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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리풀사진방 원문보기 글쓴이: 서리풀(임윤식)
쉬고 먹고 사랑하기 좋은 섬 <삽시도>
조개 및 물고기잡이 체험과 둘레길 아기자기
삽시도는 충남 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배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섬이다.
면적 3.8㎢, 해안둘레 11km. 여의도 면적의 반도 안 되는 크기의 작은 섬 삽시도는 하늘에서 보면 화살이 꽂힌 활을 닮았다고 해서 삽시도란 이름이 붙여졌다. 충청도에서는 안면도, 원산도 다음으로 세 번째 큰 섬이다. 해수욕장이 올망졸망 섬 주변을 수놓고 있고 산책길도 잘 정비되어 있다. 그 틈새 갯바위가 발달한 곳은 기암괴석이 수려한 경관을 연출하는가 하면 섬의 동쪽 밤섬 앞 해안은 삽시도를 찾아온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평일에는 1일 3회, 주말 및 성수기에는 증편운행된다.
이번에도 섬여행 전문모임인 ‘섬으로’(대표 이승희) 카페 회원들과 함께 했다. 오후 1시 대천항을 출발, 여객선은 350명 정도를 태울 수 있는 중형여객선이다. 삽시도-장고도-고대도를 오가는 신한해운 소속 여객선이다. 파도가 잔잔하다. 이름모를 섬 몇 개가 시야에 들어온다. 안개 속에 섬들이 아련하다.
불과 40분 만에 삽시도 밤섬선착장에 도착, 미리 예약해둔 펜션에서 트럭이 나와 우리 일행을 기다린다. 우측으로 활 모양의 광활한 갯벌이 시원하게 한 눈에 들어온다.
삽시도에는 술뚱선착장과 밤섬선창장 등 두 개의 선착장이 있다. 물때에 따라 술뚱선착장(윗말선착장)과 밤섬선착장을 번갈아 이용하기 때문에 삽시도에서 승선할 경우에는 어느 선착장에 배가 도착하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밤섬 선착장이 깊기 때문에 물이 많이 빠졌을 때는 이곳으로 입항하고 물이 적게 빠졌을 때는 술뚱선착장을 이용한다.
트럭에 몸을 싣고 해안길과 마을을 지나 조그만 언덕을 넘는다. 우리 일행이 머물 곳은 거멀너머해수욕장 앞에 있는 해당화펜션(010-3112-2656). 방이 넓고 쾌적하다. 조그만 족구장도 있고 골프스윙연습장도 설치되어 있는 등 시설도 괜찮다. 바로 거멀너머해수욕장과 인접해 있다. 해수욕장 이름이 특이하다. 삽시도는 약 250세대, 5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아담하고 아름다운 섬이다. 삽시도는 조그만 섬이기 때문에 주유소가 없다. 자가용을 가지고 들어갈 수는 있지만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굳이 자가용을 가지고 갈 필요는 없다. 2016년부터는 주민들을 위해 25인승 섬내 마을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섬주민은 무료, 여행객들은 1,000원을 내야 한다.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쉰 후 거멀너머해안으로 향한다. 해수욕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맛조개를 캐기 위해서다. 해안에는 그물고기잡이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삽과 호미, 그리고 스프레이 크기의 통에 소금물을 담아 들고 나간다.
맛조개는 ‘1’자형의 통 모양으로 생긴 조개이다. 필자도 맛조개 캐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모래사장에서 작은 숨구멍을 찾아 삽이나 호미로 모래를 판 후 소금물을 부으면 맛조개는 바닷물이 들어온줄 알고 고개를 내민다. 그때 조개를 꺼내면 된다. 정말 재미있는 조개잡이이다.
거의 두시간 가까이 조개잡이를 했는 데도 지루한 줄을 모르겠다. 일부는 바닷물 속 작은 바위에 붙어 있는 소라를 따기도 한다.
바다건너에는 장고도가 해무에 쌓여 한 폭의 동양화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오후 4시반 쯤, 필자 일행은 섬 둘레길 산책에 나선다.
