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서울시 상수도본부 이규상 시설부장
서울시 문래동 사고 시설안전부장이 해결
상수도본부에 수도전문가 없어 우왕좌왕
진희선 부시장의 특명받고 현장 총괄 책임
서울시 문래동 수질사고의 완결판은 수도전문가로 상수도본부에서 30여년간 종사해온 유일한 4급 간부인 이규상 시설안전부장(62년생)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이부장이 수도를 떠난 것은 4급 승진 후 6개월 남짓 도로사업소장으로 잠시 근무한적은 있지만 상수도로 다시 귀환하여 오늘에 이른다.
문래동 수질사고는 지난 6월19일(수) 오전 8시경 영문초등학교에서 붉은 수돗물 민원이 제기되면서 발생됐다.
하지만 6월 말까지도 사고원인이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당시 이창학본부장을 비롯한 모든 간부들이 갈팡질팡 현장을 맴돌았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20일 밤 현장을 찾았지만 누구도 원인과 대응책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다급해진 서울시는 상황본부장인 진희선 행정2부시장이 이규상부장을 총괄책임자로 임명하게 이른다. 이 부장은 전임 이창학 본부장과는 소통하지 못하고 타 부서 발령까지 시도되었던 막막한 사이였기에 수도관계자들에게는 또 다른 충격이었다.
진부시장은 연세대 선후배로 함께 업무를 추진한 적이 있는 전 최진석급수부장(현 도시계획과장)에게 상수도에 가장 정통한 인물이 누구냐고 자문을 받는다.
그렇게 찾아낸 인물이 이규상부장이고 이부장은 부시장과 독대하여 사고현장에 대한 단독 보고를 하게 된다.
그동안 서울시가 대형관정비를 하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 고백으로 대화를 풀어간다. 사고원인은 더위가 심해지면서 아파트단지의 수돗물 수요량이 급증하면서 아파트 공동저수조 물을 채우기 위한 물수요가 동시다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진단을 최초로 하게 된다. 동시다발적으로 물수요량이 증가하면서 유속이 빨라져 관내부에 부착되어 있던 각종 이물질들이 유출되어 발생된 수질사고임을 보고했다.(아파트 저수조시스템은 일정량이 소모되면 다시 급수되어 저장되는 시스템으로 이뤄졌다.)
사고현장 주변에 밸브를 열었거나 관로 보수공사나 배수지 작업등이 없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되었기 때문에 당혹감은 더했다.
이부장은 진부시장에게 ‘ 73년 부설한 800미리 배수본관(영등포구청역에서 도림교간 1.75km)의 노후화로 이탈물질이 유하하던 중 관말 정체구역인 사고지역내에 장기간 침전하였고 급속한 유속변화에 관벽에 부착된 물떼를 비롯한 이물질이 탈착되어 가정에 공급되어 발생된 사고’라고 보고했다.(아파트 단지등 재개발을 한 문래동 일대에 40여년 이상 된 노후관이 존재한다는 것도 수도관리의 허점이다.)
일단 사고경위가 파악되면서 관내부를 내시경으로 촬영한 결과 각종 녹등 이물질이 엉겨있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더욱이 수도토목분야로 시설물에 대한 기획과 안전을 책임지는 책임자가 수질분야까지 관여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당연히 수질문제는 생산부와 물연구원이 담당해야 하는 일이지만 사건현장에서의 실상은 우왕좌왕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진다.
생산부 수질과는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총괄 진행을 하지 못했고 물연구원 수질분석팀은 단발적인 수질분석만을 하기 위해 애는 썼지만 종합적인 진단과 전체적인 윤곽을 그려내지 못하는 행위만 반복했다.
이에 이부장은 물연구원의 분석자료를 직접 보고 받아 이를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전체적인 수질변화를 파악하여 이를 부시장에게 직보하게 이른다.
