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11.14 (월) 맑음
부산에서 오전 8시 집을 나와 김해-김포-인천-프랑크프르트를 거쳐 프라하에 도착하니 이곳 시간 오후 11시 즉 23시가 되었다. 시차 8시간을 감안하면 꼭 23시간 걸려 약 1만km를 이동한 셈이다.
밤늦게 프라하공항으로 마중 나온 큰딸과 사위가 운전하는 차로 10분 정도 걸려 딸 가족이 살고 있는 집에 도착했다.
먼저와 있던 집사람과 프라하의 미국인 학교를 다니고 있는 외손자와 유치원에 다니는 외손녀도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프라하까지는 서울서 직항편도 있었지만 싸게 오느라 독일의 루프트한자를 이용하니 도중 갈아타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50만원정도 저렴하게 올 수 있었다.
이곳을 오게되면서 몇 가지 새로운 경험을 하게되었다.
그 하나는 유류할증료란 것이었다.
인터넷에 소개된 할인항공권 요금은 76만원이었는데 막상 표를 구입하는 단계에서는 발권비 7,600원 외에 유류할증료란 것을 205,000원 더 내야 했다.
또 다른 하나는 독일 비행기에서 포장된 김치와 참기름을 곁들인 비빔밥과 간식으로 컵라면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포장 참기름은 비빔밥을 다 먹은 후에야 그것이 참기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우를 범했지만.
싼 항공권 값을 톡톡히 치룬 것은 프랑크프르트에서 3시간이나 되는 지루한 대기 시간이었다.
다행히 신혼여행 부부 한 쌍을 만나 지루함을 조금 덜긴 하였지만.
2005.11.15 (화) 흐림
출근하는 사위는 등교하는 꼬마들을 태워 나갔다.
정기점검 차 맡겨 둔 딸의 차를 찾으려고 프라하의 유일한 현대차 판매 및 A/S 센터로 이곳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가면서 알게 된 정보 한 가지.
이곳의 대중교통 수단으로는 중심가에는 대부분 노면전차를, 전차가 없는 지역에는 버스를 이용하게 되는 데 표 한 장으로 90분 동안 이들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임승차도 가능하긴 한 데 가끔씩 시행하는 암행 단속에 걸리면 50배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한다.
차를 찾아 시내를 돌아보다가 Japan Korea grill HONG-KONG이란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곳에도 몇 년 전부터 한국음식점들이 생겼으나 맛에 비해 값이 생각보다 비싸다고 한다.
그래서 비싸고 입에 맞지 않는 한국음식보다는 이름에서 보듯이 일본과 한국사람 입맛에 맞춘 비교적 싼 중국음식을 이곳 교민들은 더 선호한다고 한다.
귀가 길에 먼저 아리랑이란 이곳 유일의 한국산 식품을 팔고 있는 가게에 들렸다.
라면에서부터 가래떡에 이르기까지 한국사람들의 먹거리는 대부분 이곳에서 살 수 있으며 이 물품들은 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독일로부터 들여온다고 한다.
다음에는 꼬마들을 데리려 가는 길목에 있는 대사관 거리를 둘러봤다.
북경의 대사관 거리와 마찬가지로 조금은 한적한 곳에 각 국 대사관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한국대사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북한대사관도 보였다.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영국인 학교의 유치부에 다니는 외손녀를 태우러 갔다.
여러 나라 말을 하는 다양한 부모들이 꼬마들을 다리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에는 일본인도 있어 몇 마디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의 규모가 제법 큰 미국인 학교에 가서 4학년생인 외손자를 기다렸다.
이곳엔 잔디 구장도 있었으며 고등학교까지 함께 있다고 한다.
오늘 마지막으로 들린 곳이 차에 탄 채 사갈 수 있는 드라브인 맥도날드였다.
미국의 상혼이 세계 곳곳에 뻗쳐 있음을 실감하였다.
집에 돌아오니 참았던 졸음이 엄습하였다.
인천공항(독일 루프트한자가 있는 곳)
기내식으로 나온 비빔밥(농협김치라고 쓴 포장 김치에 유의)
간식으로 나온 컵라면(국물까지 다 먹으려면 스프를 반만 넣는 것이 좋음)
프랑크프르트공항(모노레일 이동 후 프라하 행의 A62 구역 입구의 검색대 앞)
이곳 시간 밤 11시가 넘은 시각의 프라하공항
딸가족이 살고 있는 3층구조의 연립주택(맨 아래층에는 차고와 탁구대 등이 있음)
프라하의 현대자동차(딸의 산타페 정기점검 후 인수차 들림)
이곳에서는 낮에도 전조등을 켜야 하며 노면전차와 자동차가 함께 달리기도 한다.
