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론 목수건
글 /리 태 근
옷은 헐망해도 목도리수건만 츨그던 시절이다. 처녀들은 눈만 떨어지면 코바늘 않고 씨름하던 시절이다 목도리수건은 순정을 표현하는 사랑의 선물였다. 일년농사가 끝나기 바뿌게 초가을부터 기를쓰고 햇싸리부업 갈부업을 해서는 계도실을 사서는 정신없이 뜨개질했다. 코바늘로 목달개를 뜰때면 은근히 부러워났다. . 새하얀 목달개가 어느총각의 목에 달리는가? 모두들 눈이 빠지게 지켜보고 있었다. 생산대 회의실은 처녀들의 코바늘 이야기로 차고넘쳤다. 그런데 나에게는 우리나라에 없는 외국제 나일론 목수건이 있었다. 총각들은 물론 처녀들의 시샘을 자아냈단다. 내가 외국제 목도리수건만 목에 척 두르고 나서면 세상이 환해졌다.
목수건은 나일론으로 만든 특별한 수건이였다, 조선에 있는 형님이 나에게 특별히 선물한 목도리수건이다.이 수건은 돌에서 비닐을 뽑아서 만든 귀중한 수건이라 중국에서는 보고죽자고해도 없단다. 나는 목수건을 목숨보다 더없이 귀중하게 간직했다. 어쩌다 혼사말 뗄려 가는 총각에게 빌려줬는데 대뜸 소문이 자자하게 퍼졌다. 모두들 말떼려 갈때마다 빌려달라고 성화가 불같았다. 천만에 나는 장가비위를 하는 총각들에게 빌려주지 않았다. 그들이 내 먼저 이좋은 목수건을 앞세우고 몽땅 장가를 가버리면 결국 내가 미역국을 먹을게 뻔한 일이였다.
청년들은 저저마다 나처럼 근사한 목도리 수건을 갖추겠노라고 기를쓰고 부업을했지만 헛수고였다. 모두들 누데기옷을 오또기처럼 꿍겨입고 줴기밥을 허리에 차고 온겨울 산에서 헤맺지만 온전한 목도리수건 하나 갖춰놓지 못하였다. 모두들 버덕으로 영화구경 갈때면 나일론 목도리수건을 두룬 나를 앞장세웠다. 어쩌면 내 목도리는 우리마을 처녀총각들의 체면을 세워주는 자존심의 상징이였다. 목도리수건만 두루고 나서면 강산이 웃고 지나가던 소도 웃고 나비와 잠자리들도 웃는다. 먹는건 푸대죽이면 어떠냐? . 목도리 수건만 있으면 세상에 부러울게 하나도 없단다.
그때 세월에 군대만가면 <콩기름통장>을 넘길수 있었다. 처녀들은 군대오빠에게 뜨개실로 목달개와 계도적삼을 떠 주느라고 눈코뜰새 없었다. 그래서 모두들 군대를 가지못해 납드는데 안되는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를 깬다더니 나는 뚝뿔나게 삼대독자라. 죽어변성해도 군대를 못간단다. 해마다 징병모집 할때마다 아버지를 앞세우고 향정부까지 찾아 다녔건만 나무아부타불이였다. 내가 은근히 좋아하던 옥분이도 촌에서 돼지치기를 하다가 군대가서도 돼지치기를 한다는 덕수에게 목달개와 목수건을 떠보낸다고 야단이다. 듣는말에 의하면 <3대규률 8항주의>를 엄격하게 지키는 해방군은 3대규률 8항주의를 지켜서 백성의 물건을 하나도 다치지 못한다던데 기를쓰고 뜨개를 떠 보내는게 야속했디.
그러던 어느날 청년들이 참새고기로 물만두를 빗는데 누군가 만두속에 동전과 새대가리를 넎어서 천생연분을 만나게 한다고 수작을 꾸미였다. 친구들은 모두들 숨을 죽이고 내앞에 차레진 물만두를 조심스레 골라먹는다. 귀신이 곡할일이 벌어졌다 어쩌면 동전은 옥분이에게 차레지고 새대가리는 나에게 차레질줄이야 난생 처음으로 처녀총각들에게 떠밀리 워서 <배필을 묻고> 첫날 노래를 불렀다. 물만두를 천정에 달아매고 둘이서 입맞추며 뜯어먹으란다. 어쩌면 옥분이와 만두를 사이두고 입을 맞추는 순간이 그렇게도 좋을가? 무심하게 시작한 오릭이건만 내가슴에 락인으로 새겨질줄이야
그날밤 새대가를 먹은게 대박이 터졌는지 생각밖에 공농병대학생으로 추천받아 가게 되였다. 그런데 옥분이는 가석하게도 아버지가 력사반혁명분자로 몰리워서 영영 대학은 둘째치고 공인모집도 바라볼 엄두도 내지말란다.우리둘의 인녕은 이렇게 실 끊어진 연이 되고 말았다. 대학으로 떠나던 날 그녀는 정성들여 뜬 계도실 적삼과 새하얀 목달개 그리고 칠색비단으로 곱게수놓은 꽃쌈지를 안겨주었다. 나는 깊은계곡이 우리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그녀를 한품에 와락 긇어안았다. 무슨말로 위안할가? 나는 그녀의 뜨거운 입술에 열기를 뿜다말고 하얀구름을 타고가는 쪼각달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할말을 찾지못하였다. ..
그날밤 우리둘은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뭐라고 말한담? 나를 대신해서 새농촌 건설을 끝까지 하겠노라고 아버지가 력사반혁명 모자를 벗는날에 나를 다시 찾겠노라고 맹세했다 그때까지 기다려 줄수 있느냐? 끈질기게 묻는 물음에 뭐라고 대답할가? 달빛에 반짝이는 그녀의 눈물비낀 달님같은 얼굴을 바라보노라니 갈피없는 생각에 잠기였다. 동전과 새대 가리를 영원히 기억에 남기겠다고 맹세하였다.…
내가 대학에 간후에 눈앞에서 사라지면 모든게 사라진다더니 웬일인지 우리들의 간격은 점점 멀어져갔다. 들을라니 그녀는 부모의 력사반 혁명분자라는 억울한 죄명때문에 끝내 좋은대상을 다 놓히고 탄광총각과 결혼했는데 인생을 망쳤단다. 인생이 막끝이에서 일하는 습관된 술버릇 때문인지 알콜에 중독되여서 해뜰날이 없었단다.그녀는 끝내 외국바람이 불면서 한국으로 <가짜시집>을 갔는데 가짜가 진짜로 되였는지? 딱히 어떻게 살고있는지 지금도 종무소식이다. 언젠가 다시 만나면 물만두에 새대가리 동전을 넣고 빚어내던 동년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을가... ...
2008년 1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