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색깔 가장 아름다운 색깔은 어떤 색일까? 가을 저녁 노을이 지면서 이루어지는 어떤 순간의 복숭아 빛, 바람에 조금만 흔들려도 향기가 진하게 날아오는 라일락의 연보랏빛, 밤사이에 눈이 내려 아직 녹지 않은 채 나뭇가지에 쌓여 있는 숫눈의 희디흰 순백색, 첫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젊은 엄마의 보얀 젖빛과 아기의 살빛, 누구든 그 옆에서 꽃처럼 아름다워지고 싶어 가슴이 콩당거리는 사월 유채의 노란빛, 튜울립의 진한 빨강색.....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월에 나무의 여린 새잎들이 막 돋아나기 시작할 때 나뭇잎의 연둣빛이다. 연둣빛은 생명의 빛깔이다. 생명은 바로 이 연둣빛으로부터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빛이다. 그래서 이제 막 돋아나기 시작하는 봄의 나뭇잎들은 버드나뭇잎, 자두나뭇잎, 모과나뭇잎, 배나뭇잎, 도토리나뭇잎, 떡갈나뭇잎, 고로쇠나뭇잎 어느 것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그 잎들은 가까이서 보아도 예쁘기 그지없지만 어린 몸을 조금씩 키워갈 무렵이면 가까이서 나뭇잎의 빛깔을 보는 것보다 좀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바라보는 산풍경이 장관이다. 가까운데서 활엽수들이 만드는 연둣빛, 그리고 군데군데 침엽수들이 지니고 있는 초록빛, 그것들이 모여 이루는 신록의 빛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데 산벚나무의 은은한 연분홍이 연록색 잎들과 어울려 이루어내는 아름다움은 일 년 중에 가장 으뜸이다. 연록색 나뭇잎 빛깔은 산벚나무 연분홍을 만나 더욱 맑아 보이고 산벚나무의 은은하게 밝은 빛은 연록색의 풍경과 만나 그 빛이 더욱 고아해 보인다. 두 빛이 서로 어울려 이루는 조화로운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런 풍경을 봄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겠지만 나는 곡우가 지날 무렵 피반령 고개를 넘으면서 해마다 이런 아름다움에 빠져 걸음이 앞으로 잘 나아가 지지 않는다. 꽃이든 산과 들의 풍경이든 그것 하나로 아름다운 빛깔이 많지만 그래도 몇 가지 빛이 모여 이룬 조화로운 빛을 따를 수는 없다. 조화란 어울림을 말한다. 조화로운 아름다움이란 서로 잘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말한다. 원래 조(調)는 곡조의 준말이다. 음악과 노랫말의 가락을 일컫는다. 그리고 화(和)는 부는 악기이다. 모양이 생황과 같이 생겼으며 열세 개의 관으로 되어 있는 관악기의 한가지다. 그 두 가지가 잘 어울려 아름다운 음악을 빚어내는 것을 조화라고 한다. 그윽한 음악이 되는 정경을 조화라 하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또 조(調)는 품격을 높고 깨끗하게 가지려 하는 행동을 말하며 화(和)는 서로 뜻이 맞아 사이좋은 상태를 말한다. 그러니까 조화로운 상태는 서로 뜻이 맞아 좋은 모습을 유지하면서 서로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인해 품격이 높아진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이다. 곡우 무렵 신록의 잎들과 산벚나무의 꽃빛이 모여 이루는 산 풍경이 바로 조화로운 아름다움이 갖추어야 할 것을 골고루 갖춘 아름다움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그런가하면 조팝나무의 눈부시게 흰 꽃무더기가 초록의 잎들과 어울려 만들어내는 조화, 찔레꽃 하얀 꽃과 초록 잎들, 수수꽃다리 흰 꽃송이와 초록 잎 이것들은 녹색과 흰색이 잘 어울려 서로를 돋보이게 만드는 조화로운 모습이다. 이 두 색깔의 아름다움은 꼭 짙은 향기를 동반하기 때문에 벌들이 잉잉대는 날갯짓이 음악처럼 이 꽃들 주위를 감싼다. 곤충들 눈에 가장 잘 띠는 빛깔이 바로 초록 위의 하얀빛이라고 한다. 우리가 도로에서 늘 만나는 거리 표지판의 색깔을 초록바탕에 흰 글씨로 한 것도 이 두 가지 빛이 자연에서 이루는 조화가 얼마나 산뜻하고 눈에 잘 뜨이는 빛인지를 미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한다. 초록과 노란색도 서로 잘 어울린다. 푸른 풍경 속의 유채꽃을 생각해 보라. 풀밭 위의 민들레빛깔은 또 어떤가. 금단추 같은 민들레 노란 꽃은 풀밭 속에서 유난히 반짝인다. 작지만 양지꽃 딸기꽃도 눈에 금방 들어온다. 노란색은 붉은 색과도 잘 어울린다. 빨간 단풍나무와 함께 있는 노란 은행잎, 그 옆의 붉은 고로쇠나뭇잎이나 고동색의 갈참나뭇잎, 떡갈나무 상수리나뭇잎 단풍든 이런 나뭇잎들이 서로 어울리며 빚어내는 풍경도 아름다운 소멸이 빚어내는 조화로운 빛이다. 