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아! 잊지 못할 중국 영화의 고향＞ 요약 - 072093 경영학과 이은주

[이은주]

<무협, 아! 잊지 못할 중국 영화의 고향>-이시활

 상업적인 무협영화가 나온 지 벌써 90년이 다 되어간다. 무협영화는 보는 재미만 있는 단순한 액션물이 아니라 불가능한 꿈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자 불합리한 현실세계와 대결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다. 지금은 무협영화, 무협소설, 무협만화, 무협게임 등 무협이라는 수사가 붙은 수많은 문화 장르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협영화란 영화라는 가장 근대적인 비주얼 양식에다 중국의 고유한 민간 전통에 뿌리를 둔 협 문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 흐르는, 가장 중국적인 장르다. 다시 말해, 무협영화는 중국 장르 영화의 한 영역에 불과하지만, 중국영화를 상징하는 국가대표인 셈이다.

1. <동사서독>과 <황비홍> : 무협영화란 무엇인가?

 쉽고 간단히 정리한다면, 무협영화란 ‘무(武功)와 협(俠義)이 있는 영화’, 즉 중국의 독특한 무술인 쿵푸나 격투방식을 가지고 중국 고유의 무협정신을 가진 협객의 형상을 체현하는 것이 이야기 구성의 기초가 되는 영화다. 협의를 실천하는 기본 도구로써 무공이 개입된 영화라는 뜻이다.

 홍콩에서는 무공의 기본 수단이 칼(고대)냐, 권각(근대)이냐에 따라 무협영화와 쿵푸영화로 편의적으로 구분하고, 타이완에서는 협을 위주로 하는 영화는 협의영화, 무를 위주로 하는 것은 무협영화라 구분한다. 그러나 이런 구분에도 한계가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 영화 작품을 가지고 무협영화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2. <불타는 홍련사>에서 <와호장룡>까지 : 무협영화의 시기 구분

 무협영화를 개략적으로 시기 구분을 하자면 세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시기는 1920년대 초에서 1940년대 말까지, 즉 1920~1949년으로, 무협영화의 맹아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 중국영화의 중심지는 상하이였다. 이 시기 대표적 무협영화는 평강불초생의 베스트셀러 무협소설인 『강호기협전』을 원전으로 삼아 1928년 5월 상하이에서 장스촨․정정추가 연출 제작한 <불타는 홍련사>다. 이 영화는 최초로 근대 무협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1931년 6월까지 불과 3년 만에 18편의 시리즈가 만들어졌으며, 이후 홍콩과 타이완에서 몇 차례나 리메이크될 정도로 무협영화의 ‘선구자’같은 작품이다.

 두 번째 시기는 1950년대 초에서 1970년대 말까지, 즉 1950~1979년까지다. 1949년에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후, 대륙의 사회주의 정권은 무협영화나 무협소설 같은 무협예술을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따라서 자연히 무협영화의 중심이 홍콩으로 옮아갔으며 타이완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 시기의 무협영화는 선과 악의 대립관계가 뚜렷하게 확립되었고, 서사 구조도 복잡하고 정밀해졌으며, 인물의 유형도 단일하지 않다. 이 시기를 크게 ‘1950년대 황비홍의 시대’와 1964년부터 1972년까지 후진취안 감독과 장처감독을 중심으로 한 황금시대가 있다.

 세 번째 시기는 1980년 이후다. 이 시기에 대륙에선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되고 무협 관련 제재가 다소 해금되어 대륙에서도 무협영화가 제작되기 시작한다. 1990년에 상영된 <소오강호>는 주제, 인물, 플롯, 무공 등 모든 방면에서 이전 시기의 무협영화와는 뚜렷한 차이가 있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새로운 신무협영화 시대가 바야흐로 도래한 것이다.

 이 시기의 절정기는 1990년대 초반 몇 년 간이라 할 수 있다. 이 시기의 무협영화는 절대적인 중심이 사라진 양상을 보인다. 유교 논리 대신 개인의 자아의식이 유달리 강조되었고, 선과 악의 절대적인 구분이 모호해지고 영웅적인 인물의 영웅적 서사가 점차 사라졌다.

3. <협녀> : 정중동 속에 보이는 무협 미학

 1960년대 중반 이후 후진취안 감독의 <방랑의 결투>(1966), 장처 감독의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1967)가 잇달아 나타나면서 중국 무협영화의 황금기가 도래하였다. 후진취안의 무협영화들은 서사적인 플롯보다 내면화된 서정성과 형식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 영화다. 후진취안은 중국의 전통 문화에 조예가 아주 깊었기 때문에, 그가 만든 영화는 중국화처럼 농담과 여백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영상미, 경극에서 보이는 긴장된 리듬감과 장엄함, 유불선의 세계와 맞물린 협객들의 정신세계를 잘 보여준다. 후진취안의 대표작으로 <협녀>는 1969년에 제작되어 1975년 뒤늦게 칸영화제에 출품되어 무협영화사에서 최초로 심사위원 최고종합기술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명나라 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데, 무능한 조정에 반대하여 충신의 유족들이 모여 결성한 동림당 소속 협객들과 그들을 쫓아 조정에서 파견된 무사들의 한 판 대결을 그리고 있다. 대나무 숲을 가로질러 수직 활강하여 상대편 무사를 한칼에 쓰러뜨리는 대나무 숲에서의 결투 장면은 무협영화사에서 잊기 어려운 명장면이다.

