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 아웃(Get Out)은 2017년 5월 개봉한 미국 영화로 흑인 청년이 백인 여자 친구 집에 초대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공포영화이다.
사진가인 건장한 흑인 청년 크리스는 백인 애인 로즈가 자기 집에 놀러가자고 제안하자 몹시 당황하며 손사래를 친다. 아직도 흑백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 사회에서 백인인 로즈의 부모가 흑인인 자신을 보면 크게 실망 하고 문전박대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크리스는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로즈와 승강이를 벌이다 로즈의 강권에 못 이겨 결국 그 길로 로즈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로즈의 집에 도착한 크리스는 로즈 부모의 극진한 환대에 놀라는 한편 그곳에서 일하는 흑인 정원사와 가정부의 이상한 행동에 고개를 갸우뚱 한다. 로즈의 아버지는 뇌신경 전문의이고 엄마는 정신치료사인데, 크리스는 로즈 엄마와 대화를 나누다가 그녀에 의해 최면에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날 저녁 로즈네 집 정원에서는 백인 노인 부부들의 야외 파티가 열린다. 크리스는 정원을 거닐며 이를 구경하던 중 자기와 같은 흑인 남자를 발견하고 반가워서 인사를 건넨다. 그런데 반겨줄 줄 알았던 그의 반응이 뜻밖에도 너무 무덤덤하여 이상한 생각이 든다. 더구나 그는 자기보다 훨씬 많은 나이의 백인 할머니와 부부로 행세했다.
크리스는 어디서 본 듯한 이 흑인남자의 신원이 궁금하여 휴대폰으로 몰래 사진을 찍어 알아보려고 하는데 플래시가 터지는 순간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그는 플래시 불빛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여 코피를 흘리면서 갑자기 크리스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뭔가 호소하듯이 “겟 아웃! 겟 아웃!”을 외쳐댄다. 여기서 빨리 떠나라는 뜻이다.
다른 노인들의 만류로 곤경에서 벗어난 크리스는 한숨을 돌린 후 경찰관인 친구에게 그 흑인남자의 사진을 전송하여 신원을 조회해 본다. 그런데 그는 불과 몇 달 전에 실종된 유명 재즈 뮤지션이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든 크리스는 로즈와 함께 그 집을 떠나려고 짐을 챙기다가 무언가 발견하고 크게 놀란다. 크리스에게 흑인 남자친구는 처음이라던 여친 로즈가 전 남친으로 보이는 남자들과 찍은 사진이 수두룩한데 상대는 모두 건장한 흑인 남성이었던 것이다.
이 와중에 야외 파티장에서는 크리스의 대형사진을 걸어두고 빙고게임이 진행된다. 그것은 사실 파티에 참석한 백인노인들을 상대로 크리스를 판매하는 경매였다. 거기서 크리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 백인노인에게 낙찰된다.
공포감을 느낀 크리스는 로즈에게 어서 빨리 거기서 떠나자고 재촉하는데 로즈는 가방을 뒤적이며 자동차 열쇠가 없어졌다고 당황한 듯 연기하다가 어느 순간 태도가 돌변하여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악마의 본색을 드러낸다. 이에 더욱 놀라 혼자 도망가려고 애쓰던 크리스는 로즈의 가족에게 붙들려 팔걸이 가죽의자에 묶인 상태로 지하실에 감금된다.
이때 로즈의 집에 마련되어있는 수술실에서는 로즈의 아버지가 크리스를 낙찰 받은 백인노인을 수술대에 눕혀놓고 수술 작업을 진행한다. 백인노인의 두개골을 잘라 뇌를 꺼내어 크리스의 두개골에 (크리스의 뇌는 제거하고) 이식하려는 것이다. 즉 크리스의 몸을 가진 백인노인을 만드는 작업이다. 흑인들의 건강한 몸을 부러워하며 불로장생을 바라는 백인노인들의 이기적 욕망을 이용하여 로즈의 가족들이 벌이는 기상천외한 사업이다. 그동안 로즈에게 유인되어 온 많은 흑인 청년들은 이런 식으로 백인노인들에게 팔려 몸을 빼앗기는 만행을 당한 것이다.
로즈의 아버지는 백인노인에 대한 두개골 절개작업을 끝내고 수술보조를 하는 아들에게 지하실에 감금되어 있는 크리스를 수술대로 데려오라고 하고, 로즈의 엄마는 모니터 영상을 통해 가죽의자에 묶여있는 크리스에게 최면을 시도한다. 크리스는 의자에 묶인 채로 손가락으로 팔걸이 부분 가죽을 후벼 파서 거기서 나온 솜으로 귀를 틀어막아 최면을 피한다.
그리고 최면에 걸려 기절한척 눈을 감고 있다가 자신을 데리러온 로즈의 오빠가 결박을 풀자 그를 가격하여 쓰러뜨리고는 탈출을 시도한다. 1층으로 올라가다 수술실에서 맞닥뜨린 로즈의 아버지와 거실에서 만난 로즈의 엄마를 차례로 죽이고 집밖으로 나와 차를 타고 도망을 간다. 이때 정원사와 가정부를 동원한 로즈의 추격전이 벌어지고 크리스는 수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우여곡절 끝에 친구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여기서 흑인정원사 윌터와 가정부 조지나도 사실은 로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뇌를 이식받은 희생자였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미국의 흑백 인종차별을 비판한 영화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우리에게 전하고자하는 또 다른 메시지에 더욱 관심이 갔다. 나는 타인의 몸에 뇌를 이식하여 인격을 바꿀 수 있다는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에 감탄을 하면서 ‘나’라는 인격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두고 ‘나’라고 하는가? 이 영화를 보면 내 몸뚱이를 바로 ‘나’라고 부를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비록 내 몸이라도 내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나’라고 할 수 있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인격이 내 몸을 조종한다면 그것은 ‘나’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우리는 꼭두각시라고 하고 요즘은 흔히 아바타라고 부르기도 한다. 누구든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살수는 없다. 하지만 너무 고정된 틀에 얽매여 사는 것도 문제가 있다. 사회적 규율에 어긋나지 않고 남을 해치지 않는다면 누가 뭐라 해도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마땅하지 않은가?
댄스스포츠가 좋은 운동이란 것은 이젠 만인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든지 아름다운 선율에 따라 내면의 심미적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덩실 덩실 춤을 추면 저절로 운동이 되는 이것보다 더 좋은 운동이 어디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가치가 있는 이 댄스스포츠를 배우고 싶어 하면서도 사회적 편견과 타인의 시선 때문에 실행을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참 슬픈 일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면 살아있어도 내가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내가 바로 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혹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인격을 잃어버리고 타인의 아바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쯤 생각해 볼 때이다.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