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몇주간 애써 태연한 척했던 제 마음의 평정이 깨지고 있었답니다. 쿵닥쿵닥 심장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죠.. ^^;; 그를 보는 것이 불의 검 막공 이후로 처음이니... 얼마나 됐을까.. 한달이 조금 안되었네요.. 시간이 너무 후딱 지나가버려서 이렇게 오래 되었는지도 몰랐는데 말이죠.
티켓을 찾으려 가는데 공연장 입구에 반가운 얼굴이 계시더라구요.. 임태경씨였죠.. 게다가 홍금단씨와 오화라씨도 뒤이어 들어오시는 게 보였구요.. 어찌나 반갑던지... 불의 검 배우분들은 얼굴을 자주 뵈어서 그런지 괜시리 혼자 친근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아직도 불의 검 음악듣고, 영상보면서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싶었는데.. 뭐 언제나 그렇듯 그런 건 못하고 사진만 한 장 찍고 왔지만서두... ^^;; 그래도 얼굴만 봐도 참 좋았답니다.. 예전의 그 설레이던 감정들이 되살아나면서 말이죠... 당연히 범석오빠 초대로 오셨을터이니... 범석오빠께 제가 괜히 고맙더라구요... 하필 오늘 배우분들을 불러주셔서 말이죠... ㅋㅋ
자, 그리고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답니다.. 오늘 자리는 세 번째줄 통로석이었답니다. 공연이 시작할때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이 자리가 오늘의 명당자리였다는... ^^
저는 사비타를 엄동현으로만 네 번을 봤었거든요... 그래서 동현 = 엄기준... 이게 머릿속에서 거의 공식화 되어 있었답니다. 그래서 그 이외에는 어떤 누구의 동현도 예상할 수가 없었지요... 그런 이유로 범석오빠가 그려내는 동현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가 안될 수가 없었겠지요...
공연이 시작되고 초반에 동욱이 혼자서 노래를 두세곡 정도 부르잖아요. 김정민씨께는 죄송하지만, 사실 어서 빨리 동현이 나오기만 기다리느라 그 노래들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드디어 동현 등장... 조명이 켜지기 전에 그 어두운 실루엣만 보아도 너무 좋아서 혼자 키득댔지요.. ㅋㅋ 너무나 귀여우신 범석오빠... 행동이며 몸짓하나하나, 말투랑 표정까지 하나라도 놓칠세라 꼭꼭 담아가면서 보았답니다..
제가 최근에 범석오빠를 본 것이.. 그러니까 올해에... 2월에 봤었던 명성왕후랑 지난달의 불의 검이거든요. 두 작품다 현대극이 아니라서 분장이 좀 많이 진한편이고, 의상도 그랬었구요... 그런 모습에 익숙해 있다가 오늘 사비타를 보자니, 꼭 그의 맨얼굴을 마주 하고 있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불의 검때 분장실에서 뵈었던 그 물기어린 머리와 캐주얼한 차림의 모습처럼... 분장실에서는 항상 빨리 가셔서 잠깐씩만 봤었던 얼굴인데, 이렇게 극속에서 그의 그런 차림과 얼굴을 실컷 보는데 기분이 색다르더군요... 꼭 평상시의 그도 저럴꺼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왜 인터뷰같은 것만 봐도 범석오빠가 참 코믹하시고 귀여우시잖아요.. ^^
그래서 동현의 장난기 어린 모습에 더욱 빠져서 보았던거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저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범석오빠가 춤은 잘 못추실꺼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보니 춤추시는 게 예사롭지가 않았다는... ㅋㅋ
극은 점점 무르익어 가고... 유미리와 형의 생일 파티를 하기로 하고선, 준비를 하는 장면이 되었죠. 같이 준비를 해야 된다는 유미리를 피해서 동현이 관객석으로 도망쳐 오셨답니다... 그녀를 피해 숨으시는데 제 자리로 쓰러져주셔서 깜짝 놀랐다는... ㅋㅋ 제 자리에 잠깐 오셨다가 반대편 관객석쪽으로 가셔서 대사를 또 한참 하셨는데, 사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저는 너무 당황해서 그 대사들 하나도 못들었답니다.. 뭐라고 하시긴 하시는데 정신이 없어서 하나도 안들리더라구요... 어쨌거나 괜히 또 혼자 얼굴이 붉어져서는 더워서 혼났답니다.. 범석오빠 덕분에 그 이후의 공연내내 가슴 설레면서 봤지요... 저 오늘 명당자리 앉은거 맞죠? ^^;;
사랑은 비를 타고... 이 작품은 두 세 번 볼때까지는 재미있게 봤지만, 사실 그 이후에는 좀 지루해한 면도 없지않거든요. 왜냐하면 이 작품에서는 대단한 사건이나 사고가 벌어지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사는 것도 마찬가지거든요. 삶을 이끌어 가는 것이 꼭 대단한 사건이나 엄청난 열정, 이런 것들만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알면서도 항상 잘 못하는 내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실수와 그럼에도 항상 화해할 수밖에 없는 사랑과 연민 같은 것들이 인생을 굴러가도록 만드는 게 아닐까... 그래서 이 공간에서 특별한 어떤 일이 벌어지진 않지만, 형제간의 부대낌, 그리고 우리처럼 늘 실수만 하는 그녀를 보면서 따뜻하게 조그만 소극장안을 끌어안는 듯한 그 기분이 세상을 살아가는 감각을 느끼게 하는 건 아닐까... 그속에서 평소에는 잊고 살아왔던 자기 삶의 모습을 문득 발견하고 포착하게 될 수도 있구요. 그래서 사비타를 보러 가려고 하면, 작품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배우에 대한 기대감이 다였는데, 항상 보고 나면 기분좋게 가슴 따뜻해져서 나오게 되는 거 같아요. 이런 것들이 오래 도록 장수하는 사비타의 매력이겠지요... 그래서 굳이 뮤지컬 매니아들이 아니라고 해도, 일반 관객들도 부담없이 보러 오는 것일테구요. 참 잘 만든 우리 뮤지컬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답니다..^^
공연이 끝난후 있었던 싸인회... 사실 싸인회 때문에 일요일 오후 공연을 보러 왔던 것이구요... 오랜만에 얼굴 도장 찍고 싶어서 말이죠.. ㅋㅋ 게다가 오늘은 범석오빠랑 대화도 몇마디 했답니다.. ㅎㅎ
오빠.. 저 야단범석도 매일 들어가는데... (저도 참.. 하여간에 할말이 이렇게 없나원... ㅡㅡ;;)
그랬더니 저도 매일 들어가요. 이러시더군요.. ㅋㅋ
오빠.. 저 3일날 겨울 나그네 보러 가요..