중국음식점 홍콩(주인이 직접 만든다는 이 집 김치 맛은 정말 칭찬해 주고 싶었다)
한국식품점 아리랑(식생활에 필요한 한국산 먹거리가 골고루 갖추어져 있었다)
한국대사관
북한대사관
외손녀가 다니는 영국유치원 정원
외손자가 다니는 미국학교
드라이브인 맥도날드
2005.11.16 (수) 흐리다 오후 늦게부터 비
매주 수요일 파출부(우크라이나인)가 오는 날로 집안 청소하는 동안 딸의 안내로 시내 구경을 나섰다.
시내로 나가는 길목의 대사관 거리부터 9시가 지난 시간인데도 정체가 심하다.
도중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는 추운 날씨 속에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서있는 것이 보인다.
딸의 단골 사설 환전소에 들려 환전을 하였다. 그 주변에는 환전소와 여행사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바츨라프 광장에 도착하여 주차할 곳을 찾아 헤메다 겨우 한곳을 찾았다. 불법 주차단속을 하는 경찰도 눈에 띈다.
1989년 공산국가에서 자유국가로 전환되는 계기가 된 '벨벳 혁명' 태동지인 바츨라프 광장에는 위쪽에 박물관이 있고 그 아래에 바츨라프 동상이 있다. 동상 아래쪽에 1969년 독재에 항거하다 분신 자살한 얀 팔라흐(Jan Palach)라는 학생의 조그만한 기념비가 있다. 그 아래에로 길게 뻗은 공간에 잔디 지역이 있고 전차를 이용한 카페가 있는 곳을 지나면 길가에 유료 주차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도보 10여분 거리의 구시가 광장으로 이동하였다. 도중에는 길거리 한가운데 줄지어선 노점상과 삶은 옥수수를 팔고 있는 이동점포도 보였으며 콘서트 안내 전단을 나누어 주는 모습은 7년 전 처음 왔을 때와 다름이 없었다.
구시가 광장에는 매시간 정시가 되면 12 사도가 돌아가며 보이는 두 개의 창문이 열리며 닭의 울음소리가 나는 타종 모습을 보러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광장에는 종교 개혁자이자 체코의 영웅인 얀 후스를 위한 거대한 기념비가 있고 관광객을 위한 마차 타는 곳도 있었다.
이곳에서 다시 도보 10여분 거리의 카롤다리로 갔다.
입구 오른편에 카롤대제의 동상이 있고 아치형 입구가 있는 첨탑을 지나니 카롤다리가 나왔다.
다리에는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으로 붐볐다.
다리 좌우에는 여러 가지 조각상들이 줄지어 있고 거리의 악사들도 눈에 들었다.
다리를 지나며 좌측에는 수중보가 보이고 이곳까지 올라온 유람선들이 선회하고 있었다.
좀더 승선시간이 긴 유람선은 수중보 옆의 도크시설을 이용하여 상부로 올라간다고 한다.
다리 너머로는 프라하城이 보였다.
오후가 되니 흐리던 날씨가 조금씩 비를 뿌리기 시작하였다.
이곳은 흐리거나 비오는 날이 많아 일주일에 2,3일 정도가 햇볕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나마 오전에 잠깐 난 햇볕은 오후엔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위도가 북위 50도 부근이라 해도 빨리 떨어져 오후 4시가 지나면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바람은 그다지 불지 않으나 11월 중순인데도 영하에 가까운 날씨로 밖에 나가면 귀가 시릴 정도이다.
저녁엔 모처럼 체코 전통음식 맛을 보러 빗발이 날리는 거리를 돌고 돌아 ANBIENTE라는 이름의 식당으로 꼬마 둘을 포함한 가족 6명이 나섰다.
식당으로 가는 길목의 일본 토요타 소유의 스파르타라는 이름의 축구장 부근에서 정체가 심하였다.
마침 오늘이 체코와 노르웨이 간의 월드컵 축구 최종전(결과는 체코가 1:0으로 승리하여 16년 만에 월드컵 본선 참가가 결정됨)의 야간 경기가 있는 날이어서 우중인데도 대단히 붐볐다.
