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영산
○ 일자 : 2012. 10. 7.(일)
○ 장소 : 팔영산(고흥군 영남면)
○ 참석 : 요산요수, 찔레향.
○ 동반자 찔레향
전라도 일원의 유명산 중에서 못간 곳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고흥의 팔영산은 항상 마음속에 걸려 왔다. 서울 사람이 쓴 산행기를 전라도에서 읽고 있으려니 ‘요산요수’란 이름이 한심스럽기만 하고. 기회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일요일 날 팔영산 간다는 김옥택 군의 자랑을 초등동창 카페에서 보고선 나도 데려가 달라고 댓글을 넣었다. “일요일 7시 40분까지 비엔날레 주차장으로 나오라”는 답장이 왔다.
○ 초입
광주에서 출발한 버스는 보성, 벌교를 지나 한 시간 사십 분 만에 팔영산 국립공원 주차장에 도착한다. 한반도 최남단 산골이라 한적하기만 하다. 산행객도 버스에서 내린 우리 일행 밖에 보이지 않는다. 주차장을 벗어나면 바로 능가사 절이 나온다. 품위가 우러나오는 고찰(古刹)이다. 절 경내를 가로지르니 바로 산행의 초입지가 나온다. ‘팔영소망탑’이라고 새겨진 거석이 세워져 있다. 9:30.
○ 산행
대체로 산악회 단체산행은 출발과 함께 뒤도 보지 않고 막- 진격한다. 오늘의 우리 일행도 그렇다. 요즘 체중이 느는 듯 몸이 무거운데, 아무래도 뒤쳐질까봐 부지런히 따르려니 땀이 솟기 시작한다. 마당바위에서 일행이 휴식을 취한다. 난 벌써 여러 번 쉬었는데.
출발부터 팔영산 제1봉까지는 계곡산행이다. 계속되는 오르막에 숨만 찬게 아니다. 다리에 쥐가 난다. 넓디넓은 얼굴에는 땀이 범벅이다. 팔영을 시작도 안했는데 이렇게 힘들다니, 휴-
드디어 능선이 나온다. 11:00.
○ 팔영
바로 제1봉이라고 하는 유영봉이다. 한 시간 반 동안 계곡 오름길에서 땅만 보고서 올랐는데 능선에 도착하자마자 반기는 제1봉에는 내가 먼저 달려가 표시석을 껴안는다. 전후좌우가 확 트였다. 눈 아래로 왼쪽은 손바닥만 한 섬들이 바닷물에 떠있고, 오른쪽에는 해창만 간척지 벌판이 노랗다.
2봉(성주봉)을 넘고, 3봉을 넘고, 4봉(사자봉)을 넘는다. 하나하나의 봉우리가 모두 장난이 아니다. 안전장치는 되어 있지만 네발로 버둥대는 스릴감이 이 산, 바로 팔영산의 맛이다. 맨 뒤에서 허우적대는 친구가 안쓰러운지 찔레향은 무거운 사진기까지 걸치고서 친구 부축할라 사진 찍사까지 할라 바쁘기만 하다.
5봉쯤 넘는다. 네발로 허우적거리며 밧줄을 잡고 헤매다보니 이제는 다리뿐만 아니라 발등까지도 쥐가 난다. 그래도 각 봉우리마다 나름대로 맛이 있다. 기어가서 움켜잡는 표시석은 그야말로 감격이다. 전방과 좌우는 바다인지 호수인지 ‘물반 섬반’이다. 여기가 육지인지 섬인지도 분간도 안된다. 와- 이런 곳을 이제야 오다니!!!
6봉(두류봉)을 지나니 12:00 이다. 무등산 서석대 같은 병풍석이 나오고 지리산 제석봉의 통천문도 있다. 봉우리 하나하나가 월악산의 영봉이요, 월출산의 천왕봉이다. 남도 명산의 압축이다.
제7봉(칠성봉)에서는 찔레향과 함께 사진도 찍는다. 해발 598m, 팔영 중 최고봉이다. 이제 보니, 발아래 좌측에 보이는 다도해가 바로 여자만이 아닌가! 낭도, 사도, 백야도, 저 멀리 여수시 화양면- 모두가 낯설지 않는 정취 있는 추억을 간직한 곳들이다. 여수를 떠나 온지 벌써 6년 반이 지났다. 세월이 쏜살같다는 표현을 실감하는 우리가 벌써 노인이 됐나 보다.
제8봉(적취봉) 591m. 마지막 봉우리에 도착한 시각은 12:30. 산악회 회원들이 거의 앞서가고 후미 일행이 6명이다. 8봉을 지나자 평지를 찾아 점심을 펼친다. 김밥 두줄 달랑 내놓는데, 여기저기서 진수성찬이 나온다. 전어회가 등장하고 양태조림도 나온다. 한 시간 동안 젓가락 놀림이 바쁘다. 남의 반찬이 더 맛이 있다. 여덟 봉우리를 넘었으니 이젠 소주도 한잔씩 한다.
○ 마무리
하산은 쉽다. 13:30 하산시작, 버스가 기다리는 팔영산 휴양림까지는 0.7km이다. 비 오듯 땀 흘리고 하체에 쥐가 나고 마비되는 등 별 요란을 떨면서 봉우리를 여덟 개나 넘었지만 거리는 짧은 산행이다. 산악회에서 준 안내문에 의하면 약10km(소요시간 약4시간)이다. 이제 14:30 이다. 점심시간 포함해서 느릿느릿 5시간 걸렸나 보다.
산악회에서 준비한 막걸리 한사발이 꿀맛이다. 더더욱 즐거움은 낙안에서 온천욕이다. 처음 참석한 산악회였지만, 즐겁고 편안 분위기 속에서 많은 배려감을 느낄 수 있었다. 출발부터 8봉 정복을 함께 해준 찔레향에게 감사의 마음을 이곳에 적는다.
산행도 힘들었지만, 다녀온 다음 날에도 다리가 아프다. 한 주일이 지나서야 이글을 쓰다.
2012. 10. 14. 일요일 이철환 쓰다.
첫댓글 감칠맛나는 이교수 팔영산 후기가 언제 올라올것인가 했는데 드디어 나왔군요 벼름박 같은감하고 가네요
기암절벽 내려오는 이교수 뒤모습은
보는이 걱정반 염려반으로 백구야 나좀 살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