그랬더니 3일이 일요인인가? 그러셨거든요. 저야 뭐 항상 범석 오빠 앞에만 가면 긴장을 하는지라 아무 생각없이 네.. 그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토요일이더군요.. ㅡ.ㅡ 오빠.. 일요일이 아니라 토요일이네요.. ^^;;
겨울 나그네 얘길 꺼냈더니 범석오빠가 해주신 말씀...
초연때 영상을 보면 처음 시작부분에서 현태가 벤치에서 시같은 대사를 읖는게 있었거든요.. 사실 이 장면이 좀 코믹해서 범석오빠가 하시면 어떨까 상당히 궁금했었는데.. 이 장면은 없어지는 거 같더군요.. ㅋㅋ
초연때랑 완전히 틀려져요. 현태가 매력적인 인물이 아니라 다혜와 민우 사이에서 사랑을 뺏는 아주 나쁜 놈으로 나와요...
그런데.. 아주 나쁜 놈이라고 하시니 어째 더 매력적일꺼 같은데... ^^;; 암튼 이제 이주 정도 밖에 안남았으니 아주 설레입니다... ㅎㅎ
관객들이 싸인을 다 받고선 마지막으로 싸인 받으신 분들이 누굴까요? ㅋㅋ 바로 임태경씨, 홍금단씨, 오화라씨.. 배우들이 직접 배우에게 싸인을 받는 광경은 처음 보는지라... 어찌나 재미있던지.. 게다가 직접 팜플렛도 사오셔서 거기다 싸인을 받으시더라구요... 우리 불의 검 배우분들 너무 귀여우시죠? ㅋㅋ
사비타를 보고 와서 드는 이 감정.... 음... 이 이상한 욕망의 정체가 뭘까요? ^^;;
아무래도 저의 정신성은 그와 뭔가 엮이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제게 있어서 그가 보고 싶다는 건 그와 대화하고 싶다는 욕망이거든요. 저한테 이건 굉장히 낯선 경험이거든요. 여태껏 수많은 작품속의 캐릭터들에게 매혹되어 왔지만, 그들을 혹은 그들과 같은 인물을 거리에서 마주치고 싶었던 적은 없었거든요. 단지 매력적인 그가 보고 싶거나, 생각이 많이 나거나... 뭐 주로 이랬었지요.. 하물며 그들과 마주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감정이 든 적은 거의 없었는데... 하지만 범석오빠의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혹은 그를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자꾸만 그와 이야기가 하고 싶어진다는 것이죠... 그가 저에게 특별히 다정하게 대해 줬다거나, 저만 기억해주고 챙겨줬다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단지 그는 작품속에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보여줬을 뿐인데 말이죠...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도 자꾸만 그런 욕망이 드는 군요... ㅡㅡ;; 오늘 잠깐 이었지만, 범석오빠가 겨울나그네 얘길 해주셨잖아요. 초연때랑 많이 바뀐다는 걸 연출님의 인터뷰 기사 같은데서도 봤었지만, 그때는 그냥 그려러니 했었거든요. 당연히 8년전의 작품인데 많이 바뀌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말았었는데.. 이렇게 범석오빠의 입을 통해서 듣는 순간의 그 무게감이라니... 관객과 배우 사이의 틈새를 넘어 한발 더 나아가는 것... 사실 무엇을 소통하려 하는 의지라는 게 굉장히 어려운것이거든요... 관객은 항상 작품 바깥에 있는 것이니까요.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는 거죠. 왜냐하면 관객이란 관찰자에 불과 하니까요. 감동에 겨워 눈물을 글썽이지만,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자, 어찌 보면 근원적으로 슬픈 자... 저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와 소통을 하고 싶은 거 같습니다. 고스란히 자신의 몸과 행동과 목소리를 통해서 작품을 창조하는 또 한 명의 작가로서의 서범석이라는 배우가 궁금합니다. 정말로 무대에서 그가 만들어내는 그 소름끼치도록 하는 순간들에 대한 창조의 비밀을 엿보고 싶고, 그의 그런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습니다. 뭐 어디까지 이건 제 바램에 불과한 공상이지만 말이죠... ^^;;
그를 보고 오면 항상 그렇지만... 범석오빠.. 오늘도 저를 너무나 행복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불의 검속의 배우분들도 만날 수 있어서 두배로 행복했던 시간이었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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