노을빛도 한 가지 빛이 아니라 붉은 색 연분홍색, 주황색이 서로 섞이며 바람과 구름과 빛과 시간을 따라 변화해 가는 모습이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서로 다른 빛들이 조금씩 서로를 섞어가며 만들어내는 무지개 빛, 색동저고리의 소매, 모딜리아니의 그림보다 아름다운 조선보자기, 조각난 색색의 천으로 만들어 낸 아름다움도 조화를 잘 이루어낸 아름다움이다. 전혀 상극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빛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검은 색과 흰 색 서로 상반되는 색이지만 수묵화에서 두 색깔의 빛이 모여 이루어내는 아름다움 또한 깊은 맛을 낸다. 상대방이 가진 빛깔을 허물어뜨리고 망가지게 할 수 있는 상반된 색깔이지만 얼마든지 서로 잘 조화를 이루기도 하는 것이다. 검은 색과 노란 색도 서로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색이지만 바로 그 점이 서로의 특성을 잘 드러나게 한다. 건널목 색깔이나 경고표시에 두 색깔을 대비시켜 서로를 효과적으로 드러나 보이게 하는 색으로 사용한다. 사람들은 서로 색깔이 다르면 같이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 어울리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헐뜯고 모함하고 비난한다. 적대감을 갖거나 해치기도 한다. 서로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집단적인 린치를 가하거나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색깔이 다른 사람은 인권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고 생명까지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흑인들과 유색인종에 대한 백인들의 인종차별이 그랬고 유태인에 대한 나치의 만행이 그랬다. 매카시는 사상의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미국의 지식인들을 고통과 파멸로 몰아갔는가. 말년에 영국왕실로부터 작위를 수여 받은 유명한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도 매카시의 색깔공세 때문에 많은 고초를 겪은 바 있다. 한 가지 색깔만으로 세상이 칠해져 있다면 세상은 아름다울 수 없다. 노을 빛이 사라진 암흑의 하늘은 아름답지 않다. 푸른빛을 잃은 밤바다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변한다. 세상을 온통 빨간 빛깔의 꽃으로만 덮는다면 그 꽃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사람들은 살 수 없어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노란 해바라기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모조리 노란빛으로만 채워 놓는다면 정신착란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다양한 색깔들이 서로 공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 빛들이 서로 어울려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우리는 이름답게 바라본다. 자연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서로 다른 빛깔이 어울려 내가 돋보이고 나로 인해 다른 빛이 드러나 보이는 그런 삶이 아름답다. 조화의 빛은 공생의 빛이다. 상생과 공존의 빛이다. 서로 빛깔이 다르기 때문에 세상이 다채롭고 풍요로운 것이다. 나와 다른 빛깔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더 알아가야 할 영역이 있는 것이고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풀어나가야 할 미완의 과제들이 있는 것이다. 그런 과제를 해결해 가며 역사는 진보하는 것이다. 연록색의 나뭇잎들이 빚어내는 신록의 아름다움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봄에 디지털 카메라를 하나 샀다. 아름다운 풍경 자연이 만들어 내는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기억하면서 그 아름다움이 어떻게 내 마음을 변화시켜 가는가를 지켜보려고 한다. - 도종환님의 산방일기중에서 욥기 22장 29절 네가 낮춤을 받거든 높아지리라고 말하라 하나님은 겸손한 자를 구원하시느니라 조관우 - I Miss You(English Version)
출처: 하나님만 사랑하는 모임 원문보기 글쓴이: 하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