식당에 도착하니 예약 시간인 7시를 40분이나 넘겨 주인으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하였다.
자리에 앉자 음식이 나올 때까지 어린이들이 무료하기 않게 색칠하기 그림종이와 색연필통을 내어주는 친절도 베풀어주었다.
음식은 주문한 음료가 나온 후 그릇에 담긴 물이 나왔다. 딸이 일러 주지 않았으면 마실 뻔한 그 물은 손씻는 물이라 하였다.
빵이 나온 다음 양념 튀김 닭고기와 갈비뼈가 붙은 조미 돼지고기 그리고 셀러드가 가미된 삶은 감자와 삶아 구운 옥수수 등이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가랑비 내리는 프라하의 야경을 구경하였다.
2005.11.17 (목) 맑다 흐리다 눈
오늘은 체코의 자유화 혁명기념일로 휴일이어서 사위가 운전하는 차로 프라하 북쪽의 국경에서 가까운 독일 드레스텐으로 가보기로 하고 쾌청한 날씨에 외출을 서둘렀다.
가는 도중 체코의 북쪽 테렌진이란 곳에 나치스 수용소가 있던 곳을 들렸다.
이곳은 18세기말에 건설된 감옥역할의 군요세이었으나 2차대전 중에는 유태인을 비롯한 각국의 반나치주의자의 수용소였던 곳이었다.
테레진 수용소를 보는 중 날씨는 차츰 흐려지고 매우 추워졌다.
서둘러 차로 돌아와 독일의 드레스텐으로 향하였으나 국경 근처의 산악지역에 이르니 진눈개비가 폭설로 변했다.
월동 채비를 하지 않아 더 이상 독일행을 강행할 수 없아 아쉽게도 프라하로 되돌아 왔다.
이날 저녁엔 프라하에도 눈발이 날리는 궂은 날씨라 집에서 보내기로 하고 지하실의 탁구장에서 사위와 모처럼 탁구로 몸을 풀었다. 이곳의 집들은 3층 구조로 된 옛 공산당 간부들이 살았던 곳이라 하였다.
지하의 탁구장은 식품저장고로 사용된 것 같았으며 1층엔 차고와 응접실이 있고 2층엔 주방과 거실 그리고 손님용 침실 등이 있으며 3층엔 3개의 침실과 서재 등이 있는 구조였다.
1층 차고 앞엔 주차공간이 있어 딸과 사위의 차 두 대를 주차할 수 있었다.
현관 앞엔 작은 정원이 있으며 앞쪽 정원에서 건물 옆을 통하여 뒤로 돌아 오르면 2층에서도 나갈 수 있는 제법 넓은 정원이 있다.
이날의 탁구로 무리를 하여서 인지 사위가 사온 생맥주 한잔에 금새 잠이 들었다.
2005.11.18 (금) 맑은 후 흐림
오늘은 딸의 안내로 프라하城을 둘러보았다.
프라하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지표가 되는 성 비투스 성당
작고 아름다운 잔디 광장위에 우뚝 서 있는 체르닌 궁전
14세기에 그려진 종교화들이 전시되어 있는 성조지수도원
페르디난트 1세가 사랑하는 아내 앤을 위해 지은 건물인 벨베데레
성모 마리아 당이라 불리는 로레토
1649년에 스웨덴 군이 프라하성을 함락 이후 화약창고로 쓰였다는 화약탑
보헤미아 왕자들의 거처로 쓰였다는 황궁
대통령궁의 12시 근위병 교대식
그리고 조금 위쪽에 자리한 수도원이자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스트라호프 수도원
등을 둘러보았다.
2005.11.19 (토) 눈
새벽부터 내린 눈이 지붕에도 정원의 나무 위에도 길거리에도 소복이 쌓였다.
한적한 주택가 도로인데도 아침부터 제설차의 눈 치우는 모습도 보인다.
내일부터 일주일간 자동차로 떠날 로마까지 왕복 3천km의 가족여행이 걱정되는 하루였다.
