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 이대건 이장 만가(進士 李大建 遷葬挽歌) 병서(並序) - 이득윤(李得胤, 1553~1630) 찬(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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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進士 大建 遷葬挽歌(並序)
1. 原文
嗚呼! 君之生斯世也,二十有五年,而其中十一年,與我同抱同業之時日也。斷金之契未洽,栢實之嘆遽興。則自甲戌以後,無非憶君慟喪予之歲月也。
是故想警欬,則思同冊同講之時: 觀所製,則思同堂同述之時: 見字畫,則思同法同隷之時。是非強思之情之所激,自然愈久而愈不忘耳。
今聞胄胤監司君,筮卜擇吉,遷置若堂。吁! 愼終追遠,人子之至情也。土雖盡美,而有未盡善,則改兆移竁,實聖賢之所不免,宜乎胤君之至情,亦出於不獲已也。
嗚呼! 以平日知己之友,懷沒世難忘之情,得聞執紼之擧,則可以躬先匍匐,而蝟縮窮廬,悵望雲山,感古懷今,嗚咽不自已。遂爲之序,又從而爲之挽歌曰:
悲乎哉! 玉樹已成塵兮,于今經幾春。天意竟莫測兮,至今傷我神。
明月皎皎乎窗櫺兮,依稀若灑落淸眞。月則有而必盈兮,君何一去而影響無因。
條風洒乎六合兮,想像乎座上氳氤風。年年不失其期兮,君何一去而望斷復頻。
以其年歲數之,卅有七兮,荒原寂寞之濱。以其情義言之,百年如一日兮,愈舊而愈新。
破梧山窀穸,今向松川兮吉日良辰。當時諸友之會哭者,盡零落兮今有幾人。
欲再攀乎哀紼兮,以紓我不盡之輪囷。空坐馳淚盈眶兮,奈如何老與病之爲隣。
石獸危兮寒鴉噪,隰有楊兮山有榛。佳城再造無後艱兮,想魂魄千萬世而逡巡。
儻他日爲拜荒草兮,庶奠我情醇悲乎哉
2. 역주
◇옥수(玉樹) : 뛰어난 인품·재질을 지닌 인물의 비유
◇백실지탄(栢實之嘆) : 동료·친구의 급작스러운 사망을 비통하게 탄식함 (전고적 표현)
◇갑술(甲戌,1574) : 특정 연도를 기준으로 한 회상 구간
◇경해(警欬) : 생전의 기침 소리 → 곧 생전의 기색·음성에 대한 환기
◇주윤감사군(胄胤監司君) : 망자의 후손으로 감사 직에 있었던 인물
◇약당(若堂) : 이장 후 새로 조성된 묘역 또는 재정비된 묘소
◇개조이장(改兆移竁) : 묘를 옮기는 행위 (이장)
◇집불(執紼) : 상여의 줄을 잡고 장례 행렬에 참여함
◇위축궁려(蝟縮窮廬) : 고슴도치처럼 움츠러든 모습 → 은거 상태
◇운산(雲山) : 현실과 단절된 거리감, 사자에 대한 공간적 상징
◇조풍(條風) : 동풍·봄바람
◇온인(氳氤) : 기운이 감도는 상태, 생전의 기운·정취
◇둔석(窀穸) : 무덤
◇륜균(輪囷) : 마음속에 맺힌 슬픔·울분이 굽이치는 상태
◇가성(佳城) : 무덤의 완곡한 표현
3. 번역문
이진사 이대건의 이장 만가(서문을 아울러 붙임)
아, 그대가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간 것은 스물다섯 해였고,
그 가운데 열한 해는 나와 함께 배우고 함께 공부하던 시절이었다.
금을 끊을 만큼 깊은 우정은 아직 충분히 다하지 못하였는데,
벗을 잃었다는 탄식이 갑자기 일어났으니,
갑술년 이후로는 모두 그대를 그리워하며 내가 슬퍼하던 날들뿐이었다.
그러므로 그대의 기침 소리를 떠올리면 함께 책을 읽고 강론하던 때가 생각나고,
그대의 글을 보면 같은 자리에서 글을 짓던 때가 떠오르며,
그대의 글씨를 보면 함께 필법을 익히던 시절이 떠오른다.