작은 언덕을 넘으면 삽시도 중심인 술뚱마을(윗말, 웃말이라고도 부름)과 술뚱선착장 주변해안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삽시도 마을 가운데 가장 큰 윗말에는 초등학교, 발전소, 보건소, 경찰초소 같은 공공기관과 교회, 정미소, 발전소, 민박과 펜션, 식당, 슈퍼마켓 등이 몰려 있다. 논밭도 꽤 넓다. 작은 섬인데도 논논사가 가능하다. 우측으로 마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삽시제일교회를 만나고 벽화들도 눈에 띈다. 길 옆에는 고추밭이 싱그럽고, 도라지꽃들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작은 소나무숲을 지나면 우측해안으로 또 하나의 넓은 해안이 펼쳐진다. 이곳이 진너머해수욕장이다. 이 해수욕장은 거멀너머해수욕장, 밤섬해수욕장과 함께 삽시도 3대해수욕장 중 하나이다. 진너머해안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는 여러 채의 펜션들이 늘어서 있다. 좌측으로는 조그만 저수지도 보인다. 이곳에서 300m정도 해안언덕길을 더 가면 삼거리를 만난다. 좌측은 금송사(1.3km) 방향, 우측은 면삽지(1.1km) 방향이다. 두 길 모두 본격적인 숲길로 이어진다. 금송사는 돌아오는 길에 있는 절이기 때문에 우측 면삽지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숲이 매우 깊다. 원시림처럼 울창한 숲속 오솔길을 20분 정도 가면 중간에 면삽지 전망대를 만나고 곧 면삽지로 내려가는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면삽지까지는 0.3km. 제법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면삽지는 ‘면할 면’자를 써서 삽시도를 면한 땅이라는 의미다. 밀물 때 길이 끊겨 걸어서는 갈 수 없는 섬이지만 썰물 때면 길이 다시 이어진다. 이곳은 해식동굴에서 솟는 샘터의 물맛 또한 빠지지 않는다.
면삽지 삼거리에서 다시 수루미해수욕장 방향으로 숲길을 돈다. 진너머해수욕장에서 수루미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이 코스는 약 2km 구간으로 삽시도 서남쪽에 위치한 붕긋댕이산(114.2m) 허리를 개척한 자락길이다.
면삽지 입구에서 허릿길을 30분 쯤 걸으면 다시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이른다. 이곳에 서면 멀리 호도와 녹도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호도와 녹도는 외연도 가는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으며, 호도는 여우, 녹도는 사슴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들이다.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인증샷도 남긴다. 해당화 펜션의 김일제 사장 말에 의하면 날씨가 좋으면 호도, 녹도 뿐 아니라 외연도, 어청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다시 소나무가 울창한 숲길을 조금 더 가면 이정표를 만난다. 물망터 0.5km, 곰솔 0.8km, 금송사터(수루미해수욕장) 0.3km. 진너머해수욕장까지는 1.8km 거리이다. 물망터와 곰솔은 면삽지와 함께 마을 사람들이 아끼고 자랑하는 3개의 보물들이다. ‘물망터’는 바닷물에 잠겼다 나타나 신비감을 더하는 바닷가 샘터이다. 물망터는 삽시초등학교 학생들의 소풍명소로 마을 어른들은 어릴 적 소풍의 추억으로 물망터 물맛을 이야기한다. ‘황금곰솔’은 솔잎이 금빛을 머금은 금송으로 50년 안팎의 젊은 나무이지만 그 희소가치를 나이에 빗댈 수는 없다. 마을 사람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나무이다.