프라하의 여행사들
프라하의 환전소들
바츨라프광장 아래 주차장부근 공중전화(그 옆이 주차권판매소)
바츨라프 광장에서(후면 중앙이 국립박물관)
1969년 독재에 항거하다 분신자살한 학생 얀파라흐 기념비
바츨라프 기마 동상
국립박물관에서 내려다 본 바츨라프 광장
바츨라프 광장에서 구시가 광장으로 가는 길목의 길거리 상점가
구시가청사 천문시계 앞의 관광객들(첨탑이 있는 건물이 틴 성당)
구시가 광장 얀후스 동상
구시가청사의 천문시계 (천문시계 위에 매시각 12사도가 나타나는 두 개의 창문이 열림)
시계가 정오를 가리키자 닭울음과 함께 창문이 열리며 12사도가 돌아가며 나타남
카렐橋 입구의 橋塔
카렐교 입구의 카렐대제 동상
카렐橋 위의 모습
카렐교 위에서 본 유람선(우측이 수중보를 돌아 상류로 오르는 수로)
카렐교의 관광객들
카렐교에서 본 프라하城
카렐교 위의 동상들(순교자 성 존네트무크 상: 아래의 부조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고 함)
바츨라프광장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목의 관광객들
딸 가족이 살고 있는 인근의 한국 민박집
딸 가족이 살고 있는 집
야간경기가 있는 일본 토요타 소유의 스파르타 축구경기장 주변
체코 전통 음식점 ANBIENTE
프라하 국립극장 우중 야경
프라하 북쪽의 테레진의 옛 수용소 입구
테레진 수용소 입구의 유테인 묘역
테레진 수용소의 탈출자 공개처형장
독일 접경 도시 테플리체 부근 (날씨가 흐려져 눈발이 날리기 시작)
국경에 가까운 산악지역의 폭설(독일행 포기)
설경 속의 마누라와 외손자
독일 행 포기 후 귀로의 프라하 공항 인근 도로
딸 가족이 살고 있는 집 후원
딸 가족이 살고 있는 집 현관 앞 뜰
지하실의 탁구장
프라하 城 서쪽 입구
프라하 성 내부 대통령궁 후원 분수대
프라하 성 비투스 성당
프라하 성 황궁
비투스 성당 부속건물
프라하 城 聖조지 수도원
프라하 城 안의 대통령궁 정문
대통령 궁 앞 광장에서 본 프라하 구시가
근위병 교대식 준비 중인 대통령 궁 정문 앞
교대를 위해 행진 중인 근위병들
여러 개의 예배당으로 이루어진 로레토
스트라호프 수도원 앞 대로
스트라호프 수도원
스트라호프 수도원 앞 기념품 가게
귀로의 대로에서 본 로레토 종탑
노면전차 트램 회차지
프라하의 설경 1
프라하의 설경 2
프라하의 설경 3
2005.11.20 (일) 체코 프라하: 눈, 슬로바키아 브라티스라바: 흐림, 오스트리아 빈: 비
오늘부터 3,000km의 자동차 여행이 시작되었다.
여행에 사용할 자동차(뉴소나타)의 점검 및 스노우타이어 교체를 위하여 새벽에 나간 사위는 휴일에 문을 연 정비소가 없어 여러 인맥을 통하여 겨우 점검과 스노우타이어를 교체하여 10시가 넘어서 돌아왔다.
바자회 관계로 남은 딸은 내일 오전 기차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기로 하고 5명의 가족만 먼저 출발하였다.
출발지 프라하는 어제부터 계속 눈이 내리고 있어 일주일간에 4개국을 돌아오는 이번 자동차 여행이 망설여졌으나 강행하기로 하였다.
350km를 3시간을 달려 스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스라바에 도착하니 날씨는 쌀쌀하였으나 다행히 비나 눈은 오지 않아 브라티스라바성 등을 둘러보고 오스트리아의 빈으로 출발하였다.
브라티스라바 출발 후 2시간 동안 110km를 달려 오후 5시 반에 빈에 도착하였다.
벌써 주위는 캄캄하였고 비도 오고 있어 조금 헤멘 끝에 Etap이란 숙박지를 찾아 첫날 밤을 묵었다.
저녁은 컵라면과 말아 온 김밥으로 해결하고.
2005.11.21 (월) 오스트리아 빈: 흐림, 이태리 북부: 비와 눈 오다 흐림
숙소인 Etap에서 걸어나가 지하철로 왕궁 일대를 둘러보고 빈의 역에서 딸과 만났다.
딸은 프라하에서 열차로 4시간 걸려 빈에 오전 11시경에 도착하였다.
합류한 딸과 다시 지하철로 빈의 여러 곳을 둘러보고 오후 2시 반경 이태리의 베네치아로 600km가 넘는 여정을 시작하였다.
