하고 그 증명을 담당 재판부에 제출하면 당사자와 합의한 것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재판과정에서 정상을 참작해준다. 공탁금은 피공탁자(피해자)의 주소지 관할법원에 예치하며, 공탁금예치증명서를 발급받아 사고관할 법원에 제출하면 된다. 그런데 공탁금의 수령권은 피해자에게 있으므로, 나중에 마음이 변했다고 해서 가해자가 도로 찾아올 수는 없다.
Q.5 형사합의금은 얼마가 적당한가? 형사합의 자체는 법률적 제도가 아니므로 합의금에 대한 산정기준은 없다. 피해의 정도, 사고발생 상황과 사회적 형평성 등이 고려되어야 하고 가해자의 경제적 부담능력 범위 내에서 해야 할 것이다. 가해자의 경제적 능력을 벗어나는 금액을 요구하게 되면 가해자는 합의를 포기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원만히 합의해 피해자는 약간의 경제적 보충을 받고, 가해자는 처벌을 가볍게 받는 쪽이 사회생활의 평화와 질서를 위해 좋은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Q.6 부주의로 면허증을 갱신하지 못한 상태에서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 어떻게 되는가? 면허증 갱신기간 만료일 다음날부터 면허증 갱신을 받지 않고 1년이 지난 상태에서 운전했을 때는 무면허에 해당한다. 이는 10대 중과실사고에 해당해 형사처벌을 받게 되고, 민사적으로도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 부분이 생겨 개인적으로 부담을 지게 된다. 대인배상Ⅱ와 자차보험은 처리가 되지 않으며, 대인Ⅰ 및 대물배상(책임보험)은 처리가 되지만 무면허운전사고부담금(대인Ⅰ은 200만 원, 대물은 50만 원)을 내야 한다. 또한 무면허운전에 대한 벌점도 110점이나 부과된다(사고결과에 따라 벌점이 늘어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갱신기간 만료일 다음날부터 1년이 지나지 않은 상태(취소유예기간)라면 무면허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되도록 빨리 면허를 갱신하는 것이 좋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