이것은 억지로 생각해서 생긴 감정이 아니라,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잊히지 않는 자연스러운 그리움이다.
이제 들으니 그대의 자손인 감사가 길일을 택하여 묘를 옮겼다 하니,
참으로 종말을 삼가고 먼 조상을 추모하는 것은 사람의 지극한 정성이다.
흙이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완전히 좋은 자리는 드물기 때문에,
묘를 옮기는 일 또한 성현들도 면할 수 없는 일이니,
자손의 정성이 이 역시 부득이한 데서 나온 것임을 알겠다.
아, 평생의 지기였던 벗을 생각하며,
죽어서도 잊을 수 없는 정회를 품고 장례의 행렬 소식을 들으니,
몸소 달려가 참여해야 마땅하나
외진 곳에 움츠러든 채 산천만 바라보며 슬픔만 더할 뿐이다.
옛날을 생각하고 지금을 돌아보니 가슴이 메어 말할 수 없으므로,
이에 서문을 짓고 이어서 만가를 짓는다.
슬프도다! 옥 같은 그대 이미 먼지 되었으니, 이제 몇 번의 봄이 지났는가.
하늘의 뜻은 끝내 헤아릴 길 없어, 지금까지 내 마음 상하게 하네.
밝은 달은 창살에 희미하게 비치는데, 어렴풋이 그대의 맑은 모습 그립구나.
달은 차면 다시 차오르기 마련이건만, 그대는 어찌 한 번 가고 소식조차 없는가.
봄바람은 온 세상에 불어오는데, 자리에 머물던 그대의 향기 상상하게 하네.
해마다 철 따라 어김없이 불어오건만, 그대는 어찌 떠나서 끊임없이 애태우게 하는가.
세월을 헤아려 보니 서른일곱 해, 거친 들판 쓸쓸한 곳에 잠들었구나.
정의를 말하자면 백 년도 하루 같아서, 오래될수록 더욱 새롭기만 하네.
파오산(破梧山) 무덤에서 이제 송천(松川)으로 옮기니, 좋은 날 좋은 시각이라.
당시 함께 모여 통곡하던 벗들, 다 흩어지고 이제 몇이나 남아 있는가.
다시 상여 줄을 잡고 싶은 마음, 맺힌 슬픔을 풀어내고 싶을 뿐.
부질없이 앉아 눈물만 가득 고이니, 늙음과 병이 곁에 있음을 어찌하리오.
석수(石獸)는 위태롭고 찬 까마귀만 울어대는데, 습지엔 버들 있고 산에는 개암나무 있네.
무덤 새로 단장하니 뒷걱정 없을 터, 혼백은 천만 세대 길이 머물리라.
훗날 다시 거친 풀밭에 찾아가서, 나의 깊은 정을 담아 술 한 잔 올리려네, 슬프도다!
4. 부주
저자 서계 이득윤(李得胤, 1553~1630)은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로 경주 이씨 가문 출신이다. 자는 극흠, 호는 서계이며 서기·박지화에게 수학하였다. 김장생·정사호 등과 교유하며 예학과 성리학적 질서에 기반한 학문 세계를 형성하였다. 그의 문장은 개인 감정과 도학적 윤리가 결합된 특징을 보이며, 특히 장례·만시류에서 강한 정서적 밀도와 유교적 윤리 의식이 함께 드러난다.
이 작품은 이진사 이대건의 이장(遷葬) 과정에서 지은 만가 및 서문이다. 단순한 애도가 아니라, 생전 학문적 교유 관계를 중심으로 기억과 상실의 구조를 반복적으로 전개한다. 또한 이장이라는 현실적 사건을 매개로 하여, 유교적 “종신지의(終身之義)”와 “추원보본(追遠報本)”의 윤리를 강조한다. 전체적으로 개인적 애도와 예학적 정당화가 결합된 전형적인 조선 후기 사대부 만장 문학의 성격을 보여준다.
출처 > 전통의명문 경주이씨종친회 카페 ㅣ 이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