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원 후처리" 방식으로 사각지대 해소
오는 2월 25일이면 참여정부 들어선 지 4년이 됩니다. 그 동안 정부가 한 일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가 있지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정브리핑은 참여정부 4주년을 앞두고 그동안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논쟁적 이슈에서부터 수혜자가 체감하고 있는 여러 민생정책에 이르기까지 정부 정책을 키워드별로 작성한 ‘정책리포트’를 연재합니다.
9개 분야 70여 개의 정책적 이슈를 정리한 정책리포트는 현 정부의 정책적 기조나 내용뿐만 아니라 역대 정부가 이와 같은 현안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 등을 밝혀 정부 정책을 역사적 흐름 속에서 파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정책리포트’는 대통령 발언, 신문 기사, 전문가 의견, 해외사례, 영상자료 등 다양한 관련 자료를 통해 정책의 추진 과정을 알기 쉽고, 현장감 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정책리포트는 정부가 힘주어 추진하고 있는 주요 정책의 성과와 향후 과제에 대한 ‘대국민 보고서’입니다. 국정브리핑은 ‘정책리포트’가 미래한국 준비를 위한 양질의 ‘정책 콘텐츠’ 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편집자>
“선생님 감사합니다. 내일 퇴원할 예정입니다. 나이도 있고 해서 포기하려고 했는데, 그냥 죽으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이렇게 희망을 주셔서 다시 살았습니다. 정말 다급했는데, 지원이나 받을 수 있을까 의심했는데, 지원해주셔서 다시 이렇게 살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12월 13일 이금섭(경기 부천시·79) 할아버지는 얼마 전 자신이 긴급지원신청을 했던 129 보건복지콜센터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다급한 목소리로 긴급지원신청을 하던 며칠 전과는 다른 이유에서였다.
경비일을 하며 4인 가구의 가장으로 생계를 유지해오던 이 할아버지가 대장암 진단을 받은 것은 2006년 11월. 일산의 한 병원에 입원해 대장암 수술을 받았지만 150만원이 넘는 병원비를 부담할 형편이 못됐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부인과 무직상태인 아들, 정신질환 치료 중인 딸 등 이 할아버지가 의지할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할아버지의 딱한 사정을 상담한 129 상담원은 즉각 지자체에 연락을 취해 긴급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처했다.
2004년 12월 대구 불로동에서 네 살 밖에 안 된 남자 아이가 장롱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대부분의 언론은 복지체계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 위기 처한 저소득층 적시지원, ‘긴급복지지원제도’
“현 복지체계 허점 네살배기 숨져”(매일신문 2004.12.24), “'허술한 사회복지체계가 낳은 비극'”(부산일보 2004.12.24), "대구 어린이 사망은 복지체계 허점에 기인"(연합뉴스 2004.12.23).
지난 2004년 12월 대구 불로동에서 네 살배기 아이가 장롱 속에서 굶어죽은 사건을 대부분의 언론은 사회복지체계의 허술함에 원인을 돌렸다.
이러한 기존 복지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위기에 처한 저소득층을 조기에 발견해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긴급복지지원제도’. 2006년 3월부터 본격 시행된 이 제도의 탄생에는 2004년 대구 불로동 사건 후 사회안전망에 대한 여론이 촉매제가 됐다.
☞ 관련기사 및 자료 보기
▲ 위기에 처한 이웃, 129전화 한 통화로 도울 수 있어
▲ 해외서는 어떻게
▲ 긴급복지지원제도 추진 경과
☞ 관련 동영상 보기
▲ 희망의 전화 129를 누르세요
▲ 유시민 복지부 장관 긴급지원제도 브리핑
▲ 긴급복지지원, 이렇게 받으세요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참여정부의 의지도 컸다. 정부는 2005년 사회안전망 강화정책 ‘희망한국 21’을 마련,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모두 30조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2006년 3월부터 ‘위기에 처한 자에 대한 긴급 복지 지원법’을 시행,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빈곤층을 위한 지원 체계를 정비했다.
