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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시골 앞마당엔 여기저기 붉은 고추가 널려 있는 걸 볼 수 있다. 대단위로 고추농사를 짓는 분들은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그곳에 고추를 말리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요즘 농촌의 모습이다. 모두가 농부들의 정성이 담긴 고추들이지만 유달리 태양초라는 고추가 인기가 있다.
태양초,
진짜 태양초는 밭에서 따온 붉은 고추를 맑은 샘물로 깨끗하게 씻어서 마당에 멍석을 펴고 그 위에 널어 놓고 때가 되면 할머님이나 어머님은 고추를 뒤집어 주면서 말리셨다. 소나기라도 내리는 날이면 온 집안 식구들이 달려들어 고추를 걷어 들이던 시절.
그렇게 몇날 며칠을 정성으로 말려서 자루에 차곡차곡 담아 두었다가, 그대로 주면 부피가 크다며 방앗간에 가서 고운 가루로 만들었던, 아니 방앗간이 없던 시절에는 돌절구나 맷돌로 고추를 갈아서 가루를 내었던 시절. 그 시절에 나왔던 고추가 진짜 태양초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태양초라는 말이 나온 것은 몇년 되지 않은 것 같다. 증기로 고추를 쪄서 말리면 금방 마른다는 것을 알고 너나 나나 고추를 증기로 쪄서 말리는게 유행처럼 되어 버렸다. 그래서 전에는 흔하던 태양초가 요즘은 참 귀하다고 한다. 문명의 발달로 태양초라는 새로운 단어가 탄생된 것 같다. 고추의 매운 맛밖에 모르는 나는 증기로 쪄서 말린 고추나 온전히 태양에 의존하여 말린 고추의 맛을 모른다. 단지 하늘이 주신 자연의 조건을 이용해 말린 고추가 더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할뿐이다.
지금 자오쉼터 앞마당에도 그제부터 붉은 고추들이 널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면 얼른 바구니에 담아서 실내에 두었다가 바람이라도 살랑살랑 불고, 태양이라도 기분좋게 내리쬐면 어김없이 앞마당에 대자리가 펴지고 고추가 널린다. 벌써 쭈글쭈글 말라가는 고추를 보며, 세상에 거저되는 것이 하나도 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당신의 몸이 힘들어도 당신의 수고로 인해 남이 행복하다면 당신도 좋다는 아내. 무의탁 노인과 장애인, 고아들이 살아갈 터전인 자오쉼터 건축을 이번에야 마쳤지만, 그 와중에 고추를 700포기나 심어놓고 고추가 자라는 재미를 솔솔하게 느꼈던 아내는 마당에 널려진 고추를 뒤집으며 "이것은 누구에게 선물할거고, 이것은 몇근이나 나오겠다."며 행복해 한다.
솔밭사이로 불어 오는 바람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떠 있는 태양과, 아내의 사랑이 담긴 고추는 틀림없는 특등품 태양초이다. 우리의 삶속에도 하나님의 개입이 있고, 거기에 순종하며 살아갈 때에 진짜 특등품 삶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