출발 후 두어 시간 달려 오스트리아와 이태리 국경 지대의 터널과 다리로 이어지는 험난한 알프스산악 지역에 이르니 날씨는 캄캄하고 진눈개비가 날리기 시작하더니 눈앞이 보이지 않았다.
운전하는 사위보다 옆자리에 앉은 내가 더 신경이 곤두서서 배에서 경련이 생길 지경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출발을 말렸으면 좋았을 걸하는 후회가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천신만고 끝에 이태리 국경 지역을 벗어나니 폭설이 멈추고 도로 사정도 좋아졌다.
안도하고 조금 달리니 이번에는 고속도로에서 차들이 밀리기 시작하더니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두시간 가량을 길에서 걱정하며 기다리니 대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나며 보니 승용차 한 대가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박살이 나 있었다.
밤 11시가 넘어 600km의 거리를 8시간 반이 걸려 베네치아 인근의 노보텔이란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2005.11.22 (화) 이태리 베네치아: 맑음, 로마: 맑음
오전 중 베네치아를 둘러 봤다.
베네치아는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큰 섬 하나와 여러 개의 섬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주 섬과 연결되는 다리에는 자동차 도로 외에 철도도 함께 부설되어 있었다.
자동차는 다리를 건너면 바로 나오는 광장에서 돌아 다시 다리로 나가게 되어있으며 머무는 차들은 고층의 주차빌딩에 수용되게 되어있었다.
섬 안에는 자동차 도로가 없어 도보나 배를 이용하여 이동하도록 되어 있었다.
우리는 택시라 불리는 배를 대절하여 주 섬에서 반시간 거리의 유리공예로 유명한 무라노라는 섬까지 갔다가 버스라는 배를 타고 여러 섬의 포구를 거쳐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주 섬의 서남쪽 포구에 내렸다.
그 곳을 둘러 본 후 베네치아 주 섬을 S자 형으로 갈라놓고 있는 수로를 운행하는 유람선으로 갈아타고 되돌아왔다.
주차빌딩이 있는 광장의 식당에서 점심을 들고 오후 2시 반이 넘을 무렵 로마로 출발하였다.
오늘은 종일 날씨가 좋아 어제의 악천후로 시달리며 여행에 나섰던 것을 후회했던 악몽이 깨끗이 사라졌다.
베네치아를 출발하여 오늘도 약 600km를 7시간 반을 소요한 후 로마의 숙소인 호텔 까리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로마 외곽 순환 도로까지는 잘 도착하였으나 한국 사람들이 주 고객이고 비교적 저렴하다는 이곳 숙소를 찾는 데에만 한시간 반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호텔 까리나는 조선족 남자 주인과 부근에서 한국인 부부가 경영하는 식당의 여자주인 이렇게 두 사람이 동업을 하여 주인이 둘이었다.
2005.11.23 (수) 이태리 로마: 맑음
숙소 까리나에서 신혼여행 부부 두 쌍과 함께 조반을 들었다.
숙소의 남자 주인의 소매치기에 주의 하라는 당부를 듣고 꼬마들의 간식이 든 작은 배낭 하나만 휴대하고 가까이에 있는 지하철을 탔다. 마침 출근시간이라 지하철은 몹시 붐볐는데 타자마자 내 엉덩이를 더듬는 손길을 느꼈으나 무심코 지나쳤다.
나중에 내리고 보니 딸이 메고 있던 작은 배낭의 옆구리가 칼로 그어져 있었으나 분실물은 없었다.
음료수와 과자 등만 들었기 때문에 훔쳐 갈 물건이 없어 소매치기도 실망하였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엉덩이를 더듬는 손길을 느끼고 누군가 성추행하는 자가 있나보다고 생각하였다고 말하고 모두 웃었다.
로마에서의 첫날은 바티칸 광장, 베드로 성당, 박물관 그리고 로마의 휴일이란 영화로 유명하여진 스페인 광장 등을 둘러보고 지하철로 돌아왔다.
지하철로 돌아오는 시간도 마침 퇴근시간과 겹쳐 사람들로 붐볐는데 이번에도 소매치기가 우리들이 지하철을 타는 순간 따라 붙었다가 사위가 소리치자 여자 소매치기는 두 손을 높이 치켜들며 아무 것도 훔치지 않았다는 표시를 하고 출발하려는 지하철에서 급히 내렸다.