정부는 최저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차상위계층 이상 저소득층 등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권자가 아닌 빈곤층은 경제적 위기에 직면해도 마땅한 구제수단이 없었다. 대구 불로동 사건의 경우도 부부 합산 소득이 차상위계층 이상에 해당해 위기에 처했지만 마땅한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긴급복지지원제도는 이 같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갑작스럽게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에 처한 저소득층에게 생계비, 의료·주거서비스 등을 제때에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긴급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안으로는 △가장의 사망·가출 등으로 인한 소득상실 △중한 질병이나 부상 △가정폭력·학대 △화재 △이혼 등으로 위기상황이 발생한 경우 등이다.
■ ‘선지원 후처리’, 수혜자 87% 만족
이 제도는 특히 ‘선지원 후처리’ 방식을 통해 위기상황 때 ‘적시’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소득, 재산, 부양의무자 등을 먼저 조사한 후 일정기준을 충족할 경우 생계비와 의료비를 지원, 위기발생에 신속하게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단,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을 받은 때에는 지원받은 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제도가 시행된 후 2006년 3월부터 10월 말까지 접수된 긴급지원신청은 1만8344건. 이 가운데 1만4066건에 대해 지원결정이 내려졌다.
제도에 대한 만족도는 모니터링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복지부가 2006년 8~10월 중 긴급지원 수혜자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469명 중 87%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 2006년 230억원 지원 예상, 내년도 예산 410억원 규모
복지부가 2006년 초 긴급복지지원금으로 확보한 예산은 615억원. 하지만 10월 말까지 집행된 금액은 150억원 수준이다. 복지부는 2006년 말까지의 집행실적이 모두 집계 되더라도 230억원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2007년도 긴급복지지원 예산은 341억원이다.
이처럼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긴급복지지원제도 2006년 예산은 유사사업인 ‘위기가정 지원사업’의 지원실적 등을 감안해 편성한 것이다.
복지부 기초생활보장팀 배진환 사무관은 “위기가정 지원사업과 긴급복지지원제도간 지원대상 등에 차이가 있어 당초 예상보다 예산 집행이 적게 됐다”며 “2007년 예산은 2006년의 긴급지원제도 예산 집행 규모 등을 감안해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2004년 위기가정 지원사업을 한시 운영, 복권기금으로 모두 2만7000가구를 지원한 바 있다.
■ 지원대상 완화, 홍보강화 등 과제
'복지응급실'을 표방한 긴급복지지원제도가 위기상황에 처한 저소득층에게 '희망'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긴급복지지원 대상이 되는 자격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지원규모 등이 현실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데 따른 홍보부족과 담당인력 부족 등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대명 연구위원은 “긴급복지 지원제도가 위기상황의 저소득층을 신속히 지원하기 위한 것인 만큼 ‘긴급’한 상황에 해당된다면 지원대상이 되는 소득기준 등을 좀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또 제도를 국민들에게 좀더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11월부터 긴급지원 생계비 지원수준을 현실화했다. 기초생활보장 최저생계비의 60%(4인 가구 기준 70만원)에 머물러 있었던 긴급생계비 지원액을 100%수준(약 117만원)으로 인상했다.
또 지원되는 위기사유로 이혼이나 단전이 돼 1개월 경과된 때 등을 추가했으며, 이미 납부한 의료비도 지원대상에 포함시켰다. 지원의 사유가 발생한 시점도 2개월 전에서 6개월 전으로 연장했다.
외국인에 대한 지원도 확대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민과 결혼해 미성년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경우만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으나, 개정안을 통해 11월부터는 방문동거(F-1)나 거주(F-2), 재외동포(F-4), 영주(F-5) 자격을 가진 외국인으로 국내에서 1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도 긴급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원 자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긴급복지지원법령을 개정해 긴급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득·재산기준과 금융재산 등의 범위를 상향조정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긴급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은 소득의 경우 최저생계비의 130% 이하, 재산은 대도시 9500만원, 중소도시 7750만원, 농어촌 7250만원 이하며, 금융재산의 경우 120만원 이하여야 한다.
보건복지부 정경실 기초생활보장팀장은 “긴급지원제도가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 자격을 완화하고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국정브리핑