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워(쇼펜하우어)의 의지론은 니체와 더불어 진일보했다. 왜냐면 쇼펜하워를 괴롭힌 불합리하고 뜨악한 맹목적 삶의지(생의지生意志; Wille zum Leben)가 니체를 만나서 기존의 모든 최상가치를 재평가하려는 권력의지(權力意志; Wille zur Macht)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니체는 물론 처음에는 쇼펜하워의 의지론을 주목하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니체는 쇼펜하워를 괴롭힌 맹목적 삶의지(생의지)에서 니힐리즘-허무주의의 징후를 감지했고, 니힐리즘-허무주의를 극복하려고 진력했다. 그런 노력은 삶의지보다 새롭고 더욱 강력한 의지를 요구하기 마련이었다. 그런 노력으로써 발견된 것이 바로 권력의지였다.
그런데 권력의지는 삶의지에서 생겨나서 삶의지의 성질을 겸비할뿐더러 심지어는 삶의지마저 압도하리만치 막강해져서 삶의지보다 훨씬 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더구나 니체의 권력의지론은 태생적으로 쇼펜하워의 의지론을 아직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왜냐면 니체는 권력의지론을 완성하지 못하고 영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하여간, 니체의 권력의지 개념은 여전히 모호하게 인식될뿐더러 쇼펜하워의 삶의지 개념보다 더 불길하고 암울하며 오싹한 것으로 간주되어 거의 터부시되기도 한다.
그래도 쇼펜하워를 염인주의자로 만들었을뿐더러 염세주의자로마저 오인(誤認)시킨 특유한 맹목적 삶의지를, 니힐리즘-허무주의로 경도되기 십상인 의지를, ‘예술하고 지식하려는 권력의지, 허무주의-니힐리즘을 극복하려는 권력의지, 영원회귀마저 긍정하려고 애쓰는 권력의지’로 변이시킬 가능성을 모색한 니체의 노력은 의미심장했다고 평가받을 만하다.
☞ 헬런 짐먼, 《쇼펜하우어 평전: 염인주의자의 인생과 철학 입문》, 353~3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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