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 출판사
- 민음사 | 2007-04-30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프랑스 현대 문학의 대표적 여성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공쿠르...
이 책을 접어든 순간 나에게는 장자크 아노 감독의 "연인"(1991년)이라는 영화가 떠 올랐다.
제인 마취와 양가휘가 주연을 하였던 이 영화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메콩강위의 작은 나룻배에 홀로 서 있던 높은
하이힐에 중절모를 쓴, 머리를 양갈래로 땋은 앳된 그러면서도 매혹적인 한 소녀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배에서 내려 리무진 속의 낮선 중국남자를 두려움도 없이 따라가던 그녀....
"예술인가, 외설인가"를 두고 말이 많았던 영화였으며 보고나서 꽤나 오랫동안 뇌리에 박혀 있었던 영화이기도 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자서전적 소설인 이 이야속의 주인공이 바로 자신이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
많은 세월이 흐르고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서야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작가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어린시절 1930년대 베트공에서 가난한 프랑스 소녀로서 삶을 살아가야 했던 작가의 어린 시절,,,그속에는 광기에
휩싸인 채 한번씩 정신을 놓아버리는 어머니의 모습도 있었고, 그러한 어머니가 너무도 아꼈던 큰 오빠를 바라보는 소녀의
증오심도 배여나왔고, 자신이 아니면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나약한 작은 오빠에 대한 연민도 흐르고 있었다.
앞뒤 사방이 꽉 막혀 움쩍 달싹할 수 없을 것 같은 어두운 유년의 시절을 벗어나기 위해 어쩌면 소녀는 그렇게 자신을 타인에게
던져 주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소녀는 자신속에 숨어있던 기질이 그녀를 인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메콩강에서 만난 한 중국인 남자와의 정사는 어린 그녀에게 탈출구 노릇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와는
절대 사랑을 나눌 수 없음을....부유한 중국인의 아들이자 가난한 프장스인의 딸..15살 소녀 대 27살의 청년,,,그들의 사이를 갈라 놓을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았다. 남자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조신한 중국인 처녀와 결혼하기를 바랐고, 그리고 아버지를
거역할 수 없는 나약한 청년,,,프랑스인 백인 여자로서 중국인인 그를 바라보는 백인의 우월감등이 처음부터 그들을 갈라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자신을 옭아매는 모든 것으로 부터 탈출을 기도했고, 그러한 그녀를 욕하고 떼리면서 그녀가 가져온
삶의 경제적인 넉넉함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어머니와 오빠들, 그리고 중국남자를 멸시하는 자신들의 가족,,,
책을 읽으면서 15살소녀가 그당시의 숨막힌 상황을 이겨내기위해 선택한 탈출구가 어느새 소녀에게 큰 안식처가 되고 있음을
조금씩 느끼게 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는 그들의 모습에서 ,,,너무도 소중하여 만지면
깨어질 듯 다루는 그 남자의 손길도,,,그렇게 소녀와 남자는 사랑을 나누었고, 몸으로서 그들은 대화했다.
그리고 소녀의 1년 남짓한 생활은 프랑스로 떠나면서 남자와 이별을 고한다.
메콩강을 떠나는 배위에서 소녀는 그제서야,,,그와의 만남이 어머니의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한 단순한 도피처가 아닌 유년시절의
또다른 사랑의 올가미였다는 것을 어렴풋히 느낀다.
떠나가는 배를 자동차안에서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느끼며 그녀는 그렇게 멀어져간다.
세월이 흘러 그녀에게 그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에게도 이미 결혼한 부인이 있었다.
"그냥 당신 목소리가 듣고 싶었소." 그녀가 말했다. "나예요. 안녕하세요." 그는 겁을 먹고 있었다.
예전처럼 두려워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떨리는 음성 속에서 갑자기 , 그녀는 잊고 있던 중국억양을
기억해 냈다. 그는 그녀가 책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이공에서 다시 만난 어머니를 통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작은 오빠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생각하며 슬퍼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했다, 그는 잠깐 뜸을 들인후 이렇게 말했다. 그의 사랑은 예전과 똑같다고, 그는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으며, 결코 이 사랑을 멈출 수 없을 거라고, 죽는 순간까지 그녀만을 사랑할 거라고...
파리 노플르샤토에서
1984년 2월~ 5월
연인의 독특한 글쓰기....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쓰는 듯 현재와 과거가 뒤썩여 있고 드러나는 주제가 없는,,...로 그녀는 프
랑스문단에서 '누보로망'작가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글쓰기기 어디에도 속하기를 거부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자신의 유년의 뜰을 회상하며 덮어두었던 기억의 저편을 향한 그녀의 글쓰기는 어쩌면 자신을 치유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그리고 그 속에 숨겨져있던 15살 소녀의 연인,,,그를 떠올리며 작가는 그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 결코 이 사랑을 멈출 수 없을거라고, 죽는 순간까지 그를 사랑할 거라고...."
라는 평가를 받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