삼거리에서 황금곰솔까지 0.8km의 구간 중 처음 0.3km는 32.6m의 고도를 높이는 구간으로 오솔길과 바다의 풍경이 있는 아름다운 자락길을 걷게 된다. 길의 끝 조망 포인트에서 풍경 감상을 한 후 서쪽 자락길로 들어서면 0.5km 지점 곰솔이 있는 바닷가까지 8m의 해발고도를 낮추는 구간이다. 삽시도의 황금곰솔은 ‘보령시 보호수 제2009-4-17-1호’로 수령 40, 높이 8m, 가슴높이 둘레 77cm의 나무다. 곰솔은 소나뭇과로 잎이 소나무 잎보다 억세서 곰솔이라 한다. 황금곰솔은 바닷가에서 자라기 때문에 해송의 일종이며, 나뭇잎의 색이 황금색이어서 황금소나무로 불린다. 이는 엽록소가 없거나 적어서 생기는 특이한 현상으로 소나무의 변이종이다. 세계적으로 희귀하여 소나무 학술 연구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완전 황금빛은 아니지만 바닷가 쪽에서 바라보면 다른 소나무와 다르게 황금빛이 돈다. 또한 황금곰솔이 신기한 건 솔방울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황금곰솔에서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길을 잡아 물망터로 향한다. 황금곰솔에서 물망터까지는 1.2km 거리. 물망터를 먼저 보고 황금곰솔 있는 곳으로 가도 마찬가지다. 물망터는 붕긋댕이산이 서남쪽으로 자락을 내린 해안에 있는 곳으로 해안에 기암괴석과 갯바위가 발달한 곳이다. 해안에 면한 언덕에 제법 큰 평지가 있는 것을 보니 해마다 소풍은 물망터로 왔다는 마을 사람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갯바위가 있는 해안 또한 가장자리에 앉아 쉬기 좋은 자그마한 백사장도 있는 아담한 곳. 호도, 녹도 등 유인도와 그 주변의 무인도가 앞바다를 수놓고 있어 경관도 아름답다.
다음 갈 곳은 수루미해수욕장. 2015년까지만 해도 이곳에 금송사라는 조그만 절이 있었는데 지금 그 절은 장골마을로 옮겨졌다.
수루미해수욕장 끝은 밤섬선착장이 있는 곳이다. 머리처럼 튀어나온 땅인데 그래서인지 “딴뚝머리‘라고도 부른다. 오래전에는 이곳도 섬이어서 밤섬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현재는 삽시도 본섬과 연결되어 있다. 안내도에 따라서는 수루미해수욕장을 밤섬해수욕장으로 표시해놓은 것도 있는데 둘레길에 세워놓은 종합안내도에는 금송사터 앞은 수루미해수욕장, 밤섬해수욕장에서 복쟁이 끝에 이르는 해안을 밤섬해수욕장으로 표시해놓고 있다.
수루미해수욕장 바로 앞에 조그만 섬이 보인다. 불모도이다. 이 섬의 규모는 약 6만평. 원래는 무인도였는데 현재는 사유지로서 마루펜션이라는 펜션이 있으며, 예약을 해야 입도가 가능하다고 한다. 펜션에서는 보물섬이라는 이름으로 홍보하고 있기도 한데 실제로 풍광이 수려하고 해수욕장도 있어 KBS 무한지대, VJ특공대 등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금송사터에서 다음 코스는 수루미해수욕장을 지나 밤섬선착장 쪽으로 가도 좋고, 금송사터 뒤 소나무숲길을 따라 진너머해수욕장 쪽으로 가도 된다. 현재시간은 6시. 펜션에서 나와 약 1시간 반 정도를 걸은 셈이다. 우리 일행은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바로 진너머해수욕장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금송사터에서 밤섬선착장까지 1.6km, 진너머해수욕장 남쪽 언덕에서 술뚱선착장까지 2.5km는 이웃과 이웃, 마을과 마을을 잇는 삶의 소통로이다. 밤섬선착장에서 술뚱선착장(또는 그 반대, 물때에 따라 기점이 다름)까지의 해안둘레길은 총 6.2km나 된다. 밤섬선착장에서 하선 후 바로 트레킹을 할 경우에는 필자 일행이 걸어온 반대 방향, 즉 밤섬선착장-수루미해수욕장(금송사터)-물망터(단, 물망터는 물이 빠진 시간에 맞춰 가야 함)- 황금곰솔-면삽지-진너머해수욕장 순으로 돌면 된다. 만약 술뚱선착장에서 하선하여 바로 트레킹을 할 경우에는 술뚱마을을 지나 진너머해수욕장 쪽으로 간 후 필자 일행이 걸어온 방향 그대로 돌면 좋다.