바티칸 광장에는 마침 오전 중에 교황이 집전하는 행사가 있어 많은 신도들이 운집해 있었고 베드로 성당에도 행사가 끝난 오후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하여 인근의 박물관부터 관람하였다. 박물관의 규모와 소장품의 질과 양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점심 후 다시 들린 바티칸 광장에는 베드로 성당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한 시간도 더 기다려 베드로 성당에 들어가 보니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긴 줄을 서 기다렸는지 알 것만 같았다.
2005.11.24 (목) 이태리 로마: 맑음, 피렌체: 흐림
로마에서의 둘째 날은 처음부터 걸어서 둘러보기로 하였다.
로마의 중앙역 가까이의 숙소에서 도보로 30분 거리의 콜롯세움과 개선문 등을 둘러보고 트레비 분수로 가는 길목의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수많은 유적들이 눈에 띄었다.
3시간 반을 걸어서 숙소로 되돌아 왔다.
짐을 꾸려 숙소의 조선족 아주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12시 전에 피렌체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300km의 거리를 3시간 반 동안 달려 피렌체 도심의 주차장에 닿았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걸어서 시내를 둘러보았다.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는 우피치미술관과 산타마리아 대성당에 이르는 주변의 여러 곳을 둘러보는데 흐리고 추워진 날씨에 더 이상 관광이 어려워져 예약해 둔 노보텔이란 숙소를 찾아 나섰는데 이번에도 주위는 어두워져 숙소를 찾기가 만만치 않았다. 한 시간 반을 헤맨 끝에 간신히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2005.11.25 (금) 이태리 피렌체: 눈 온 후 흐림, 오스트리아 인스브르크: 눈, 독일 뮌헨; 흐림
도중에 날씨가 나쁘면 인스브르크에서 일박하기로 하고 피렌체를 오전 8시 반경에 출발하였다.
오후 2시 반경에 인스브르크에 도착하니 도중에 내리던 눈도 멎어 점심 식사 후 뮌헨을 향하여 다시 출발하였다.
도중의 날씨는 흐리다 눈오다 개이기를 반복하였다.
오후 6시경 친절한 독일 사람의 길안내로 숙소인 Etap을 이번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피렌체를 출발하여 8시간 동안 650km를 주행하였다.
숙소 Etap은 비교적 저렴하여 노보텔과 함께 체인화 된 숙박 시설로 노보텔 보다는 한 단계 아래로 무인화 되어 있었다.
무인화 장치에 소정의 금액을 카드로 결제하면 방 번호와 방키에 해당되는 비밀번호가 주어져 이 번호로 숙소 현관을 통과할 수 있으며 방문도 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곳에서는 로마의 숙소에서 밥으로 식사를 한 이후 모처럼 가져간 전기밥솥을 이용하여 조심스럽게 밥을 지어 먹었다.
2005.11.26 (토) 독일 뮌헨: 맑은 후 흐림, 체코 프라하: 맑음
어제 저녁에 이어 밥을 지어 아침식사를 마친 후 오전 8시 반 숙소를 나왔다.
뮌헨 시내의 지하 주차장에 차를 두고 모처럼 깨끗하고 난방이 잘된 무료 화장실을 마음껏 이용하였다.
마리아기념상이 있는 마리엔광장과 구시청사 그리고 신시청사 등 시내 중심가를 둘러보고 10시 반경 뮌헨을 출발하였다.
이태리에 비교하여 독일은 모든 면에서 질서가 있고 잘 정비되어 있는 것 같았다.
오후 2시 반경 딸이 살고 있는 프라하의 집에 도착하여 늦은 점심을 마친 후 모두 그동안의 긴장과 수면 부족으로 지친 몸을 누여 깊은 잠에 빠졌다.
2005.11.27 (일) 체코 프라하: 밤사이 눈 온 후 맑음
새벽까지 내리던 눈이 멎고 밝은 햇빛이 길거리와 지붕마다 쌓인 눈 위에 눈부신 아침이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나를 제외한 가족 5명이 모두 교회에 간 사이 그동안 밀린 여행 자료를 정리하였다.
오늘 오후 2시 반 비행기로 프라하를 출발하여 프랑크크루트를 경유하여 내일 오전에 한국에 도착하게 된다.
2주일간 5개국의 여러 도시들을 둘러보았다.
특히 지난 일주일간의 왕복 3천km에 달하는 자동차 여행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