4. <소호강호>:내가 강호를 비웃을 것인가, 강호가 나를 비웃을 것인가

 영화<소호강호>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순풍당 당주 유정풍과 일월신교의 고수 곡양이 함께 「소호강호」라는 노래를 배에서 부르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는다. 시원스레 넓은 강가에 배를 띄우고 거문고와 퉁소를 합주하며, 술단지를 한가득 싣고서, 자칫 명예퇴직한 자의 처량한 신세타령밖에 안 될 만한 노래를 신나게 불러 비애감을 초극하는 장면이다.

 이 감동적인 순간의 장면을 통해 결국 강호의 세계에서 협객들이 이상을 실현 할 수 없다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은일이의 길이란 사실을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 속에서 승리를 얻어내는 방법이다. 그러나 잠시 후, 오악맹주 좌냉선과 오악장문들이 등장하고 이들은 강호를 떠나가는 유정풍과 곡양의 배를 습격하는데 이 때 유정풍과 곡양은 치명적인 중상을 입고 유정풍은 결국 목숨을 잃는다. 곡양은 친구 유정풍의 시신을 일엽편주에 싣고, 강호에서 은퇴한 뒤에 같이 마시려던 술을 온몸에 뿌리고 불을 질러버리고는, 산으로 둘러싸인 고요한 호수에서 노래를 부르며 등신불처럼 비장하게 타 죽는다.

 이들의 죽음은 무림에서 평안을 보장받는 유일한 방법인 절대 무슬 ‘규화보전’과 관계가 있다. 규화보전의 무공은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버리고 철저하게 권력자의 부림을 받는 시종으로 변화할 것을 강요하는 바, 절대 패권을 향한 예종의 길인 셈이다. 반면 영화의 주인공의 ‘독고구검’은 ‘패배의 검술’이다. 이 검법은 자신의 패배에서 얻은 진솔한 삶의 진리가 들어 있는 동시에 세상과의 대결에서 고독하면서도 치열한 구도자 자세로 자신만의 무언가를 지켜내고 일구어낸 검술이기에 이는 규화보전의 함의와 대립된다. 결국은 ‘독고구검’의 승리를 보여주는 결말에서 영화는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고 하겠다.

5. <와호장룡>: 무중지정(武中之情), 정중지무(情中之武) 그리고 대자유

 간단히 말해 ‘무’란 배우들의 멋지고 신비한 무공의 영상 표현을 뜻하고, ‘협’은 플롯에 의지한 비장미라고 할 수 있는데 결국 무는 형식이고, 협은 내용이며, 관객들은 무를 통해 협을 느낀다.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에 이르면 사랑과 배신의 인간사 이야기, 협의와도 같은 협적 요소와 전설상의 보검, 신비하고 다채로운 무공 같은 무적인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서 나타난다. 전통적인 협의 개념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절대 선악의 구분이 사라지고, 다채로운 인간상을 우리는 영상으로 맞이하게 된 것이다.

 주인공 옥교룡은 순수 만주족 혈통을 가진 귀족 집안의 딸로 물질적으로 풍족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봉건적 구속을 받는 것을 못 견뎌한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운명을 움켜쥐고 하늘 높이 날아 자유롭게 살기를 원한다. 이러한 옥교룡 앞에 그녀를 자유로운 세계의 길로 인도하고자 하는 네 등장인물, 즉 벽안호리, 나소호, 유수련, 이모백이 나타난다. 벽안호리는 옥교룡에게 강호의 호쾌함과 자유로움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집을 떠나 강호로 떠나라고 부추기고, 나소호는 옥교룡의 애인으로 현실의 고통을 잊어버리게 하는 사랑의 도피처로서 다가온다. 그러나 또 다른 자유의 세계를 바라던 교룡은 그 사랑을 버린다. 현실을 벗어나 강호의 세계에서 자유롭게 날고 싶어 하는 그녀를 현실의 세계로 잡아끄는 사람이 유수련이다. 옥교룡을 잡아끄는 네 번째 축은 이모백이 의미하는 도(道)의 세계다. 이모백은 자유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옥교룡과 같지만, 그가 취하는 태도는 옥교룡이 추구하는 방식과 다르다.

 영화의 제목 ‘와호장룡’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와호장룡은 내․외적 강호를 의미하는 것으로, 험난한 강호와 격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유롭고 싶은 인간의 마음이라는 심층적 의미를 내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yc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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