이부장은 진부시장에게 한 직보에서 ‘관 내부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단순한 접근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물에도 성질이 있고 유속변화,온도차등 다양한 속성이 있다. 이번 문래동 문제도 시간을 두고 과학적으로 풀어가면서 단계별 순서를 밟아가야 한다.’라는 말에 사건 해결을 조속히 해야 하는 진 부시장도 인내성 있게 기다려 줬다.(우리나라 책임자들은 사건해결을 신속하게(빨리빨리) 처리하는 것에 숙달되어 있다.)
사고 경위에 대한 파악과 동시에 관세척,수계전환,퇴수밸브의 탁수방류와 저수조 청소등 단계별 처방을 하면서 문래동 수질사고는 마무리 된다.
이는 오랫동안 현장을 감독하면서 얻은 체험과 30여년간의 업무지휘를 통한 완벽한 현장대응이다.
결과적으로 문래동 수질사고와 인천시 서구지역 수질사고를 대비하면 전문가의 식견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 줬으며 초등수사를 놓칠 경우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는 경향과도 비슷하다.
이번 사고로 서울시 상수도본부의 내부 상황을 좀더 치밀하게 관찰하면 인사조직의 패착에 대한 준열한 심판이기도 하다. 문래동 사고는 백서로 재탄생되어 8월말 출간예정이지만 이같은 내용이 담겨질지는 미지수이다.
문래동 수질사고에 대한 수습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창학본부장은 현재의 백호본부장으로 인사발령이 났지만 상수도본부 주요 책임자인 4급 이상의 간부들의 수도경험은 미천한 것이 사실이다.
이창학본부장(2급,행정직),배광환부본부장(3급,토목)을 비롯하여 신용철(4급)급수부장,이상국(4급)경영관리부장,유병기(4급)생산부장, 주윤중(3급) 서울물연구원장(행정)등이 수도분야에서는 초급생들이기 때문이다.(이들중 부본부장,물연구원장,생산부장등은 정년을 앞두고 있으며 사업소장도 유사하다.)
그나마 수도분야에 업무를 수행한 인사로는 이규상 시설안전부장과 조두업요금관리부장 뿐이다.
그러나 이들 두명도 정년을 1-2년 남겨두고 있어 상수도본부는 고령자를 위한 요양원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환경국제전략연구소 김동환소장은‘인천시 수돗물 수질사고는 100% 인재라고 조명래환경부장관은 말한바 있다.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다만 서울시는 초등대처를 잘 했고 원인규명을 한 후 이를 차분하게 전문 수도인들에게는 상식선인 매뉴얼대로 처리하여 해결했다.
우리나라 정부와 지자체 행정은 앞날을 종잡을 수 없다. 하지만 수도분야는 ‘수도정비기본계획’을 설정하여 미래를 예측하여 실행하고 있어 타 분야보다 그나마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전문가 집단의 노력과 환경부 승인까지 받은 수도정비기본계획이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수도분야에서는 무지인 지도자들이 단순한 보직발령 기간동안 재직하면서 비전문가적 생각으로 판단하고 기본계획에 실려 있는 각종 사업들을 중단하거나 사장시켜 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대형관로의 노후관 사업이나 세척 갱생사업등의 중단도 이와같은 논리로 귀착된다. 비전문가들의 단발성 수도행정이 10여년 이상 지속되면서 상수도에는 전문가가 없고 고령화 되어 미래가 더욱 불안하다.‘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번 문래동 수질사고는 실전을 통해 수도행정의 엇박자가 잘 들어낸 현장이며 인사조직의 불합리성을 다시금 증명한 현장이다.
그 난리통 속에 차분하게 가닥을 잡고 그나마 원인과 대책을 순조롭게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 상수도 본부를 나홀로 지켜가고 있는 이규상부장의 순발력과 지혜의 결정체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6년전 ‘서울시 상수도 유수율백서’를 간행하기도 한 이규상 부장이 문래동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은 사형장에 끌려가기까지 한 조선시대의 영웅 이순신장군을 떠올리게 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환경경영신문/환경국제전략연구소 김동환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