삽시도에서는 해수욕장 만 빼고 해안 전체가 삽시도 어민들의 공동 양식장이라서 어민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지만, 밤섬 앞 해안과 술뚱선착장 뒤 요강수해안 등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갯벌이다. 어민들이 섬을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해안의 일부를 비워두고 섬마을 여행에서의 소중한 추억을 담아갈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한 공간이다.
저녁식사 후 낮에 잡아온 맛조개와 소라 등을 삶아 간식 및 술안주로 즐기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다. 필자의 경우에는 사진에 취미가 있어 잠잘 시간 쯤 혼자 바닷가에 나가 펜 라이팅을 즐기도 했다. 펜 라이팅은 불빛이 없는 캄캄한 곳에서 카메라에 장노출을 걸고 플래쉬로 펜처럼 글씨나 모양을 그려보는 작업이다.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쉬지않고 흔들거린다. 파도가 나를 덮쳐버릴 듯 요란한 소리를 내며 몰려온다.
다음날, 비가 내린다. 트레킹 좀 더 해볼려고 했는데 여의치가 않다. 삽시도에서 대천항으로 돌아가는 배 시간은 증편일 경우 이외에는 08:10, 13:45, 17:05 등 3회 있다. 13:45분 배를 예약하고 오전엔 우중 마을 주변 산책과 담소로 시간을 보낸다. 마침 함께 온 일행 중에 개신교 전도사 부부가 있는데 귀항 중 삽시도에서 가까운 고대도를 들르자고 한다. 당초 일정에는 없었지만 고대도에 대해 얘기를 들으니 꼭 가보고싶어진다.
고대도는 섬 자체도 예쁘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 카를 귀츨라프(1803∼1851)의 선교지이기 때문이다. 칼 귀츨라프는 1832년 7월 17일부터 한 달간 조선 서해안을 방문하면서 17일 가까이 고대도에 머무르며 전도를 했다. 이는 시기적으로 토마스 목사가 평양을 방문하여 대동강변에서 주민들에게 성경을 나눠주다 순교한 1866년보다 34년 앞섰으며,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인천에 상륙한 1885년보다 53년 앞선 일이다. 그리고 최초의 가톨릭 선교사인 불란서 신부 모방이 내한한 1836년보다 4년이나 앞선다.
귀츨라프는 고대도에 머물며 복음을 전했다. 주민들에게 성경을 선물했고 감자재배법을 가르쳤다. 한문 주기도문을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도 행했다. 이듬해엔 중국 선교지에 한글 자모를 소개하기도 했다. 체류기간은 짧았지만 우리나라를 방문한 첫 선교사였다는 점에서 귀츨라프는 이 땅에 기독교의 씨앗을 파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독교한국루터회 산하 종합대학인 루터대(총장 김영옥)가 최근 고대도를 성지화(聖地化)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2016년 4월 25일 루터대는 고대도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긴 업무협약(MOU)을 보령시와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삽시도에서 돌아가는 여객선은 고대도항에도 기항한다. 고대도에 내리면 약 3시간 정도 고대도를 돌아볼 시간여유가 생긴다. 고대도에서 16:50분에 출항하는 배를 타면 된다.
고대도는 기독교 성지일 뿐 아니라 둘레길도 잘 조성되어 있어 산책하기에도 좋다. 선바위라는 거대한 바위섬도 유명하다. 만조시에는 바위섬이지만 물이 빠지면 선바위까지 건너갈 수 있다.
섬여행은 이렇게 예정도 없이 불쑥 찾아가는 맛도 즐겁고 재미있다. 여행은 자유로와야 좋다. 섬은 더욱 그렇다.(글 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